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 남아도는 시간 ' 이라는 게 어떤 상태이며 어떤 느낌이 드는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원강사에 비해 너무도 형편없는 수업을 하는 학교 선생님의 얼굴을 볼때, 대학시절 반 강제로 끌려갔던 미팅 때, 수입 판매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하염없이 늘어지는 회의에 붙잡혀 있을때, 나는 하품을 씹으며 따분함을 견디고 귀 기울이는 척 하면서 한쪽으로는 보다 의미있는 계획에 대해 궁리하곤 했다. 의미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 참으로 오랫동안 내게는 그 두종류의 시간밖에는 없었다. 그 것 이외의 시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30대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나는 그렇게 충실하게 보냈다. 지금도 그 충실함이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 남아도는 시간 ' 이라는 이름의 뜨뜻 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 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야마모토 후미오 - 네이키드
남아도는 시간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 남아도는 시간 ' 이라는 게
어떤 상태이며 어떤 느낌이 드는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원강사에 비해 너무도 형편없는 수업을 하는
학교 선생님의 얼굴을 볼때,
대학시절 반 강제로 끌려갔던 미팅 때,
수입 판매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하염없이 늘어지는 회의에 붙잡혀 있을때,
나는 하품을 씹으며 따분함을 견디고
귀 기울이는 척 하면서
한쪽으로는 보다 의미있는 계획에 대해 궁리하곤 했다.
의미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
참으로 오랫동안 내게는 그 두종류의 시간밖에는 없었다.
그 것 이외의 시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30대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나는 그렇게 충실하게 보냈다.
지금도 그 충실함이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 남아도는 시간 ' 이라는 이름의
뜨뜻 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 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야마모토 후미오 - 네이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