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시간

안무늬200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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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시간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 남아도는 시간 ' 이라는 게

어떤 상태이며 어떤 느낌이 드는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원강사에 비해 너무도 형편없는 수업을 하는

학교 선생님의 얼굴을 볼때,

 

대학시절 반 강제로 끌려갔던 미팅 때,

 

수입 판매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하염없이 늘어지는 회의에 붙잡혀 있을때,

 

나는 하품을 씹으며 따분함을 견디고

귀 기울이는 척 하면서 

한쪽으로는 보다 의미있는 계획에 대해 궁리하곤 했다.

 

의미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

 

참으로 오랫동안 내게는 그 두종류의 시간밖에는 없었다.

그 것 이외의 시간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린시절부터 30대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나는 그렇게 충실하게 보냈다.

지금도 그 충실함이 잘못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 남아도는 시간 ' 이라는 이름의

뜨뜻 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 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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