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부산 영화제에 다녀오면서 글에도 남겼지만 우리 나라에도 사회성이 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늘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그놈목소리]는 그래서 관심이 가는 영화였다. 박진표 감독은 이제 영화도 사회에 대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전 국민이 '그 놈 목소리'를 알게끔 하려는 의도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의도에 걸맞게 영화는 시작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임을 확실히 공지한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함정이다. 이 영화는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임을 밝히기는 하나, 관객은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부터 픽션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분간이 어려울 경우 보는 관객은 사실이 아닌 허구를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감독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감독의 교활한 의도이든, 나의 확대해석이든간에 영화는 90년대 초반 미해결로 남은 유괴사건 하나를 끄집어 내어 픽션을 섞어 당시의 사회를 고발한다. 고발한 사회는 주로 경찰과 교회이고, 섞은 픽션의 양념은 눈물과 신파, 그리고 실화라는 아우라를 등에 업은 위화감이다. 되려 유괴 사건이란 뼈대는 (미해결이어서 그랬는지) 진전이 더디고, 느린 간극 사이에 피해자 가족의 고통과 사회에 대한 조소를 가득 채워 관객에게 교묘한 동정과 공포를 쉴 새 없이 느끼게하는 아주 무서운 영화이다.
의문이 드는 점은 왜 하필 90년대 미해결로 남은 유괴 사건 하나를 끄집어 냈는가 하는 점이다. 전국민이 그 놈 목소리를 알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알아야 할 얼굴과 목소리가 굉장히 많다. 대한민국 모든 영화 감독이 하나씩 영화로 만들어도 모자랄 정도이고, 어쩌면 우리는 출퇴근 길에 벽보에 붙은 수배 전단을 유심히 보며 반복 학습을 계속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작은 케이스 하나로 대한민국의 사람들을 환기시키고 쟁점에 서고 싶어서? 그렇다면 감상적인 장면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조금 더 이성적인 접근과 진지한 고찰이 필요했다. 영화가 2시간 내내 열심히 고발한 경찰과 교회는 고발하려는 감독 이하 모든 제작진보다 아둔하거나 엉망이지 않다.
물론, 감독보다 뛰어난 관객들이기에 영화를 보며 90년대 우리 나라엔 저렇게 무기력한 경찰과 저렇게 한심한 교회 뿐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것이다. 아니, 소수일 거라 믿는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경찰이나 교회, 사회 전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박진표 감독 보다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경찰이 미해결한 사건보다 해결한 사건이 더 많은 것은 알고 있다. 우리 나라 범인 검거율이 세계 톱클래스인 것도 알고 있다. [넘버3]에 나오는 대사처럼 땅덩어리가 좁아서인지, 경찰들이 명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열심히 뛰어다니고 열심히 잡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문분석에서 목소리 약간 변조하면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 하나로 과학수사를 바보짓으로 만들고, 트렁크에서 잠복하며 트렁크 문 하나도 제대로 못 여는 멍청한 강력반 형사와 체육 특기생으로 들어온 여형사 등의 단편적인 예를 등장시켜 경찰을 매우 무능력하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삐에로로 만든 저의가 무엇인가. 그냥 이 사건에서만 그랬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90년대에는 원래 저랬어 라고 믿게 하고 싶은 건가. 그냥 한 예술인의 경찰에 대한 견해라고 축소하기엔 실화라는 아우라가 엄청난 위화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경찰로 대표되는 사회 전반에 대한 평면적이고도 얄팍한 고찰은 아쉬움을 넘어서 화가 날 정도로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독교인들의 잘못이 더 크겠지만, 고작 기독교를 거리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나 외치고 사기꾼처럼 생긴 목사와 극성 여집사가 설쳐대는 집단으로 묘사한 것은 어떻게 봐도 감독이 종교에 대한 유치한 편견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든다. 우리 나라에서 특히나 심한 기복 신앙 때문에 이런 편견이 생겨난 것인데, 모든 종교가 한국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기복 신앙으로 변질되어 버리기 때문에 병폐가 심하다. 사람들 복 받게 해주려고 갖가지 보험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신'의 존재의 이유가 절대 아니다. 그런 관념으로 종교를 바라볼 것이면 나같음 차라리 돈을 많이 들여 여러 가지의 보험을 가입하겠다. 나 같으면 애가 아버지 속도 모르는 듯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왜 나한테는 이런 건 안 해주냐, 나를 왜 때리냐, 왜 이런 고통이 있냐 라고 원망하는 것을 신앙생활이라고 생각지는 않겠다. 감독은 그런 시선으로 기독교를 바라보는 것 같다. 울면서 애타게 주기도문을 외우며 아들을 구하러 뛰는 주인공 경배(설경구 분)를 보며, 참 쓸데 없는 걸 믿고 있구나 라고 판단 미스해버리기 딱 좋게끔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런 편견을 갖게끔 한 것은 말했듯, 머리는 비고 가슴만 뜨거워서 하나님을 성황당 나무보다도 못한 존재로 만든 기독교인들의 잘못이 더 크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이고 한 시절이다. 실제로 한국의 기독교는 감독이 갖고 있는 편견보다도 훨씬 훌륭한 것이 사실이다. 잘 모르면 그냥 조용히 있는 것도 괜찮다.
실화를 업은 사회성 짙은 영화라는 것의 바탕이 고작 편견 내지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개인적 견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영화가 참 슬프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영화 말미에 실화임을 강조하는 실제 목소리나 인상착의를, 뻔뻔하게 화면에 수배전단처럼 도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욕이 절로 나오기까지 한다. 안 그래도 더딘 전개에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감상적인 장면들로 관객의 동의를 구하는 구걸에 짜증나 있는 판에 마지막 위화감의 공포까지 더해지는 걸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누구의 표현처럼 차라리 집에서 '경찰 25시'를 몇 번 시청하는 것이 더 낫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다.
[그놈목소리]는 견디기 어려운 영화이다. 차라리 유치하게 웃기고 적당히 액션 좀 하다가 마지막에 울려도 주는, 그리하여 10대의 코묻은 돈을 귀엽게 뜯어가는 영화가 어떤 면에선 타격이 덜할 수도 있겠다. [그놈목소리]는 위험하다. 진중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기 때문에 더 타격이 크다. 신파를 많이 삽입해서 감정을 터치하여 이성의 희박함을 커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면 화가 날 정도이다. 나는 이 영화를 이런 관점으로 감상했다.
(덧붙여...)
동생에게 말해주었더니, 동생이 혹시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90년대 무기력한 부분을 빌어 현 정부의 무기력함을 비꼬는 고도의 풍자가 아니겠느냐..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렇다면 훌륭한 영화이다!
[영화평] - 그놈목소리
(그냥 쓰려다가....소심해서......스포일러 많습니다!!)
작년 10월에 부산 영화제에 다녀오면서 글에도 남겼지만 우리 나라에도 사회성이 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늘 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그놈목소리]는 그래서 관심이 가는 영화였다. 박진표 감독은 이제 영화도 사회에 대한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전 국민이 '그 놈 목소리'를 알게끔 하려는 의도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의도에 걸맞게 영화는 시작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임을 확실히 공지한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함정이다. 이 영화는 분명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임을 밝히기는 하나, 관객은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부터 픽션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분간이 어려울 경우 보는 관객은 사실이 아닌 허구를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감독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감독의 교활한 의도이든, 나의 확대해석이든간에 영화는 90년대 초반 미해결로 남은 유괴사건 하나를 끄집어 내어 픽션을 섞어 당시의 사회를 고발한다. 고발한 사회는 주로 경찰과 교회이고, 섞은 픽션의 양념은 눈물과 신파, 그리고 실화라는 아우라를 등에 업은 위화감이다. 되려 유괴 사건이란 뼈대는 (미해결이어서 그랬는지) 진전이 더디고, 느린 간극 사이에 피해자 가족의 고통과 사회에 대한 조소를 가득 채워 관객에게 교묘한 동정과 공포를 쉴 새 없이 느끼게하는 아주 무서운 영화이다.
의문이 드는 점은 왜 하필 90년대 미해결로 남은 유괴 사건 하나를 끄집어 냈는가 하는 점이다. 전국민이 그 놈 목소리를 알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알아야 할 얼굴과 목소리가 굉장히 많다. 대한민국 모든 영화 감독이 하나씩 영화로 만들어도 모자랄 정도이고, 어쩌면 우리는 출퇴근 길에 벽보에 붙은 수배 전단을 유심히 보며 반복 학습을 계속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작은 케이스 하나로 대한민국의 사람들을 환기시키고 쟁점에 서고 싶어서? 그렇다면 감상적인 장면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조금 더 이성적인 접근과 진지한 고찰이 필요했다. 영화가 2시간 내내 열심히 고발한 경찰과 교회는 고발하려는 감독 이하 모든 제작진보다 아둔하거나 엉망이지 않다.
물론, 감독보다 뛰어난 관객들이기에 영화를 보며 90년대 우리 나라엔 저렇게 무기력한 경찰과 저렇게 한심한 교회 뿐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것이다. 아니, 소수일 거라 믿는다. 물론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경찰이나 교회, 사회 전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박진표 감독 보다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초반 경찰이 미해결한 사건보다 해결한 사건이 더 많은 것은 알고 있다. 우리 나라 범인 검거율이 세계 톱클래스인 것도 알고 있다. [넘버3]에 나오는 대사처럼 땅덩어리가 좁아서인지, 경찰들이 명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열심히 뛰어다니고 열심히 잡아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문분석에서 목소리 약간 변조하면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 하나로 과학수사를 바보짓으로 만들고, 트렁크에서 잠복하며 트렁크 문 하나도 제대로 못 여는 멍청한 강력반 형사와 체육 특기생으로 들어온 여형사 등의 단편적인 예를 등장시켜 경찰을 매우 무능력하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삐에로로 만든 저의가 무엇인가. 그냥 이 사건에서만 그랬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니면 90년대에는 원래 저랬어 라고 믿게 하고 싶은 건가. 그냥 한 예술인의 경찰에 대한 견해라고 축소하기엔 실화라는 아우라가 엄청난 위화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경찰로 대표되는 사회 전반에 대한 평면적이고도 얄팍한 고찰은 아쉬움을 넘어서 화가 날 정도로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교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독교인들의 잘못이 더 크겠지만, 고작 기독교를 거리에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나 외치고 사기꾼처럼 생긴 목사와 극성 여집사가 설쳐대는 집단으로 묘사한 것은 어떻게 봐도 감독이 종교에 대한 유치한 편견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든다. 우리 나라에서 특히나 심한 기복 신앙 때문에 이런 편견이 생겨난 것인데, 모든 종교가 한국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기복 신앙으로 변질되어 버리기 때문에 병폐가 심하다. 사람들 복 받게 해주려고 갖가지 보험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신'의 존재의 이유가 절대 아니다. 그런 관념으로 종교를 바라볼 것이면 나같음 차라리 돈을 많이 들여 여러 가지의 보험을 가입하겠다. 나 같으면 애가 아버지 속도 모르는 듯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왜 나한테는 이런 건 안 해주냐, 나를 왜 때리냐, 왜 이런 고통이 있냐 라고 원망하는 것을 신앙생활이라고 생각지는 않겠다. 감독은 그런 시선으로 기독교를 바라보는 것 같다. 울면서 애타게 주기도문을 외우며 아들을 구하러 뛰는 주인공 경배(설경구 분)를 보며, 참 쓸데 없는 걸 믿고 있구나 라고 판단 미스해버리기 딱 좋게끔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런 편견을 갖게끔 한 것은 말했듯, 머리는 비고 가슴만 뜨거워서 하나님을 성황당 나무보다도 못한 존재로 만든 기독교인들의 잘못이 더 크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이고 한 시절이다. 실제로 한국의 기독교는 감독이 갖고 있는 편견보다도 훨씬 훌륭한 것이 사실이다. 잘 모르면 그냥 조용히 있는 것도 괜찮다.
실화를 업은 사회성 짙은 영화라는 것의 바탕이 고작 편견 내지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개인적 견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영화가 참 슬프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영화 말미에 실화임을 강조하는 실제 목소리나 인상착의를, 뻔뻔하게 화면에 수배전단처럼 도배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욕이 절로 나오기까지 한다. 안 그래도 더딘 전개에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감상적인 장면들로 관객의 동의를 구하는 구걸에 짜증나 있는 판에 마지막 위화감의 공포까지 더해지는 걸 참아내기란 쉽지 않다. 누구의 표현처럼 차라리 집에서 '경찰 25시'를 몇 번 시청하는 것이 더 낫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다.
[그놈목소리]는 견디기 어려운 영화이다. 차라리 유치하게 웃기고 적당히 액션 좀 하다가 마지막에 울려도 주는, 그리하여 10대의 코묻은 돈을 귀엽게 뜯어가는 영화가 어떤 면에선 타격이 덜할 수도 있겠다. [그놈목소리]는 위험하다. 진중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기 때문에 더 타격이 크다. 신파를 많이 삽입해서 감정을 터치하여 이성의 희박함을 커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면 화가 날 정도이다. 나는 이 영화를 이런 관점으로 감상했다.
(덧붙여...)
동생에게 말해주었더니, 동생이 혹시 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90년대 무기력한 부분을 빌어 현 정부의 무기력함을 비꼬는 고도의 풍자가 아니겠느냐..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렇다면 훌륭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