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개학 때문인지 출판가도 아동도서의 신간 러시로 조금은 날씨처럼 회복세를 보였고, 크고 작은 출판가 소식은 정신없이 주위를 맴돌았던 한주간이었다. 국내외로 분류하면 해냄출판사가 펴낸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이 완간 12년 만에 100쇄(330만부)를 찍어내어 언론과 출판가의 주목을 받았고 세계적인 대문호 시드니 셀던이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서가들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조정래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와 시드니 셀던의 자서전을 소개하며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책들을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정래씨(64)의 대하소설 '아리랑'(12권) 100쇄 기념행사가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이날 "우리 민족사의 족보이자 정신사의 이정표이며 민중생활사의 거울이고 독립투쟁사의 피의 기록이면서 반민족 세력들의 치욕의 증언대이자 민족주체성의 확립을 위한 길라잡이"라는 긴 치하의 말이 담긴 100쇄 기념패를 전달했다.
일제침탈 직전인 1904년부터 45년 해방까지를 다룬 이 작품은 90년 집필을 시작해 4년8개월 만인 95년 원고지 2만장 분량으로 완간됐다. 1권 기준으로 100쇄(인쇄횟수), 12권을 합치면 806쇄를 찍었고 지금까지 총 330만부가 팔렸다.
작가 조씨는 "올해로 37년간 작가생활을 해오면서 인간의 존엄, 조국에의 애정, 민족사에 대한 천착이란 세 가지 문제를 추구해왔다"면서 "100쇄란 기록은 내 생각이 옳았다는 걸 대중들로부터 확인받은 것"이라고 기뻐했다. '아리랑'보다 먼저 쓰인 '태백산맥'(10권)은 97년 100쇄를 기록했으며 현재 190쇄로, 국내 최초의 200쇄 기록을 앞두고 있다.
"'아리랑'을 쓰려고 할 때 한 선배작가로부터 '다 아는 얘기를 왜 쓰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심 '당신이 모르는 얘기를 쓰겠으니 두고보라'고 생각했어요. 민족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것도 아니고 80년대가 지나갔다고 끝난 것도 아닙니다. 세계화시대에 민족을 말하는 게 시대착오적 범죄처럼 치부되는데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지키려면 민족이란 울타리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는 "원고지 2만장짜리 소설의 첫 장을 쓰면서 20~30장을 파지내고 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고독과 막막함을 느낀다"면서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쓴 뒤 그 고통이 두려워 한 후배를 불러 '한강'(10권)을 쓰라고 소재와 자료까지 줬으나 쓰지 않아 결국 내가 썼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긴 소설을 쓰는 동안 독자가 없을까봐 걱정해본 적이 없다"며 "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결국 작가가 얼마만한 작가의식과 열정으로 독자를 흡인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요즘 두 손자의 재롱에 빠져 지낸다는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 인물, 해외 인물, 전래동화를 넣은 50권짜리 아동물을 손자와 그 세대에게 주기 위해 집필하고 있다. 또 "올 9월 전남 보성에 태백산맥문학관이 문을 열면 한달에 열흘은 그곳 집필실에 가서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이 향년 89세의 나이로 지난 30일에 별세했다. 그의 작품과 함께 기억에 남는 책 '또 다른 나(자서전)'를 소개하며 그의 긴 여정을 애도해본다.
또 다른 나 The Other Side Of Me
시드니 셀던 지음/최필원 옮김/북@북스
시드니 셀던은 약국 배달부로 일하던 열일곱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자서전은 작가의 생에 있어 지독히도 처절했던 바로 그 순간의 회고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세상엔 네가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이 많아."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오늘밤에 떠나시면 그때 다시 하면 되지 뭐. "로마에 한 번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지금 못한다면 아버지가 떠난 후에 다시 하면 돼.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말에 집중하지 않은 채 잔머리만을 굴려댔다. "시드니, 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건 어제 얘기였어요." "그럼 내일은?"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인생이란 원래 소설 같은 게 아니겠니?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잖아. 페이지를 넘기기 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 "그걸 어떻게 알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페이지인 거야, 시드니. 곳곳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숨어있다고.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나는 그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하루하루는 소설의 페이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텅 빈 거리를 계속 걸어 나갔다. "정말로 자살을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시드니.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너무 빨리 책을 덮어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네가 다음 페이지에 쏟아져 나올 숱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그렇게 가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네가 직접 써나가야 하는 페이지라는 걸 명심해." 너무 빨리 책을 덮어버리지 말라고? 내가 너무 빨리 닫아버리는 걸까? 내일 어떤 환상적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아버지가 노련한 세일즈맨이었거나 내가 자살에 큰 의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 둘 중 하나였다. 다음 블록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나는 계획의 실행을 연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180개 나라에서 51개 언어로 번역된 소설들을 집필, 1977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작품을 출간한 작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림, 3억부가 넘는 소설의 판매고…… 등의 화려한 수식어구의 주인공, 시드니 셀던. 시드니 셀던은 가장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소재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천부적인 소설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자신의 모든 작품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려놓는 세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스티븐 킹, 시드니 셀던, 존 그리샴)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한다. 그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사랑과 증오, 질투 등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소설로 대중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이다.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감춰진, 한 인간으로서 시드니 셀던이 밟았던 험난한 인생의 역정을 조명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시드니 셀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에미 상ㆍ토니 상ㆍ오스카 상ㆍ포우 상(賞)을 수상한 세계 유일의 작가!
시드니 셀던은 약국 배달부로 일하던 열일곱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자서전은 작가의 생에 있어 지독히도 처절했던 바로 그 순간의 회고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시드니 셀던은 역경으로 시작된 인생을 그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펼쳐낸다. 무작정 할리우드로 상경해 영화 스튜디오 수위들의 갖은 문전박대를 당하던 십대 시절, 병력을 속이고 입대한 공군 특수 부대 시절, 브로드웨이 무대에 3개의 뮤지컬을 동시에 올리는 기록과 자신을 퇴짜놓은 데이비드 셀즈닉의 스튜디오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은 이야기, 할리우드의 대스타인 캐리 그랜트, 버스터 키튼 등과의 우정, 마피아 벅시 시겔에 의해 좌절된 의 작가 J.M. 배리의 손녀 웬디와의 로맨스, 일생동안 그를 괴롭히며 정상의 위치에서 그를 끌어내린 추간판 탈출과 조울병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50세부터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겪게 된 숨은 일화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작가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추앙받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할리우드를 동경한 불우한 환경의 17세 소년이 작곡가를 브로드웨이 극작가와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오늘처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시드니 셀던은 이백 편이 넘는 텔레비전 대본을 썼고, 스물다섯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여섯 편의 브로드웨이 쇼 극본을 썼으며, 열여덟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각 분야에서 최고임을 인정받는 '에미 상', '토니 상', '오스카 상', 그리고 '에드가 엘런 포우 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남기게 된다.
시드니 셀던은 자신이 탄 인생의 엘리베이터는 항상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자신을 울리고 웃겼다고 말한다. 여든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던 작년(2006) 그는 아직도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처럼 '풋풋하고 혈기왕성할 때' 한 작품이라도 더 써내야 한다며 익살스런 의욕을 보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 시드니 셀던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특권을 누리는 한편, 영원히 지속될 그의 여정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인간을 '우리'와'그들'로 편가르는 것은 본질적 구분이 아니라 상황의 산물일 뿐이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흑인과 백인이 손을 잡고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전몰용사 묘역에 들어가고 있다.
늙은이와 젊은이, 기독교도 불교도, 기혼과 미혼, 영남과 호남, 한국인과 미국인, SUV 운전자와 미니밴 운전자……. 사람들을 분류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으며, 이런 분류는 누구나 항상 하는 일이다. 일상적인 결정(저녁식사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에서부터 일생일대의 선택(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역사적인 대전환점(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를 좌우하는 것은 누가 어느 편에 속하고 그 속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인식이다. 누구나 동시에 여러 집단에 속할 수 있다. 즉 당신은 여성이자 부모이자 한국인이자 기독교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어떻게 결정할까? 또 그것은 우리에게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종교, 민족, 인종, 계급을 위해 기꺼이 죽고 죽이는 것일까? 데이비드 베레비는 이 혁신적인 책을 통해, 집단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학에서 신경과학까지 여러 분야의 새로운 발견들을 제시하면서, '부족적(tribal)' 감각이 우리 삶의 모든 국면에서 표현되는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부족적 감각은 뿌리 깊이 작용하며 우리의 삶과 기회들을 형성한다. 이 책은 부족적 감각이 어떻게 다음과 같은 결과들을 낳는지 설명하고 있다.
* 부족적 감각은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노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면 그들은 더욱 무기력한 행동을 보이며,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그들이 아시아인임을 상기시키면 여자임을 상기시킨 그룹보다 수학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본문 195쪽). 작은 방 안에서 혼자만 그룹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낸 사람은 누가 봐도 그룹의 의견이 틀리다는 게 명백한데도 대개는 자기 의견을 바꾼다(본문 159쪽). * 부족적 감각은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은 스트레스, 우울증, 콜레스테롤 수준과 직결된다(본문 362쪽). * 부족적 감각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부족적 수사는 불의와 억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가 하면, 증오를 접고 화해를 이루게 만들기도 한다. 무자퍼 셰리프의 실험(8장 참조)에서는 여름 캠프에 참가한 어린 소년들을 서로 싸우는 '부족들'로 만들었다가 다시 뭉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부족적 '버튼'이 어떻게 눌러지고 왜 눌러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요리사가 되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둔 미국 잡지 뉴요커 기자 빌 버포드의 좌충우돌 파스타 정복기. 버포드는 우연히 뉴욕의 스타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를 만나 대화하다 “주방에서 배우는 요리의 왕도를 걷고 싶다”며 펜을 버리고 식칼을 잡게 된다.
책은 평소 자신의 요리 실력에 자신감이 있던 버포드가 ‘신병훈련소’ 같은 재료준비팀과 그릴, 파스타 스테이션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기본부터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을 담았다. 두 시간 동안 썬 당근은 규격에 맞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뜨거운 그릴에 고기를 넣다가 손에 화상을 입는 등 저자가 재치있게 풀어낸 경험담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를 거치면서 그는 바탈리로부터 식당을 차리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받을 정도로 훌륭한 요리사가 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프랑스로 떠난다. 파스타와 피자, 스테이크, 해물요리 등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의 요리 과정을 읽어가다 보면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부제가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인 것에서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유혹의 기술' '권력을 경영하는 48가지 법칙'의 저서로 현대판 마키아벨리라는 평을 듣는 로버트 그린의 책이다. 소위 자기계발서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방대한 자료와 해박한 지식은 그런 종류의 책이 드러내기 십상인 조악함을 탈피했다. 손자, 클라우제비츠, 나폴레옹 등 전략가는 물론 정치가 사업가 예술가 등 역사상 강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승리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해 33가지 전략으로 소개했다. '위대한 승리자'뿐 아니라 '유명한 실패자'들의 사례를 함께 볼 수 있다.
서인도제도의 식민지는 17세기 중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식민지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사탕수수를 가공하는 과정과 관련된 설탕산업은 해운업자, 무역상인, 금융업자 등 자본가들을 살찌우고 유럽의 해상 부르주아지들과 식민본국에 부의 원천이 되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영국, 프랑스가 차례로 이곳에 들어와 식민지를 건설했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 무렵에 산도밍고는 프랑스에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이곳은 서인도제도 최고의 식민지였던 영국령 자메이카를 앞지르고 서인도제도 최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해 수출액 1700만 파운드 중 1100만 파운드가 산도밍고 무역을 통해 이루어졌다. 영국 식민지 무역이 한 해 500만 파운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 식민지의 플랜테이션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수의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왔다. 1789년까지 이곳에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의 수가 무려 46만 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대규모적인 인구이동은 이 지역에 큰 변화를 일으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불안한 인종문제를 야기했고 이것은 프랑스혁명의 불똥이 이 지역으로 옮겨 붙는 원인이 됐다. 프랑스혁명 시기 프랑스 정치세력들 간의 갈등은 그대로 식민지에서 재연되었다. 백인 지배자들은 저마다 입장에 따라 정치색이 달라지고 혼혈인인 물라토들은 백인과도, 흑인과도 이해를 같이하지 못하고 반목과 협상 사이를 오가는 등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심해졌다. 이 틈을 타 북부지방에서 시작된 노예반란이 전국으로 급속히 번져갔다. 반란 노예들을 조직된 힘으로 이끌어낸 사람이 투생 루베르튀르였다. 그는 탁월하고 확신에 찬 지도력으로 반란 노예들을 결집시켰고, 스페인군, 영국군, 프랑스군의 잇따른 침공도 막아내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산도밍고에서 노예제도를 회복시키고 이곳을 카리브 지역을 제패하기 위한 전략적 기지로 만들고자 나폴레옹이 파견한 대규모 군대는 루베르튀르를 프랑스로 데려가 감옥에 가두긴 했으나 산도밍고의 흑인 게릴라들과의 지루한 전투 끝에 거의 괴멸당한 채 되돌아갔다. 프랑스 군대가 돌아간 뒤인 1804년 1월 루베르튀르의 후계자인 데살린이 아이티의 독립을 선언했다.
아이티는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세워진 첫 번째 흑인 공화국이다. 노예 출신 흑인들이 유럽 최강의 군대들인 스페인군, 영국군,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이 지역에 가공할 만한 선례를 남겨 노예제도를 흔들리게 만든 원인이 됐다. 노예반란의 불꽃이 프랑스 소유의 다른 섬들은 물론이고 영국령 섬들에까지 번져갔다. 아이티가 독립한 지 겨우 3년이 지난 후 영국은 노예무역을 중지했고, 30여년 후에는 모든 노예에게 자유를 주었다. 이것은 아이티혁명의 직접적 결과는 아니지만 이 혁명에 따른 결과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이티혁명은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혁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서인도제도의 흑인들이 아이티혁명을 통해 비로소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자인 제임스는 아프리카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서인도제도 사람들이 스스로 아프리카 사람으로서의 자각을 가질 때 비로소 독립적인 국민으로 설 수 있다고 보았다. 아이티혁명은 프랑스혁명의 불꽃에 의해 점화됐지만 결국에는 프랑스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노예제도라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굴레의 끊임없는 위협 앞에 무방비로 내몰리는 인종으로서의 자각이 있어서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는 국가의 부에 장수 기업들이 끼친 중요한 역할을 연구해 2002년 한 잡지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00대 기업'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4년여에 걸쳐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을 탐방 조사하고, 학계와 업계를 망라한 전문가들과 토론 끝에 20개의 장수 기업을 추려내 책으로 묶어냈다.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창건한 후 1400여년을 이어온 건축의 명가 콘고구미, 이탈리아 포도주의 새 시대를 연 포도주의 명가 마르께지 안띠노리, 전쟁터에서 빛을 발한 총의 명가 베레따, 깨지지 않는 유리의 명가 폰 포슁거, 상류사회를 휘어잡은 보석의 명가 멜레리오 디 멜레르 등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장수 기업이라는 점 외에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직원들이 잘 뭉친다. 실험적인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의사결정이 수평적으로 분산돼 사업다각화가 쉽다.' 이 외에도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공통점을 묶어낼 수 있는 키워드는 단연 '가족기업'이다. 저자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가족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밝힌다. 일반 주식회사에 비해 경영에 간섭하는 사람이 적고, 외부의 압력에 밀려 단기간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를 정복하기 위해 출정한 나폴레옹 군대의 군복 단추는 주석이었다. 주석은 기온이 떨어지면 푸석푸석한 비금속성 흰색 가루로 변하기 시작한다. 보리소프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목격한 사람은 "여성 망토와 오래된 카펫 조각, 구멍이 숭숭 나있고 불에 탄 외투를 덮어쓰고 있어 꼭 유령같았다."란 증언을 남겼다.
'주석병'이라 불리는 주석의 화학성질에 대해 제대로 몰랐기에 나폴레옹의 병사들은 무기를 잡는 대신 옷자락을 추슬러야 했다.
나폴레옹이 화학에 대한 무지 때문에 세계 정복에 실패한 사례는 또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을 몰라서 병사들은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에 시달렸다. 곰팡이가 핀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은 병사들은 맥각 알칼로이드에 중독됐다.
이처럼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는 눈으로 보기도 힘든 작은 화학분자들로 인해 역사가 바뀐 예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폴레옹을 파멸시킨 주석뿐 아니라 신대륙 발견을 가져온 정향과 후추, 괴혈병의 치료제 비타민C,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면화의 셀룰로오스, 현대 다국적 섬유기업과 제약회사들의 원천이 된 페놀과 모베인 등.
역사의 이면에서 움직인 화학분자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이 펼쳐진다.
분자 하나가 바뀜에 따라 성질이 180도 달라지는 화학분자처럼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조그만 요인으로 수천만명의 생사가 바뀌는 역사와 화학구조식의 연관을 좇는다. 자연스레 '따분한 암기과목'이란 화학에 대한 선입견이 어느새 사라진다.
한국어판에는 '여왕님! 여왕님!(1991)' 등의 만화를 그렸던 강모림씨가 그린 그림이 책 곳곳에 실려 재미를 더하고 있다.
독서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출판사의 책은 여전히 다양하게 꾸준히 새로운 책 들로 한주를 채워가고 있다. 언론이 주목한 책들은 수 많은 책들 가운데 집약적인 관심을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수백 권 이상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정도라야 한 두권 정도이다보니 많은 정보에 신경이 쓰여지고 그런 취지중에 함께 알아보는 이 페이퍼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어여쁘게 봐주셨고 글을 통해 또 좋은 분들과의 좋은 인연을 잇게 되었다. 그래서 초기부터 봐주셨던 애독자님들에게 작은 정성을 보내드렸고 또 그분들도 더 큰 정성으로 화답해주셨다. 물론 어떤 댓가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부담없는 정성들이 오감으로 해서 서로의 존재감을 더 상기시켰기에 염치없이 덥석 받았다.
최근에 중반부터 책을 통해 알게 된 독자님으로 하여금 그런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일이 생겼다. 지난번 페이퍼 이벤트 중 선택 되었지만 거주지 문제로 미루어졌던 책을 보내드렸고 또 그분은 정성 가득한 선물을 보내와 나를 감동시켰다.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이곳도 결국은 사람이 있어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해준 것이기에, 그 존재감을 보내 주신 것이기에.....
조정래와 시드니 셀던-언론이 주목한 책
절기상 입춘을 알리며 날씨까지 봄을 흉내내어 따뜻한 2월의 첫휴일을 맞았다.
아이들의 개학 때문인지 출판가도 아동도서의 신간 러시로 조금은 날씨처럼 회복세를 보였고, 크고 작은 출판가 소식은 정신없이 주위를 맴돌았던 한주간이었다. 국내외로 분류하면 해냄출판사가 펴낸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이 완간 12년 만에 100쇄(330만부)를 찍어내어 언론과 출판가의 주목을 받았고 세계적인 대문호 시드니 셀던이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해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서가들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조정래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와 시드니 셀던의 자서전을 소개하며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책들을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정래씨(64)의 대하소설 '아리랑'(12권) 100쇄 기념행사가 2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이날 "우리 민족사의 족보이자 정신사의 이정표이며 민중생활사의 거울이고 독립투쟁사의 피의 기록이면서 반민족 세력들의 치욕의 증언대이자 민족주체성의 확립을 위한 길라잡이"라는 긴 치하의 말이 담긴 100쇄 기념패를 전달했다.
일제침탈 직전인 1904년부터 45년 해방까지를 다룬 이 작품은 90년 집필을 시작해 4년8개월 만인 95년 원고지 2만장 분량으로 완간됐다. 1권 기준으로 100쇄(인쇄횟수), 12권을 합치면 806쇄를 찍었고 지금까지 총 330만부가 팔렸다.
작가 조씨는 "올해로 37년간 작가생활을 해오면서 인간의 존엄, 조국에의 애정, 민족사에 대한 천착이란 세 가지 문제를 추구해왔다"면서 "100쇄란 기록은 내 생각이 옳았다는 걸 대중들로부터 확인받은 것"이라고 기뻐했다. '아리랑'보다 먼저 쓰인 '태백산맥'(10권)은 97년 100쇄를 기록했으며 현재 190쇄로, 국내 최초의 200쇄 기록을 앞두고 있다.
"'아리랑'을 쓰려고 할 때 한 선배작가로부터 '다 아는 얘기를 왜 쓰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심 '당신이 모르는 얘기를 쓰겠으니 두고보라'고 생각했어요. 민족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것도 아니고 80년대가 지나갔다고 끝난 것도 아닙니다. 세계화시대에 민족을 말하는 게 시대착오적 범죄처럼 치부되는데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지키려면 민족이란 울타리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는 "원고지 2만장짜리 소설의 첫 장을 쓰면서 20~30장을 파지내고 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고독과 막막함을 느낀다"면서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쓴 뒤 그 고통이 두려워 한 후배를 불러 '한강'(10권)을 쓰라고 소재와 자료까지 줬으나 쓰지 않아 결국 내가 썼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긴 소설을 쓰는 동안 독자가 없을까봐 걱정해본 적이 없다"며 "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결국 작가가 얼마만한 작가의식과 열정으로 독자를 흡인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요즘 두 손자의 재롱에 빠져 지낸다는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 인물, 해외 인물, 전래동화를 넣은 50권짜리 아동물을 손자와 그 세대에게 주기 위해 집필하고 있다. 또 "올 9월 전남 보성에 태백산맥문학관이 문을 열면 한달에 열흘은 그곳 집필실에 가서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01291812321&code=100100)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이 향년 89세의 나이로 지난 30일에 별세했다. 그의 작품과 함께 기억에 남는 책 '또 다른 나(자서전)'를 소개하며 그의 긴 여정을 애도해본다.
또 다른 나 The Other Side Of Me
시드니 셀던 지음/최필원 옮김/북@북스
시드니 셀던은 약국 배달부로 일하던 열일곱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자서전은 작가의 생에 있어 지독히도 처절했던 바로 그 순간의 회고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세상엔 네가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이 많아."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버지가 오늘밤에 떠나시면 그때 다시 하면 되지 뭐.
"로마에 한 번 가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지금 못한다면 아버지가 떠난 후에 다시 하면 돼.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말에 집중하지 않은 채 잔머리만을 굴려댔다.
"시드니, 넌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그제야 나는 아버지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건 어제 얘기였어요."
"그럼 내일은?"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인생이란 원래 소설 같은 게 아니겠니?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잖아. 페이지를 넘기기 전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
"그걸 어떻게 알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페이지인 거야, 시드니. 곳곳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숨어있다고. 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나는 그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하루하루는 소설의 페이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텅 빈 거리를 계속 걸어 나갔다.
"정말로 자살을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시드니.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너무 빨리 책을 덮어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구나. 네가 다음 페이지에 쏟아져 나올 숱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그렇게 가버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네가 직접 써나가야 하는 페이지라는 걸 명심해."
너무 빨리 책을 덮어버리지 말라고? 내가 너무 빨리 닫아버리는 걸까? 내일 어떤 환상적인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아버지가 노련한 세일즈맨이었거나 내가 자살에 큰 의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 둘 중 하나였다. 다음 블록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나는 계획의 실행을 연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180개 나라에서 51개 언어로 번역된 소설들을 집필, 1977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작품을 출간한 작가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림, 3억부가 넘는 소설의 판매고…… 등의 화려한 수식어구의 주인공, 시드니 셀던.
시드니 셀던은 가장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소재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천부적인 소설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자신의 모든 작품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려놓는 세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스티븐 킹, 시드니 셀던, 존 그리샴)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자랑한다. 그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사랑과 증오, 질투 등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소설로 대중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이다. 이 책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감춰진, 한 인간으로서 시드니 셀던이 밟았던 험난한 인생의 역정을 조명함으로써 우리들에게 시드니 셀던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에미 상ㆍ토니 상ㆍ오스카 상ㆍ포우 상(賞)을 수상한 세계 유일의 작가!
시드니 셀던은 약국 배달부로 일하던 열일곱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 자서전은 작가의 생에 있어 지독히도 처절했던 바로 그 순간의 회고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시드니 셀던은 역경으로 시작된 인생을 그 누구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펼쳐낸다. 무작정 할리우드로 상경해 영화 스튜디오 수위들의 갖은 문전박대를 당하던 십대 시절, 병력을 속이고 입대한 공군 특수 부대 시절, 브로드웨이 무대에 3개의 뮤지컬을 동시에 올리는 기록과 자신을 퇴짜놓은 데이비드 셀즈닉의 스튜디오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은 이야기, 할리우드의 대스타인 캐리 그랜트, 버스터 키튼 등과의 우정, 마피아 벅시 시겔에 의해 좌절된 의 작가 J.M. 배리의 손녀 웬디와의 로맨스, 일생동안 그를 괴롭히며 정상의 위치에서 그를 끌어내린 추간판 탈출과 조울병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50세부터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겪게 된 숨은 일화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작가의 삶을 엿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추앙받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할리우드를 동경한 불우한 환경의 17세 소년이 작곡가를 브로드웨이 극작가와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오늘처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시드니 셀던은 이백 편이 넘는 텔레비전 대본을 썼고, 스물다섯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여섯 편의 브로드웨이 쇼 극본을 썼으며, 열여덟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마침내 각 분야에서 최고임을 인정받는 '에미 상', '토니 상', '오스카 상', 그리고 '에드가 엘런 포우 상'을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남기게 된다.
시드니 셀던은 자신이 탄 인생의 엘리베이터는 항상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자신을 울리고 웃겼다고 말한다. 여든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던 작년(2006) 그는 아직도 자신이 탄 엘리베이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처럼 '풋풋하고 혈기왕성할 때' 한 작품이라도 더 써내야 한다며 익살스런 의욕을 보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 시드니 셀던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특권을 누리는 한편, 영원히 지속될 그의 여정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헤럴드경제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7/02/01/200702010176.asp )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 Us and Them
(데이비드 베레비 지음/정준형 옮김/에코리브르)
인간을 '우리'와'그들'로 편가르는 것은 본질적 구분이 아니라 상황의 산물일 뿐이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흑인과 백인이 손을 잡고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전몰용사 묘역에 들어가고 있다.
늙은이와 젊은이, 기독교도 불교도, 기혼과 미혼, 영남과 호남, 한국인과 미국인, SUV 운전자와 미니밴 운전자……. 사람들을 분류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으며, 이런 분류는 누구나 항상 하는 일이다. 일상적인 결정(저녁식사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에서부터 일생일대의 선택(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역사적인 대전환점(누구를 상대로 전쟁을 할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를 좌우하는 것은 누가 어느 편에 속하고 그 속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인식이다. 누구나 동시에 여러 집단에 속할 수 있다. 즉 당신은 여성이자 부모이자 한국인이자 기독교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어떻게 결정할까? 또 그것은 우리에게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종교, 민족, 인종, 계급을 위해 기꺼이 죽고 죽이는 것일까?
데이비드 베레비는 이 혁신적인 책을 통해, 집단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인류학에서 신경과학까지 여러 분야의 새로운 발견들을 제시하면서, '부족적(tribal)' 감각이 우리 삶의 모든 국면에서 표현되는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부족적 감각은 뿌리 깊이 작용하며 우리의 삶과 기회들을 형성한다. 이 책은 부족적 감각이 어떻게 다음과 같은 결과들을 낳는지 설명하고 있다.
* 부족적 감각은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노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면 그들은 더욱 무기력한 행동을 보이며,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그들이 아시아인임을 상기시키면 여자임을 상기시킨 그룹보다 수학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본문 195쪽). 작은 방 안에서 혼자만 그룹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낸 사람은 누가 봐도 그룹의 의견이 틀리다는 게 명백한데도 대개는 자기 의견을 바꾼다(본문 159쪽).
* 부족적 감각은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은 스트레스, 우울증, 콜레스테롤 수준과 직결된다(본문 362쪽).
* 부족적 감각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부족적 수사는 불의와 억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가 하면, 증오를 접고 화해를 이루게 만들기도 한다. 무자퍼 셰리프의 실험(8장 참조)에서는 여름 캠프에 참가한 어린 소년들을 서로 싸우는 '부족들'로 만들었다가 다시 뭉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부족적 '버튼'이 어떻게 눌러지고 왜 눌러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2/02/2007020200871.html)
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강수정 옮김/해냄)
요리사가 되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둔 미국 잡지 뉴요커 기자 빌 버포드의 좌충우돌 파스타 정복기. 버포드는 우연히 뉴욕의 스타 요리사 마리오 바탈리를 만나 대화하다 “주방에서 배우는 요리의 왕도를 걷고 싶다”며 펜을 버리고 식칼을 잡게 된다.
책은 평소 자신의 요리 실력에 자신감이 있던 버포드가 ‘신병훈련소’ 같은 재료준비팀과 그릴, 파스타 스테이션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기본부터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을 담았다. 두 시간 동안 썬 당근은 규격에 맞지 않아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뜨거운 그릴에 고기를 넣다가 손에 화상을 입는 등 저자가 재치있게 풀어낸 경험담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를 거치면서 그는 바탈리로부터 식당을 차리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받을 정도로 훌륭한 요리사가 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프랑스로 떠난다. 파스타와 피자, 스테이크, 해물요리 등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의 요리 과정을 읽어가다 보면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2/02/2007020200867.html)
전쟁의 기술 The 33 Strategies of War
(로버트 그린 지음/안진환·이수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부제가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33가지 전략'인 것에서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유혹의 기술' '권력을 경영하는 48가지 법칙'의 저서로 현대판 마키아벨리라는 평을 듣는 로버트 그린의 책이다. 소위 자기계발서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방대한 자료와 해박한 지식은 그런 종류의 책이 드러내기 십상인 조악함을 탈피했다. 손자, 클라우제비츠, 나폴레옹 등 전략가는 물론 정치가 사업가 예술가 등 역사상 강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승리자들의 경험과 지식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해 33가지 전략으로 소개했다. '위대한 승리자'뿐 아니라 '유명한 실패자'들의 사례를 함께 볼 수 있다.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187894.html)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7/02/02/2880194.html)
블랙 자코뱅 (시 엘 아르 제임스 지음/우태정 옮김/필맥)
서인도제도의 식민지는 17세기 중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식민지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사탕수수를 가공하는 과정과 관련된 설탕산업은 해운업자, 무역상인, 금융업자 등 자본가들을 살찌우고 유럽의 해상 부르주아지들과 식민본국에 부의 원천이 되었다.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영국, 프랑스가 차례로 이곳에 들어와 식민지를 건설했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난 1789년 무렵에 산도밍고는 프랑스에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는 곳이었다. 이곳은 서인도제도 최고의 식민지였던 영국령 자메이카를 앞지르고 서인도제도 최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해 수출액 1700만 파운드 중 1100만 파운드가 산도밍고 무역을 통해 이루어졌다. 영국 식민지 무역이 한 해 500만 파운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 식민지의 플랜테이션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수의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왔다. 1789년까지 이곳에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의 수가 무려 46만 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대규모적인 인구이동은 이 지역에 큰 변화를 일으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불안한 인종문제를 야기했고 이것은 프랑스혁명의 불똥이 이 지역으로 옮겨 붙는 원인이 됐다.
프랑스혁명 시기 프랑스 정치세력들 간의 갈등은 그대로 식민지에서 재연되었다. 백인 지배자들은 저마다 입장에 따라 정치색이 달라지고 혼혈인인 물라토들은 백인과도, 흑인과도 이해를 같이하지 못하고 반목과 협상 사이를 오가는 등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심해졌다. 이 틈을 타 북부지방에서 시작된 노예반란이 전국으로 급속히 번져갔다. 반란 노예들을 조직된 힘으로 이끌어낸 사람이 투생 루베르튀르였다.
그는 탁월하고 확신에 찬 지도력으로 반란 노예들을 결집시켰고, 스페인군, 영국군, 프랑스군의 잇따른 침공도 막아내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산도밍고에서 노예제도를 회복시키고 이곳을 카리브 지역을 제패하기 위한 전략적 기지로 만들고자 나폴레옹이 파견한 대규모 군대는 루베르튀르를 프랑스로 데려가 감옥에 가두긴 했으나 산도밍고의 흑인 게릴라들과의 지루한 전투 끝에 거의 괴멸당한 채 되돌아갔다. 프랑스 군대가 돌아간 뒤인 1804년 1월 루베르튀르의 후계자인 데살린이 아이티의 독립을 선언했다.
아이티는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세워진 첫 번째 흑인 공화국이다. 노예 출신 흑인들이 유럽 최강의 군대들인 스페인군, 영국군,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독립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이 지역에 가공할 만한 선례를 남겨 노예제도를 흔들리게 만든 원인이 됐다. 노예반란의 불꽃이 프랑스 소유의 다른 섬들은 물론이고 영국령 섬들에까지 번져갔다. 아이티가 독립한 지 겨우 3년이 지난 후 영국은 노예무역을 중지했고, 30여년 후에는 모든 노예에게 자유를 주었다. 이것은 아이티혁명의 직접적 결과는 아니지만 이 혁명에 따른 결과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이티혁명은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혁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서인도제도의 흑인들이 아이티혁명을 통해 비로소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저자인 제임스는 아프리카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서인도제도 사람들이 스스로 아프리카 사람으로서의 자각을 가질 때 비로소 독립적인 국민으로 설 수 있다고 보았다. 아이티혁명은 프랑스혁명의 불꽃에 의해 점화됐지만 결국에는 프랑스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노예제도라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굴레의 끊임없는 위협 앞에 무방비로 내몰리는 인종으로서의 자각이 있어서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2/h2007020218422784210.htm)
세계 장수 기업, 세기를 뛰어넘은 성공
(윌리엄 오하라 지음/주덕영 옮김/예지)
저자인 윌리엄 오하라는 국가의 부에 장수 기업들이 끼친 중요한 역할을 연구해 2002년 한 잡지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00대 기업'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4년여에 걸쳐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을 탐방 조사하고, 학계와 업계를 망라한 전문가들과 토론 끝에 20개의 장수 기업을 추려내 책으로 묶어냈다.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창건한 후 1400여년을 이어온 건축의 명가 콘고구미, 이탈리아 포도주의 새 시대를 연 포도주의 명가 마르께지 안띠노리, 전쟁터에서 빛을 발한 총의 명가 베레따, 깨지지 않는 유리의 명가 폰 포슁거, 상류사회를 휘어잡은 보석의 명가 멜레리오 디 멜레르 등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장수 기업이라는 점 외에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 '주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직원들이 잘 뭉친다. 실험적인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을 곧잘 찾아볼 수 있다. 의사결정이 수평적으로 분산돼 사업다각화가 쉽다.' 이 외에도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공통점을 묶어낼 수 있는 키워드는 단연 '가족기업'이다.
저자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가족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밝힌다. 일반 주식회사에 비해 경영에 간섭하는 사람이 적고, 외부의 압력에 밀려 단기간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일경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7&no=57374)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 1,2
(페니 르 쿠터·제이 버레슨 지음/곽주영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
러시아를 정복하기 위해 출정한 나폴레옹 군대의 군복 단추는 주석이었다. 주석은 기온이 떨어지면 푸석푸석한 비금속성 흰색 가루로 변하기 시작한다. 보리소프에서 퇴각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목격한 사람은 "여성 망토와 오래된 카펫 조각, 구멍이 숭숭 나있고 불에 탄 외투를 덮어쓰고 있어 꼭 유령같았다."란 증언을 남겼다.
'주석병'이라 불리는 주석의 화학성질에 대해 제대로 몰랐기에 나폴레옹의 병사들은 무기를 잡는 대신 옷자락을 추슬러야 했다.
나폴레옹이 화학에 대한 무지 때문에 세계 정복에 실패한 사례는 또 있다.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을 몰라서 병사들은 모기로 인해 말라리아에 시달렸다. 곰팡이가 핀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은 병사들은 맥각 알칼로이드에 중독됐다.
이처럼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는 눈으로 보기도 힘든 작은 화학분자들로 인해 역사가 바뀐 예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폴레옹을 파멸시킨 주석뿐 아니라 신대륙 발견을 가져온 정향과 후추, 괴혈병의 치료제 비타민C,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된 면화의 셀룰로오스, 현대 다국적 섬유기업과 제약회사들의 원천이 된 페놀과 모베인 등.
역사의 이면에서 움직인 화학분자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이 펼쳐진다.
분자 하나가 바뀜에 따라 성질이 180도 달라지는 화학분자처럼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조그만 요인으로 수천만명의 생사가 바뀌는 역사와 화학구조식의 연관을 좇는다. 자연스레 '따분한 암기과목'이란 화학에 대한 선입견이 어느새 사라진다.
한국어판에는 '여왕님! 여왕님!(1991)' 등의 만화를 그렸던 강모림씨가 그린 그림이 책 곳곳에 실려 재미를 더하고 있다.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70203010007)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aid/2007/02/02/2880198.html)
독서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출판사의 책은 여전히 다양하게 꾸준히 새로운 책 들로 한주를 채워가고 있다. 언론이 주목한 책들은 수 많은 책들 가운데 집약적인 관심을 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수백 권 이상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정도라야 한 두권 정도이다보니 많은 정보에 신경이 쓰여지고 그런 취지중에 함께 알아보는 이 페이퍼를 만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어여쁘게 봐주셨고 글을 통해 또 좋은 분들과의 좋은 인연을 잇게 되었다. 그래서 초기부터 봐주셨던 애독자님들에게 작은 정성을 보내드렸고 또 그분들도 더 큰 정성으로 화답해주셨다. 물론 어떤 댓가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부담없는 정성들이 오감으로 해서 서로의 존재감을 더 상기시켰기에 염치없이 덥석 받았다.
최근에 중반부터 책을 통해 알게 된 독자님으로 하여금 그런 정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일이 생겼다. 지난번 페이퍼 이벤트 중 선택 되었지만 거주지 문제로 미루어졌던 책을 보내드렸고 또 그분은 정성 가득한 선물을 보내와 나를 감동시켰다. 부담스러운 것보다는 이곳도 결국은 사람이 있어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해준 것이기에, 그 존재감을 보내 주신 것이기에.....
홍남영님 감사합니다. *^^* (홍남영님의 페이퍼가기 http://paper.cyworld.nate.com/book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