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경북 안동의 조선시대 무덤에서 편지 하나가 발굴됐다. 1586년 31세로 숨진 유력 집안 자제 이응태의 무덤에서 나온 편지는 한지에 깨알 같은 한글로 쓰여 있었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된 편지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사랑과 원망을 담고 있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응태의 부인은 남편의 병이 깊어지자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아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나는 당신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당신은 내 마음을 어찌 가졌나요.” 부부의 애틋한 사랑은 뒤에 한 작가가 소설로 형상화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압축해 담고 있는 한 장의 편지가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다.
어제 아침 신문에 5000년 전 청춘남녀의 간절한 사랑을 말해주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꼭 껴안고 있는 남녀 유골의 모습이다.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인근 발다로에서 신석기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이 찾아냈다고 한다. 치아 상태로 미뤄 젊은이로 추정되는 둘은 서로 얼굴이 닿을 듯 가까이 마주 본 채 팔다리를 얽고 있었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둘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짓고 있었을 것이다.
만토바는 셰익스피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중 하나다. 베로나의 명문가 아들 로미오가 사랑을 방해하는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결투 끝에 죽인 뒤 도피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매불망 줄리엣을 그리던 로미오는 죽은 뒤 줄리엣의 키스로 되살아나는 꿈까지 꾼다. ‘발다로의 연인’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오버랩되면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을 현대인에게 일깨웠다.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유골을 실험실로 보냈다는 보도에 독자들은 “연인을 방해하지 말라” “둘에게 품위와 평화를 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과학적 호기심보다 문학적 감수성이 앞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 어떤 희생이 따를지 따져보지 않겠어요/ 그것이 잘한 일인지 생각하지 않겠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베르톨트 브레히트). 어떤 사연이길래 둘은 굳게 끌어안은 채 함께 죽음을 맞았던 것일까. 작가들이 두 연인의 사랑을 절절히 되살려내기를 기대해 본다.
5000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유골 ; 발다로의 연인
伊서 젊은 남녀유골 발굴… 남성은 화살맞은 흔적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인근의 신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남녀 유골. 5000∼6000년 전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골들은 서로 마주 보고 꼭 껴안은 자세여서 매장 당시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만토바=로이터 연합뉴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일까, 억울한 생매장의 흔적일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중 한 곳인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포옹한 남녀의 유골이 발견됐다.
이 ‘커플’의 유골은 5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완전히 마모되지 않은 치아 상태로 보아 젊은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이 유골은 5일 만토바 근처 발다로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 연구팀이 발견했다
연구팀을 이끄는 엘레나 메노티 씨는 “폼페이 유적지를 비롯해 25년 이상 발굴 작업을 해 왔지만 이렇게 진귀한 발견은 드물다”면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유골은 곧잘 나오지만 포옹한 남녀의 유골을 발굴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발다로의 연인’이라 명명된 이 유골의 독특한 포옹 자세에 대해서는 남성이 사망하자 영혼의 동반자 역할을 위해 여성을 희생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차 검사 결과 남성 유골(사진 왼쪽)에서는 척추에 화살을 맞은 흔적이 발견됐으며
여성 유골 옆에서는 화살촉이 발견됐다
.
5000년 전에는 만토바 주변 지역이 습지여서 유골이 오랜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연구팀은 사망 시기와 당시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 유골을 연구실로 보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발다로의 연인’
1997년 경북 안동의 조선시대 무덤에서 편지 하나가 발굴됐다. 1586년 31세로 숨진 유력 집안 자제 이응태의 무덤에서 나온 편지는 한지에 깨알 같은 한글로 쓰여 있었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로 시작된 편지는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사랑과 원망을 담고 있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응태의 부인은 남편의 병이 깊어지자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삼아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나는 당신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당신은 내 마음을 어찌 가졌나요.” 부부의 애틋한 사랑은 뒤에 한 작가가 소설로 형상화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압축해 담고 있는 한 장의 편지가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다.
어제 아침 신문에 5000년 전 청춘남녀의 간절한 사랑을 말해주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꼭 껴안고 있는 남녀 유골의 모습이다.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인근 발다로에서 신석기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이 찾아냈다고 한다. 치아 상태로 미뤄 젊은이로 추정되는 둘은 서로 얼굴이 닿을 듯 가까이 마주 본 채 팔다리를 얽고 있었다. 삶의 끝자락에서도 둘은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짓고 있었을 것이다.
만토바는 셰익스피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중 하나다. 베로나의 명문가 아들 로미오가 사랑을 방해하는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결투 끝에 죽인 뒤 도피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오매불망 줄리엣을 그리던 로미오는 죽은 뒤 줄리엣의 키스로 되살아나는 꿈까지 꾼다. ‘발다로의 연인’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오버랩되면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을 현대인에게 일깨웠다.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유골을 실험실로 보냈다는 보도에 독자들은 “연인을 방해하지 말라” “둘에게 품위와 평화를 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과학적 호기심보다 문학적 감수성이 앞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 어떤 희생이 따를지 따져보지 않겠어요/ 그것이 잘한 일인지 생각하지 않겠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베르톨트 브레히트). 어떤 사연이길래 둘은 굳게 끌어안은 채 함께 죽음을 맞았던 것일까. 작가들이 두 연인의 사랑을 절절히 되살려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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