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도요타 회장 아저씨와의 "설익은 대화"

전성준200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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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도요타 회장 아저씨와의 "설익은 대화"

꽃미남 : 안녕하세요. 꽃을 든 미남, 꽃미남 광놈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전 도요타 회장 오쿠다 히로시 아저씨와 대담의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아저씨 : 안녕이고 자시고,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네 뭐네 하는 말 같은 건 좀 빼지? 그리고 꼬마야. 너 거기서 꽃을 들고 뭐하는 거야? 게이냐?! 꽃미남은 얼어죽을! 네가 말한 꽃미남에서의 미는 아름다울 미(美)가 아니라 아닐 미(未)자 이겠지? (오쿠다 히로시, 메모지를 꺼내 "꽃未남"이라고 적는다. 꽃이 아닌 남자라는 것이다.)

 

꽃미남 : ... (꽃미남 광놈이, 메모지를 빼앗아 "꽃未남"에 未자를 하나 더 써넣어 "꽃未未남"으로 만든다. 이것으로 의미는 꽃이 아닌게 아닌 남자, 즉 꽃인 남자가 된다.)

 

아저씨 : ... 천잰데? ... 아무튼. 근데 나는 왜 부른거야? 빨리 말해. 귀하시고 바쁘신 몸이라구. 알잖아? 전 도요타 회장인거.

 

꽃미남 : 언젠가 아저씨가 그런 말을 했었다면서요?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사회는 침몰한다."라고.

 

아저씨 : 그래. 그랬지.

 

꽃미남 : 아저씨의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이 떠오르던데요. 당시의 성공한 사람들, 그러니까 로마공화정의 귀족들을 향해 검을 빼들었던 스파르타쿠스의 난 이후 공화정은 침몰하고 로마는 제정으로 바뀌고 말지요. - 물론 공화정의 몰락에는 그 밖에도 여러가지 또 결정적인 원인들이 있었지만 아무튼 - 그러고보면 아저씨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아요.

 

아저씨 : 그런데?

 

꽃미남 : 그런데 말예요.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사회는 침몰한다."는 아저씨의 말에는 하나 빠진 것이 있어요. 아무런 이유없이 끌어내리는 경우는 없다는 사실 말이에요. 문제의 뿌리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아저씨 : 계속해봐.

 

꽃미남 : 성공한 사람들은 그 자신에게 재능과 역량이 있어서 남보다 앞설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니 자신들은 성공과 풍요를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겨요. 물론 그것도 맞아요. 하지만 그런 자부심과 함께 다음과 같은 부분도 기억해야 한다는 것예요. 그들의 성공과 풍요의 대가로,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지요. 다른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빵을 자신이 홀로 독차지 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지요. 그러니 성공한 사람들은 그런 이웃에게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안되는 거예요.

 

아저씨 : 그래서?

 

꽃미남 :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이 그와 같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단지 자신의 권리만을 강조하고 거기에만 몰입할 때, 자신이 빵을 독차지함으로 굶주리는 이들을 망각할 때. 그렇게 이웃과의 더불어 삶을 잊을 때. 바로 그때 굶주리는 약자들은 분노하게 되고, 사회는 성공한 사람을 끌어 내리게 되는 것이에요. 다시 스파르타쿠스의 난을 볼까요. 그 거대한 반란은 지배층이 노예, 농노, 빈농 등의 생존권과 인권 등 그들의 삶과 권리를 살피지 않고, 그들의 소외와 신음을 외면하며, 이들을 가혹하게 착취했기에 일어났던 것이지요.

 

아저씨 : 계속해.

 

꽃미남 : 그러니 바로 이런 것이에요. "성공한 사람들이 이웃 - 의 삶과 권리를 - 을 기억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며,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는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리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요?

 

아저씨 : ... 더불어 삶이라는 표현이 낯간지럽긴 하지만 네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꼬마야.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권리만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던 것은 아니란다. 나는, 네 표현을 빌 때 굶주리고 신음하는 약자를 망각하고 자신의 성공과 권리에만 몰입하는, 개심 이전의 스크루지 영감 같은 위인은 아니란다. 내가 했던 말들을 잘 기억해 보려므나. 에, 그러니까 그때가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이 우리 도요타의 종신 고용을 문제 삼을 때였어.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했단다. "정리해고를 하는 경영자는 자신부터 먼저 할복해야 한다."

 

꽃미남 : 그 말은 어떤 의미이지요?

 

아저씨 : 회사는 배와 같아. 선장 이하 말단 선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 회사라고 하는 배에서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며, 험난한 망망대해 위를 항해하는 것과 같은 거야. 그러니 어떻게 보면 회사나 고용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 

 

꽃미남 : 그렇군요. 정말 그래요.

 

아저씨 : 그런데 특별한 잘못도 없는 누군가를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해고한다는 것은 해고당하는 직원 개인은 물론이고 그에게 딸린 가족들의 생계가 어떻게 되건 말건 상관없이, 무책임하게 바다로 밀어넣는 것과 다름없어. 회사라고 하는 배가 어렵게 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졌을 때에는 일차적으로 배의 항로를 정하고 이끌어 온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마땅한데, 많은 경우 선장은 그대로 남고, 애꿎게도 그동안 열심히 갑판을 닦고 노를 저어온 선원 더러 바다 속으로 뛰어 내리라고 요구하는데 그건 정말 무책임한 것이지. 그러니 회사가 조금 어렵거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직원을 정리해고 할 바에는 경영자 자신부터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거야.

 

꽃미남 : 진심인가요?


아저씨 : 난 사나이다. 한 입 갖고 두 말하지 않고, 거짓말 같은 것은 하지 않아.


꽃미남 : 아저씨의 그 말에는 벌써 더불어 삶의 정신이 담겨 있어요. 그 말이 쇼맨십이나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 아닌, 정말 아저씨의 진심이고, 그런 진심을 실천하며 사셨다면, 아저씨는 꽤나 근사하고 멋진 사람이로군요.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면상을 하고 있지만 속은 무지 깊으신데요?

 

아저씨 : 거 옆집 아저씨 소리 좀 그만 두라는데두 그러네. 우리 도요타 사원들 중에도 한류 빠돌이, 빠순이들 몇 있는데, 걔들은 나더러 원빈이나 장동건 닮았다던데.

 

꽃미남 : ... 아부가 장난이 아닌데? 아무튼 아무튼, 아저씨 같은 생각을 갖고 그렇게 사시는 분이라면,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사회는 침몰한다."는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네요. 이담에 한국의 경영인과 언론인들을 만나게 되면 이들에게도 그런 아저씨의 뜻을 전해주시길 바래요.

 

아저씨 : 경영인들도 그렇지만... . 내 한마디만 더 하마.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갖지 못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살피지 않는 경영인들도 문제지만, 너희 나라에는 그에 못지 않은 문제가, 아주 지독한 골칫거리가 있더구나.

 

꽃미남 : 그런게 있었나요? 그게 뭐죠?

 

아저씨 : 너희 나라 상당수 대기업 근로자들은 국민소득이 훨씬 앞서는 나라의 경쟁업체 근로자들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그들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단다. 그런데 그와 같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끝없이 욕심을 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그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 그래서 결국 회사측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 사람들이 있어. 너희 나라 일부 대기업의 노조가 그렇다. 그건 정말이지 대책 없고, 엉터리 같더구나.

 

꽃미남 : 하지만 노조와 파업은 사회적 약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아저씨 : 노조나 파업이 근로자의 생존권과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쓰이던 때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오늘날 너희 나라에서 노조와 파업은 하나의 권력이 되었어. 그리고 이러한 권력은, 이들 귀족 근로자들의 탐욕을 이루기 위해 사용되고 있지. 이들은 분명 충분히 많은 임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족할 줄을 몰라. 회사가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경쟁업체들이 아무리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어도 위기감이 전혀 없고, 회사나 사회는 어찌되건 말건 계속 월급 인상을 요구하고, 심지어는 성과급이 나올 실적에 미달하면서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파업을 해서 결국 받아내지. 해외의 경쟁업체들에 비해 생산성은 한참 떨어지면서도 회사측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나, 근무시간을 조금 늘리거나 혹은 조정하자는 계획에는 바로, 무조건 반발하며 들고 일어난다. 회사가 아무리 살얼음판 위를 지나고 있더라도 파업이야. 조금이라도 희생하고 양보하려는 마음이 전혀, 아주 조금도 없어. 이보전진을 위해 일보후퇴의 전략도, 그런 지혜도 없고. 아주 맹목적이야.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월급만 늘어나고, 성과급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야. 이들 강성노조는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자기주장만 내세우다가는 소탐대실하고 말 거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몰라. 이들이 그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꽃미남 : 듣고보니 정말 문제인데요. 음. 아마, 그들도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진입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아저씨 : 그렇지. 그래서 저렇게 욕심을 내고, 사측과 첨예하게 맞서는 것이지. 이미 보통의 중산층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족할 줄 모르고 파업이라는 못된 수를 쓸 때, 그로 인해 자신들에 비해 약자인 중소규모의 협력업체 사람들이 고통과 근심을 떠안게 될 텐데도, 길을 막고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것으로 인해 사회에 폐를 끼치는 것이 될텐데도, 자신들이 자격도 없으면서 성과급을 받아 주머니를 불리는 대가로 물건 값이 올라가 이것이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가게 되는데도 이들 강성노조는 그런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어. 노조 간부라는 자리를 악용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돈을 뜯어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두 손 들고 말았다. 철저히 자신밖에 모르는 이런 인간들이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들어갔을 때 그 삶의 모습이 과연 어떻겠니?

 

꽃미남 : 그러고 보면, 그런 강성노조의 모습 역시 이웃과 사회 그리고 타인의 권리에 대한 살핌이나 책임감, 배려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로군요. 듣고보니 이웃을 망각한 성공한 사람도 문제이고, 성공한 사람을 그가 어떤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무조건 끌어내리는 사회도 문제지만, 보다 무서운 것이 성공과 탐욕에 눈 먼 사회가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아저씨. 오늘은 이쯤에서 정리하고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실은 지금 회사인데 일 않고, 아저씨와 이러고 수다 떨고 있는 거라서요.

 

아저씨 : ... 이봐 꼬마. 너 내가 아까 정리해고가 고약한 것이라는 투로 말했는데, 정리해고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건 아니니 정확히 알아둬. 정말 해고될만한 이유가 없는, 큰 잘못 없이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더러 어느날 갑자기 책상 빼라고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미이지. 근무시간에 일 않고 싸이 들어와 수다떨고, 그렇게 농땡이 피우면 해고당해도 할 말 없는거다. 알겠어?

 

꽃미남 : 어이쿠 그러시냐구요. 그정도시냐구요. 알았다구요. 오지랖도 넓으시다구요. 아무튼 오늘 짧고 설익은 대화 즐거웠어요. 

 

아저씨 : 알았으니까 그 꽃이나 좀 내려놔 봐. 눈이 썩으시겠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