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아낌없이, "미안하다"는 최소한!

김왕영200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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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 아낌없이, "미안하다"는 최소한!

우리가 일상 대화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가 '고맙다'와 '미안하다'가 아닐까? 흔히 이 두말의 뉘앙스가 같다고들 인식한다. 그래서 두 말을 비슷한 비중으로 많이 쓰고 있는 듯 보인다. 즉 고맙다는 말도 보통으로 사용하고 미안하다는 말도 보통으로 사용한다.

 

나는 고맙다는 말은 남발하라고 하고 싶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물건을 사고 나서도, 한참 아랫사람에게 물 한잔을 대접받아도, 저녁 식탁 앞에서도, 사실 우리는 고맙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많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표현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상대방의 반응은 많이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Thank you'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하루에 가장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고맙지 않은 일이 없다. 택시에 올라타서도, 식당에서 물을 갖다주어도, 회사에서 누군가 어떤 아이디어를 주고, 잘못된 사항을 지적해주어도,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상대방을 뿌듯하게 하는 좋은 말이다.

 

친한 사이에도 물론 필요하다. "오랜만에 전화 줘서 고맙다", "우리 회사 근처로 와줘서 고맙다"는 등 고맙다는 말이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은 전혀 없다. 상대방의 작은 수고도 인정해주는 따뜻한 배려가 될 것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쓸 수 있는 아주 살가운 표현이기도 하다. 고맙다는 다른 말로 '수고를 인정한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다르다. 연속된 야근으로 몸에 무리가 생겨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사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링거를 뽑고, 진통제를 맞고 회사에 나왔다. 몇 시간의 차질이 생겼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이것을 미안하다고 할 일인가?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전화를 신입 사원이 받았을 때, 이것을 미안하다고 할 일인가? 하지만 우리는 이런 일에서 가장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미안하다는 다른 말로 '제 잘못입니다'이다. 즉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다. 잘못을 인정할 처지가 아닌 사람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일을 무마시키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은 '유감'이지만, 미안할 일은 아니다. 제품에 하자가 생긴 것을 신입 사원이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 대신 쓸 수 있는 말은 얼마든지 있다.

 

"나도 당황스럽다". "나도 속상하다" 등의 말은 상황에 대한 유감의 마음은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해 버리지 않으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말이다. 차라리 공감을 사용하자. 책임 소지가 회사나 팀 전체에 있는 경우 팀을 대신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일 자체에 연관은 있으나 인정할 만한 잘못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결코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웬만해서는 절대로 죄송하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 말을 쓰는 순간 모든 잘못을 인정해 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연관은 있으나 내 잘못은 아니다'라는 의미로 '유감이다'. '송구스럽다' 등의 표현을 쓴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렵나?'와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왜 미안하다고 하는가?'의 차이인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서 잘잘못을 따지러 온 사람에게 그저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만 하는 것 역시 상황을 안 좋게 몰아간다.

 

정말 미안할 상황에 미안하다는 말이 아닌 경우는 '미안하다고 했으니까 됐지?'로 들리고, 듣는 사람이 '미안하다면 다인가?'로 맞받아치게 만들고 만다.

 

이렇듯 미안하다는 말은 상황에 맞게 사용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자신의 잘못인 경우, 자신이 책임을 진 사람인 경우에는 미안하다보다 더한 표현을 써서라도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김현정 커리어디시즌 대표] 참조 (원앤원북스,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