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박여진200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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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영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 근래 가장 재미있고 교훈을 얻은 영화였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아담샌들러와 아름답고 이해심많은 아내. 밝고 꾸밈없는 아이들.

그와 그녀 사이에 흐르는 편안함과 한결같은 사랑. 너무나 경쾌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와 약간은 변태적 성향인 강아지까지 . 아담샌들러의 가정은 누구나 머리속에 한번쯤은 그림직한 이상적인 사랑이 넘치는 가족 그것이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언제나 내가 머리속에 담고 꼭 그렇게 살고 싶은. 꿈꾸는 축복같은 가족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같은 가족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으니 그 것은 아담샌들러가 워크홀릭이라는 것. 당장 주말부터 시작되는 약속된 승진의 발판이 될 업무에 착수해야할 것인지.. 가족들과 선약된 캠핑을 가야할 것인지를 놓고 말다툼이 일어나게 되고 이래저래해서(영화를 본지 좀 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아담샌들러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는 만능 리모콘을 손에 넣게 된다.

 

샌들러는 이 리모콘으로 과거로 돌아가서 아내와의 첫키스장면을 기억해 내는가 하면. (이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휴지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영상이 머리속에서 한참동안이나 떠나지 않았었다. ) 아내와 싸우거나 하기싫은 업무를 하거나 짜증나게 막히는 도로에서의 운전 등등의 내키지 않는 삶의 순간들은 기꺼이 생략한다. 더이상 그의 삶에 무료하고 지겹고 짜증나고 화나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획기적인 삶의 변화가 일어나고, 즐거움과 기쁨이 충만한 환타지의 매일은 그에게 현실화된다. 그러나 모든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 그의 행운의 리모콘은 샌들러가 그동안 자주 사용했던 건너뜀 메뉴를 패턴화 하여 기억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리모콘이 샌들러의 삶의 순간들을 조정하는 양상이 벌어진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샌들러가 원하던 원치 않던 리모콘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샌들러가 건너뛰었던 순간들.. 이를테면 부인과 싸우는 순간, 승진을 위해 노력하는 지루한 일상, 아파서 시름대는 날들 따위는 1년이고 6년이고 10년이고 거침없이 건너뛰는 것이다.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그가 꿈꾸던 부귀영화는 가족의 해체 뒤에 열매를 맺고 다시 되돌리려 하는 노력의 순간조차 빛의 속도로 SPEEP 된다.

 

샌들러는 뒤늦게 자신의 삶의 중심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그의 모든 순간은 리모콘의 간섭을 받는다. 아니 엄밀히 말해 삶의 주체는 이제 리모콘이 된 듯 하다. 결국 10년을 건너뛰면서 샌들러는 아버지의 임종조차 함께하지 못하게 되고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샌들러는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보았던 순간으로 돌아가는데... 아버지는 당신을 본체만체 일에만 열중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사랑한다 아들아" 라고 말씀 하신다. 이미 백발이 성하고.. 걸음조차 힘들어보이는 약한 노인 아버지에게 끝내 눈길한번 주지 않는 자신의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에서 온 샌들러는 몇번이나 그 장면을 리와인드시키며 눈물을 흘린다. 이 못된 아들의 모습이 낮설지 않아서 한참을 울었다. . 내가 부모님께 보이는 모습들에서도 분명 이런 모습들이 있었고 ,그런 아들에게 끝까지 사랑한다 말하는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은 분명 내 사랑하는 부모님의 모습 그것이었다. 늘 더 잘해드려야지. 더 사랑해 드려야지 스스로 다짐하면서도 이미 받는 사랑에 익숙해서 생각만큼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워서 정말 끝없이 눈물이 흘렀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샌들러의 아들이 어느덧 훌쩍 자라서 아니. 대놓고 훌쩍 자라서 장가를 가고 그 첫날 회사일로 인하여 신혼여행을 미루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샌들러는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떼고 비오는 거리를 달려서 아들에게 마지막 메세지를 전한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샌들러는 아들이 일을 위해 가정을 등한시 했던 자신의 삶의 양식을 답습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또 죽음을 앞두고  " 죽을때까지 나만 사랑할꺼야?" 라는 글이 쓰여진 휴지를 아내에게 보여주고.. 그 아내가 "forever baby" 라고 대답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첫키스 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던 장면에서도 이 대화가 휴지를 통해 이루어졌었다.) 가족의 소중함. 그 소중한 가정을 어떻게 이루어 나가야 하는지..  너무나 진부하리만큼 당연한 것이지만.. 다시한번 생각하게하는 감명깊은 영화였다.

 

그리고 지겹고 힘겹고 의미없어보이는 모든 순간도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일깨워주는 영화였다. 누구나 힘든 순간은 존재하고 누구나 이 순간이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 또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인생의 일부이며 그 순간이 있기에 더 밝고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빛나고 찬란한 성공을 위한 투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간과한다면 그 오늘과 오늘이 모여서 나중에는 누구도 원치 않던 미래를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클릭의 아담 샌들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