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빛나던 시절

정민희200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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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로 인해 빛나던 시절

그남자

그래.. 그 정도면 됐어.

너무 애쓰지 마.

 

나, 오늘 니가

그런 이야기 할 줄 알고 있었어.

내가 원래 좀 똑똑하잖아.

 

여기 너무 조용한데..

나도 무슨 말을 좀 해야 할 텐데..

 

근데, 나는, 다 이해해.

그러니까, 나는 우리가 끝까지.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가 결혼을 하거나..

그럴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 안 했어.

 

내가 나 자신을 더 잘 아니까.

 

그만 울어..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겠다..

 

근데 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니가 미안하다는 말은.. 좀 웃긴다.

왜냐하면..

그동안 나는 좋았거든.

살면서, 제일 좋았던 것 같아.

 

늙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스물일곱, 스물여덟..

그 때 내 삶은

니 덕분에 초라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았다고..

 

여기 공기가 너무 답답하다.

우리, 그만 일어나자!

 

그여자

니가 덜 착했으면

내가 덜 힘들었을텐데..

 

그랬으면,

끝까지 너한테 매달리 수도 있었겠지?

우리 부모님께,

너에 대해 적당히 거짓말을 하자는..

뻔뻔한 제안을 할 수도 있었을 거야.

니가 아니면 죽겠다고,

도망이라도 가겠다고..

 

그런데 너한텐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

넌 너무 착하니까.

 

넌 처음부터 그랬어.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 넘어진 내가

다짜고짜, 앞에 있던 너한테

왜 발을 거냐구 마구 화를 냈을 때

 

넌 영문도 모르고,

내 사나운 말들을 다 들어 줬잖아.

내 화를 다 받아 주고 난 뒤에,

넌 그제야 그랬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친 곳은 없냐고..

 

그 때 그 서점에 갔던 거,

넘어졌던 거, 그리고 이렇게

착한 너를 알아봤던 거..

나는 너무 후회해.

 

나 때문에

너의 스물일곱, 스물여덟이

너무 초라해질까봐

 

나는 너무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