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선인장. 숙제.

박봉진2007.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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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하늘이 밝아오고,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는 가운데 두사람이 돌아가버렸습니다.
2는 무척 쓸쓸해졌습니다.

 


2에게 문학은 수수께끼였습니다. 때문에, 뭔가 으스스하고 수상쩍은 것은 죄다 '문학적인 것' 이었습니다. 2에게 그것은 편리한 단어였습니다.

 


그날 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숫자 2가 오랜만에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을 맛보았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 마치 숫자 '1' 인 듯한 모습으로 -

 


할 수 없이 2는, 모자를 쓰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사람 몫의 요금으로 둘이 함께 돌아올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모두 아는 사이라서 다행이다, 라고 오이 군과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입니다."

 


2의 아버지는 숫자 '14' 이며, 어머니는 숫자 '7' 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눗셈을 하였기에 2가 태어난 것입니다.
……2의 부모님은 나눗셈이 좋았던 모양인지, 2의 누나도 형도, 두 여동생도 모두 '2' 입니다.

 


그래서 2는 방으로 돌라와 발소리도 거칠게 침대로 뛰어들어 누운 다음, 머리맡의 전등을 끄고, 눈을 감고, 1초도 안 돼 잠에 떨어졌습니다.

 


2와 오이를 만나버린 이상, 2와 오이가 있는 장소와 없는 장소는 모자에게 다릅니다. 그렇지만 모자는 그런 마음을 말로써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호텔 선인장' , 이것이 이 아파트의 이름이었습니다.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인데도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호텔 선인장에는 일찍이, '모자'와 '오이'와 숫자 '2'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는 검은 고양이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그리운 아파트는 이제 어디에요 없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풍경과 감정 등의 묘사가 섬세한 작가라고 생각해 왔답니다.

두번째 접하게 된 '호텔 선인장'

'2', '오이', '모자'

때론 사람처럼 때론 본연의 모습으로

 

 

어쩌면 우리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자신이 이해하고
자신이 인정하게 된 것 외에
생각하려 하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더욱 '호텔 선인장'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세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보게되는 세상과
그 속에 베여 있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이

결국 검정고양이를 비롯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은 같은 입장으로 사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지
공감하게 되면 '우리가 아는 사이여서 다행이다'라고 할지 모릅니다


에쿠니 가오리. 그녀 만의 색깔이 담긴 '호텔 선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