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박상준200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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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을 잡고 가슴에 담긴 많은 얘기를 꺼내 보려고 했는데, 막상 펜을 잡고 소설을 떠올리니 애절함과 안타까움만이 베어 나올 뿐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극 중 주인공인 ‘윤수’와 ‘문유정’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또한 작가가 직접 사목활동을 하면서 느낀 사형제도 존폐문제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윤수와 문유정. 그들 모두 마음 속 깊은 곳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의 신분이다. 이문동 모녀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사형수가 된 정윤수는 어릴 적부터 사회와 벽을 쌓고,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아웃사이더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힘든 거리 생활 중에 동생을 잃었으며, 그를 잡아줄 어떠한 중심도 없었기에 그는 방황 속에서 헤매인다.


  사춘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의 부적응자가 되어 버린 문유정. 친척 오빠에게 강간당하고 부모에게 치유의 말은커녕 냉담한 반응으로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간직하며 무의미한 시간을 살아가는 약한 여성성의 약자이다. 이미 그녀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등 그 아픔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눈에는 서로의 상처가 보이는 지, 자신의 아픔을 고백한 유정의 용기로 윤수 또한 닫혀만 있을 것 같던 마음의 벽을 허문다. 그리고 둘은 차츰 서로를 치유해 가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윤수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에게서 살고자 하는 희망이 하나둘씩 싹 터 오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에게 사형이 집행되고 새로운 삶이 주어지는 것은 거부되었다. 그러나 그와 문유정의 치유과정은 유정이 어머니를 용서함으로써 그녀가 새로운 삶을 열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곧 그는 그녀에게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형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대통령 임기 말, 대대적인 사형집행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는 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짐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관례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관례와 배려 차원이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대통령의 허가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너무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형수들 자신이 무거운 중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국가와 법이라는 인위적 잣대로 그들에게 ‘복수’라는 정당화된 폭력을 자행해도 되는 것인지 진지한 성찰과 담론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듯 소설은 두 주인공의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형제 존폐 문제의 화두가 되었으면 한다.

 

2006.5.13 서른아홉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