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박철원2007.02.22
조회1,379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500만의 흥행 신화를 이룬 의 정윤철 감독이 두 번째 영화 를 만들었다. 이후 숱하게 들어온 연출 제의를 뿌리치고 그가 택한 카드는 뜻밖에도 희한한 코미디 다. 단순 코미디 장르라고 하기엔 블랙 코미디에 가깝고 딱히 특정 장르로 묶기에 애매한 만큼 다양한 감성을 횡단하는 이 영화는 한 가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다. 개개의 사연이 묶이며 교차하는 게 아니라 각기 병렬하는 이 영화의 플롯은 뿌리줄기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결국 다시 하나로 뭉쳐지는 것이 특징이 아닐까?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무대인사에 입장하는 배우 감독]

[처음 무대인사를 하는 황보라는 많이 긴장한듯 보인다]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왔던 이상적인 가족 혹은 신경쇠약 직전의 풍지박산나는 가족은 애초에 잊는 것이 좋다. 의 심씨네 가족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도 끼니는 꼭 함께 하고, 서로를 ‘쪽팔려’ 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족. 그러나 심씨네 가족은 낯설다. 그들보다 그들을 그려내는 방식이 낯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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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석에서 누구를 보았는지 놀라는 황보라와 침착한 유아인]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무대인사중 당황하여 "안녕히계세요"라고 말해 웃음이 터진 황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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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이 없으면 못앉는거잖아요.."]

[무대인사 후 주연배우가 티켓을 들고 지나가는 장면이 의외였다]

 

고등학교 교사 심창수 씨네 식구들은 제각기 권태와 시름에 잠겨있다. 아버지 창수(천호진)는 교직의 보람을 잃고 심인성 발기불능 상태에 빠져있고, 생활고에 억척스레 살아가는 엄마(문희경)은 욕구불만이라 도통 사는 재미를 찾을 수 없어 우울하다. 세상만사가 미스터리한 딸 용선(황보라)과 전생에 자신이 왕이었다고 믿는 아들 용태(유아인) 그리고 무협작가라고 말하지만 실은 백수나 다름 없는 이모(김혜수). 이렇게 다섯이 심씨네 가족 구성원이다. 용선은 자신보다 더 미스터리한 영화특별수업 임시 교사(박해일)를 만나면서 '사랑은 미스터리'라고 읊조린다. 그러나 얼마 뒤 '사랑 보다 가족이 더 미스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는 가슴 설레는 상대인 노래방 청년(이기우)과 여행을 떠나지만 조건 없는 행복이 기다릴 리 없다. 아빠는 억울하게 음란 사건에 휘말려 고개를 숙이고, 용태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발레리나의 꿈을 가슴 속에만 간직한 여고생(정유미)을 끈질기게 쫓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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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뚜껑걸 황보라의 독특한 입술 표정]

[관객석의 누구와 이야기 하는 도중 찍힌 '입술도발' 사진] 

 

이야기는 굳이 하나로 엮이지 않은 채 코믹하지만, 무덤덤하게 가족의 일상을 만든다. 밥을 먹는 가족의 뒤통수, 너무 오래 돼 터져 버린 밥솥, 달이 비치는 강물, 강아지 집 등을 비추는가 하면, 종종 화면은 방금 전 상황으로 플래쉬백 된다. 주인공들이 심각할 수록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분명 이 영화는 폭발적인 코미디는 없다. 또한 심각하게 감동과 눈물을 빼놓지도 않는다. 영화가 관객의 감성과 영화의 스토리가 상하의 리듬이 없이 수평선을 걷는 느낌이지만 러닝타임 114분동안 지루함이 없다. 정윤철 감독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가족이야기는 바로 이거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다 보여주는것 같다.

 

장편 , (인권 옴니버스 영화 중)에서 다른 존재를 긍정하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법을 이야기했던 정윤철 감독은 이번 두번째 장편 영화 에서는 처음부터 동질적 집단이라고 규정된 타인들인 가족이란 집단내에서 즐겁게 어울려 사는 법을 궁리한다. 의 결론은 어쨌든 "혼자가 아니라서, 좋지 아니한가?"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행복한 동행의 조건은 지나치게 끌어당기거나 밀어내지 않는 달과 지구를 비유해 가족의 동행의 지혜를 알려준다. 부부로 분한 천호진, 문희경의 안정적 연기도 돋보인다. 절정부에는 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천변 패싸움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심씨일가의 밑바닥에 있던 가족의 끈을 건져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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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창수와 희경이 꾸리는 가족사의 요지경 속을 보여주지만 따지고 들면 그렇게 별스런 가족도 아니다. 그들은 각자 선생과 주부, 학생의 신분으로 세상에 묻혀 세상이 요구하는 질서에 수동적으로 응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행복하지 않지만 딱히 불행한 것도 아니다. 요컨대 보통사람들이 사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이들의 심드렁한 삶을 역시 심드렁하게 보여주는 카메라는 다른 영화에 비해 한 템포 늦은 웃음을 끌어낸다. 자극과 반응의 원리에 따라 슬랩스틱으로 웃겨주는 상황은 많지 않지만 대신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그런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즉, 엇박자의 웃음과 슬픔을 묻어낸다.

 

나름대로 정교한 각운을 짜 맞추면서 중후반까지 비슷한 엇박자의 리듬으로 관객을 콕콕 찌르는 듯한 페이소스를 통해 특이한 웃음을 전달하며 앞으로 나아가며, 어, 이게 뭐지라고 반문하며 관객이 끌려가는 순간 등장인물의 이면 사정을 들춰 보여주는 경지를 향해 야금야금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영화상에서 달의 뒷면을 볼수 없는 지구와 자신의 뒷통수를 볼수 없듯이 카메라는 인물의 뒷통수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와 같은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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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타임 전 스타일리스트에게 옷 매무새를 바로 잡는 황보라]

 

기자시사회로 처음 공개된 는 신선했다. 심씨 일가를 중심으로 널뛰듯 진행되는 스토리, 누구보다 독특한 캐릭터를 덤덤하게 연기하는 배우들, 좀 싱겁다 싶으면 툭툭 웃음을 던져주는 폼새가 새롭다. 신선함은 미덕일 수 있지만 다소 애매한 장르적 낯설음으로 관객을 소외시킬 수도 있다. 익숙하지 않은 영화를 만날 관객들을 위해 정 감독에게 '관람 가이드'에 대한 질문에

 

정윤철 감독은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캐릭터를 살리려는 영화이다. 이야기보다는 한장의 그림으로 남는 인상주의 영화라고 하겠다. 이 양념이 팍팍 들어간 사골국물이라면 는 양념을 걷어낸 지리, 원재료 맛이 느껴지는 맑은 탕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억지로 끌고가는 것을 자제했다. 관객들이 스스로 영화의 빈 곳을 메우며 즐기기를 바란다. 요새 녹차음료나 보리차음료가 인기있다고 들었다. 청량 음료의 센맛이 아니라 덤덤한 맛의 음식처럼, 강요되지 않는 재미를 스스로 찾아가며 직접 영화에 참여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라고 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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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 간담회에서 의외로 침착한 유아인]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간담회중에 답변하는 배우 감독들-천호진,정윤철,황보라,문희경]

[말말말]

천호진 : "한국영화의 허리역활을 하게될 우리영화를 도와주세요"

문희경 : "자신을 캐스팅한 정윤철 감독 제 정신이 아닌가 했어요"

 

이 영화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은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이다. 이미 가족의 분열과 화합을 다룬 영화는 수도없이 나왔다. 하지만 정윤철 감독 식의 이번 가족 영화는 참 색다르다.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꾸려가는 데 있어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면면과 함께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전반적으로 ‘산뜻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때문에 아버지의 '낯부끄러운' 대형사고나 어머니의 불치병 등 무거운 소재들도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삼키기 너무 쓰지도,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은 가족영화인 셈이다. 누구 하나 앞서거나 뒤서지 않고 다함께 조화를 이룬 배우들의 연기 또한 돋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의도적인 코믹장치에 의한 웃음이 아닌, 영화 곳곳에서 우리 주변의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면스 편하게 웃을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이한 점은 주연을 맡은 천호진, 문희경, 유아인, 황보라 보다 더 스타급 배우인 김혜수, 박해일이 우정출연을 해 주인공들과 녹아드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중에 하나일 것이다.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의외로 포즈를 잘 취해주는 신인 배우 유아인]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천호진, 장윤철감독, 문희경]


[좋지 아니한家]원재료의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니 좋지아니한가

["저도 이 포즈 해보고 싶었어요" - 황보라의 포토라인 손 흔드는 포즈]

 

이 영화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잘 묻어나오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번 봄에 의 정윤철 감독을 한번 믿고 이 영화를 봐보는 것은 어떠할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황보라와 유아인이란 배우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겼다. 신인이면서 어색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잘 연기한것 같아 만족스럽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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