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에쿠니 가오리의 가 개정되어 나온 줄 알았는데,(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읽지 못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표지에 써있는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란 부제목을 보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 뿐이었다. 사실 가족 이야기나 성장을 다룬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든 릴리 프랭키의 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고, 30대의 젊은 엄마가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긴 인생 이야기...
역시나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아무 욕심 없이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만을 주려고 하는 사람.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내 곁에서 지켜줄 것만 같은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런 소중함을 주인공처럼 너무 늦게 깨닫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홀했던 내 모습을 뒤돌아 보게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건 간단한 것이다.
이를테면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어도, 혹은 거의 만난 일조차 없어도 부모와 자식이 '부모자식'의 관계라는 점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말이 되면 그 관계는 '부모자식 사이'만큼 간단하지 않다.
단 한 번, 불과 몇 초의 사정(射精)으로 부모자식의 관계는 미래영겁까지 구속되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생활의 답답한 토양을 바탕으로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거듭하고 때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기도 하면서 키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람도 단 한 번, 단 몇 초의 다툼으로 간단히 무너지고 마는 일이 있다.
'부모자식'은 계속해서 덧셈이지만 '가족'은 더하기뿐만 아니라 빼기도 있는 것이다. (중략)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 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 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득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 빨리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금간 곳을 메우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금간 곳을 부끄럽게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31-32쪽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 감기'한 듯한 시간이 달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1쪽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그때, 인간은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123쪽
막연한 자유만큼 부자유한 것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온갖 자유에 꽁꽁묶여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뒤였다.
넓은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원하고 가령 그것이 이루어졌다 해도 과연 참으로 행복한 것인지 즐거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새장 안에서 하늘을 날기를 꿈꾸며 지금 이곳의 자유를, 이 한정된 자유를 최대한 살려내는 때가 최상의 자유이고 의미 있는 자유인 것이다.
취직, 결혼, 법률, 도덕. 귀찮고 번거로운 약속들. 금을 그어 갈라놓은 룰. 자유는 그런 범속한 곳에서 찾아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자유의 냄새를 풍풍 풍기는 곳에는 기실 자유 따위는 없다. 자유 비슷한 환상이 있을 뿐이다. 191쪽
"자식이 귀여운 건 어렸을 때 아주 잠깐뿐이야. 그 다음에는 자랄수록 툭툭 건방진 소리는 하지. 말은 안 듣지, 귀찮은 일은 자꾸 터뜨리지, 정말 너무 힘들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마음보다 몇 배나 힘든 일들이 차레차례 생긴다니까. 이제 정말 지겹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구. 하지만 자식이란 게 이따금, 아아, 낳기를 정말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짓을 해주더라. 그런 마음이 새록새록 드는 일이 이따금 있더라니까. 자식을 키운다는 건 그런 기쁨과 힘든 일의 반복이야." 224-225쪽
'원래 희망이란 있는 것이라고도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도 같은 것이다. 땅에는 애초에 길이란 건 없었다.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325쪽
"뭐, 앞으로 네가 누구를 사귀더라도 말이지, 여자한테는 말로 꼭 해줘야혀. 분명하게 말로 해주지 않으면 여자는 모르는 거여.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마찬가지다. 아부지도 내내 생각해 봤는데, 아마 너도 그럴 것이다, 1 더하기 1이 2라는 것을 왜 굳이 말로 해야 하나, 뻔히 다 알 거라고 생각했고만. 그렇지만 말이지, 여자는 모르는 거여. 그게 2가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로 해줘야 하는 모양이더라." 406쪽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 릴리 프랭키
"웃다가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으면 전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
2001년 4월 1일,
벚꽃이 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내렸다.
엄마와 나는 병원 창에서
도쿄타워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 2007년 2월 22일 목요일 ]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에쿠니 가오리의 가 개정되어 나온 줄 알았는데,(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읽지 못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책이었다. 표지에 써있는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란 부제목을 보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 뿐이었다. 사실 가족 이야기나 성장을 다룬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든 릴리 프랭키의 는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고, 30대의 젊은 엄마가 60대 후반의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긴 인생 이야기...
역시나 엄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아무 욕심 없이 자식에게 가장 좋은 것만을 주려고 하는 사람.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내 곁에서 지켜줄 것만 같은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런 소중함을 주인공처럼 너무 늦게 깨닫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홀했던 내 모습을 뒤돌아 보게 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건 간단한 것이다.
이를테면 뿔뿔이 헤어져 살고 있어도, 혹은 거의 만난 일조차 없어도 부모와 자식이 '부모자식'의 관계라는 점에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말이 되면 그 관계는 '부모자식 사이'만큼 간단하지 않다.
단 한 번, 불과 몇 초의 사정(射精)으로 부모자식의 관계는 미래영겁까지 구속되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생활의 답답한 토양을 바탕으로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거듭하고 때로는 스스로의 감정을 죽이기도 하면서 키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람도 단 한 번, 단 몇 초의 다툼으로 간단히 무너지고 마는 일이 있다.
'부모자식'은 계속해서 덧셈이지만 '가족'은 더하기뿐만 아니라 빼기도 있는 것이다. (중략)
가족관계란 몹시 신경질적인 것이다. 무신경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일 수록 실은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금이 간 거실 벽, 가령 이미 눈에 익어버려서 그것을 웃음거리로 바꿀 수 있다 해도 거기서 확실하게 바람은 득이닥친다. 웃고 있어도 바람은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 빨리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금간 곳을 메우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금간 곳을 부끄럽게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31-32쪽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 감기'한 듯한 시간이 달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1쪽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사랑을 원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그때, 인간은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123쪽
막연한 자유만큼 부자유한 것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온갖 자유에 꽁꽁묶여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뒤였다.
넓은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원하고 가령 그것이 이루어졌다 해도 과연 참으로 행복한 것인지 즐거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새장 안에서 하늘을 날기를 꿈꾸며 지금 이곳의 자유를, 이 한정된 자유를 최대한 살려내는 때가 최상의 자유이고 의미 있는 자유인 것이다.
취직, 결혼, 법률, 도덕. 귀찮고 번거로운 약속들. 금을 그어 갈라놓은 룰. 자유는 그런 범속한 곳에서 찾아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자유의 냄새를 풍풍 풍기는 곳에는 기실 자유 따위는 없다. 자유 비슷한 환상이 있을 뿐이다. 191쪽
"자식이 귀여운 건 어렸을 때 아주 잠깐뿐이야. 그 다음에는 자랄수록 툭툭 건방진 소리는 하지. 말은 안 듣지, 귀찮은 일은 자꾸 터뜨리지, 정말 너무 힘들어.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마음보다 몇 배나 힘든 일들이 차레차례 생긴다니까. 이제 정말 지겹다,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구. 하지만 자식이란 게 이따금, 아아, 낳기를 정말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짓을 해주더라. 그런 마음이 새록새록 드는 일이 이따금 있더라니까. 자식을 키운다는 건 그런 기쁨과 힘든 일의 반복이야." 224-225쪽
'원래 희망이란 있는 것이라고도 없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도 같은 것이다. 땅에는 애초에 길이란 건 없었다.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325쪽
"뭐, 앞으로 네가 누구를 사귀더라도 말이지, 여자한테는 말로 꼭 해줘야혀. 분명하게 말로 해주지 않으면 여자는 모르는 거여.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마찬가지다. 아부지도 내내 생각해 봤는데, 아마 너도 그럴 것이다, 1 더하기 1이 2라는 것을 왜 굳이 말로 해야 하나, 뻔히 다 알 거라고 생각했고만. 그렇지만 말이지, 여자는 모르는 거여. 그게 2가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로 해줘야 하는 모양이더라." 4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