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심현숙200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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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햇살은 지독하리만치 눈부신데 가슴은 서늘한 날이였습니다

우울하다며 친구가 빨래를 하자고 했습니다

애써 웃음 지으며 팔월의 무더위 속에서 우린 그렇게 함께 빨래를 했습니다

느닷없이 그녀는 이불이며 커튼을 죄다 빨아야 겠다고 서둘렀습니다

햇살은 지독하리만치 눈부신데 이상하게 가슴은 서늘한 날이였습니다

빨래를 다 한 후 내가 그만 지쳐 낮잠이 들었나봅니다

자는 동안 자꾸만 코끝이 간지러웠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아마도 벼란다에 널어둔 커튼이 뽀송뽀송하게 말라서는 바람에 떠밀려서 얼굴에 부딫히는가보다생각했습니다

고단했는지 날이 어둑해질 즈음에서야 눈이 떠졌습니다..

눈을 뜬 그 순간에서야 알았습니다

내 코끝을 간지럽힌건 말라가는 커튼이 아니라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였단것을..

울적하거나 힘든 날엔 빨래를 한다는 그녀는 내게 작별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은체

그대로 그렇게, 혼자서만 먼 길을 떠났습니다

가끔씩 우울한 날엔 하늘을 봅니다

구름이 흰 커튼처럼 말을 건넵니다

살아서 행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