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을 찾다가 무심결에 나온 밀착필름 한장에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겼다. 그 때는 철없는 고삐리 시절.. 아빠와 집에 가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올라가 본 삼양동 꼭대기에는 재개발업자들과 용역깡패들에게 등떠밀린 철거민들이 마지막 몸부림으로 세워 놓은 흉칙한 철탑과 구멍가게 앞에서 소주병과 함께 나뒹굴던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들과 등이 굽은 할머니와 싸구려 책가방을 맨 쾡한 눈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렸던 나는 그로부터 얼마후 삼양동의 마지막을 필름에 담아 두어야만 한다는 알 수 없는 정의감에 사로 잡혀 카메라에 흑백필름을 끼우고 무작정 삼양동 고개를 오른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처음 간 날은 혼자도 아니었고 마음 약한 아줌마와 어리버리한 아저씨를 만나 촬영한 필름을 무사히 들고 내려왔지만 두번째 올랐던 날은 한시간쯤 사진을 찍다가 철거민들에게 붙들려 그들의 은신처와 같은 천막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온통 주황빛과 쓰레기와 소주냄새로 가득찬 그 천막안에서 도무지 그 대상을 알 수 없는 그들의 분노와 욕지기와 행패를 온 몸으로 겪고 난 후 문득 깨달았다. 무턱대고 밀고 올라오는 개발업자나 막무가내로 버티는 철거민들이나 그들의 욕심은 매한가지로 같다는 사실을... 그 때 그걸 깨닫고 참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언론보도에 따르면 결국 끝까지 버틴 철거민들은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씩을 받았고 철탑이 서있던 자리에는 그들이 때려죽일 놈들이라며 난리치던 선경건설이 지어 놓은 아파트들이 수도 없이 들어서 있다. 현실은 늘 그렇게 비겁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
bitter reminder
자료사진을 찾다가 무심결에 나온
밀착필름 한장에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겼다.
그 때는
철없는 고삐리 시절..
아빠와 집에 가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 올라가 본 삼양동 꼭대기에는
재개발업자들과 용역깡패들에게 등떠밀린 철거민들이
마지막 몸부림으로 세워 놓은 흉칙한 철탑과
구멍가게 앞에서 소주병과 함께 나뒹굴던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들과
등이 굽은 할머니와
싸구려 책가방을 맨
쾡한 눈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있었다.
알 수 없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렸던 나는
그로부터 얼마후
삼양동의 마지막을 필름에 담아 두어야만 한다는
알 수 없는 정의감에 사로 잡혀
카메라에 흑백필름을 끼우고 무작정 삼양동 고개를 오른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처음 간 날은 혼자도 아니었고
마음 약한 아줌마와 어리버리한 아저씨를 만나
촬영한 필름을 무사히 들고 내려왔지만
두번째 올랐던 날은
한시간쯤 사진을 찍다가
철거민들에게 붙들려
그들의 은신처와 같은 천막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온통 주황빛과 쓰레기와 소주냄새로 가득찬 그 천막안에서
도무지 그 대상을 알 수 없는
그들의 분노와 욕지기와 행패를
온 몸으로 겪고 난 후
문득 깨달았다.
무턱대고 밀고 올라오는 개발업자나
막무가내로 버티는 철거민들이나
그들의 욕심은 매한가지로 같다는 사실을...
그 때 그걸 깨닫고 참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언론보도에 따르면
결국 끝까지 버틴 철거민들은
번듯한 아파트 한 채 씩을 받았고
철탑이 서있던 자리에는
그들이 때려죽일 놈들이라며 난리치던
선경건설이 지어 놓은 아파트들이
수도 없이 들어서 있다.
현실은 늘 그렇게
비겁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