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동맹의 덫

박상준200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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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현상을 바라보는 데에는 비판적 시각이 요구된다. 이는 그 현상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판가름할 뿐만 아니라 도출된 사실로부터 왜곡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참.거짓을 구별짓기 위함이다. 혹은 참․거짓이 양비론을 생산하거나, 시비의 구분이 불필요할 경우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남한 사회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진실이 왜곡되고, 어떠한 권력보다도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즉 무소불위의 힘을 차지했던 그 현상, 그 실체는 무엇인가? 그렇게도 우리 남한,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한반도, 동아시아를 흔들어 놓는 바로 그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한미 동맹’이다. 소파 협의에서 한국 거주 미국민들에게 치외법권을 적용한 것과 같은 이치로 한미 동맹은 너무나 비대해져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의 국제적 치외법권인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과거 그대로의 비대해진 한미 동맹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는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냉전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세대들은 미국을 동경의 대상이자 구원의 국가로 여겼다. 한국 전쟁에서 남한을 지켜내고 이후 수십년 동안 적지 않은 금액의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세계경제 11위의 대한민국을 가능케 했던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대외원조가 막연한 선의에서 나왔다는 순진함은 떨쳐버리자! 우리나라는 미국의 전략상 아시아에서 자유․반공의 거점이 될 일본의 완충지대이자 전진기지로써, 일본을 보호하고 중국과 소련, 북한의 공산주의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이에 따른 국가의 경제적 성장이 불가피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의미가 없는 아프리카 변방의 한 국가였고 민족 대립이 있었다면 우리는 우리가 현재 볼 수 있는 아프리카의 만성적 내전과 같은 상황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남한 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무비판 의식은 미국에 권력 종속적이었던 남한의 상층부에 기인한다. 모두 알다시피 이승만은 친미.반공에 대한 뚜렷한 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후 박정희 군사정권과 전두환의 신군부 세력 또한 미국 권력에 굴욕적인 저자세와 미국의 입맛에 맞는 반공을 국시로 내걸면서 미국으로부터의 대통령 승인을 얻고자 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한국은 외교라인과 상층부의 미국 숭상, 저자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탈냉전에 접어들면서 세계 정세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게 되었고 동북아시아에서도 그 여파가 미치게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 개방을 하였으며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지역인 한반도에서 남북의 교류 증대, 남한 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 즉 민족 공조의 인식이 확대되고 장기적 안목에서 통일을 바라봄으로써, 과거 북한을 주적으로 한 공동방위와 군사동맹을 공고히 해 온 한미 관계의 뿌리가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의 결론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 결론의 하나는 ‘편승’인데 이는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일본은 패권국인 미국의 이해관계에 자신의 입장을 동일하게 관철시켜 지역내 패권을 미일 관리하에 돌보려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급속한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대외정책은 정치군사외교안보 분야의 대미 편승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지역패권 관리분담을 이용하여 자위대의 보통군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보통국가화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다른 아시아 국가 내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며 지나친 강대국 중심의 외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한 편승 전략을 펼치게 된다면 한미 관계는 강화될지 모르나 이미 무역 1위 교역국이 된 중국과 군사안보정치외교적 마찰을 빗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우리가 합의하면서 미국이 잠재적 적으로 상정해 놓고 있는 중국과의 마찰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북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목소리가 줄어들어 그동안 이어온 남북교류사업이 정체되고 남북문제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게 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편승이 아닌 다른 카드, 즉 ‘균형’을 취하는 것이다. 균형이라 함은 바람직한 한미동맹을 구축하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으로 군사적 측면이 강조된 현재와 같은 동맹이 아닌 공통의 경제, 문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있는 변화의 첫 단추로 군사적 긴장 관계를 유지시키는 현재의 휴전 협정을 정전 협정으로 바꾸어 내는 것이며, 이와 더불어 한반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에서 핵 문제를 포함한 군축 문제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여 한미 관계 또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사실은 무척이나 진부하고 비현실적 대안 같아 보이지만, 역사는 거듭 진보해 왔으며 북한과 미국의 변화가 이러한 진보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대한민국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