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식이 동생 광태

곽진희200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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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식이 동생 광태

 

 


곽진희

 

감독은 ‘사랑’ 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사랑’에 대한, ‘연애’에 대한 단상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었다. 아니 어쩌면 그와 반대로 아주 큰 소리로 ‘사랑’이라는 말을 영화 내내 떠들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에 관한 소리 없는 아우성 그것이 가 보여주는 매력이다.


1) 기획


감독은 이 영화를 왜 기획했을까? 자신의 연애 담과 신세대의 연애 담을 비교해 보고 싶어서 였을까? 아니면 신세대의 연애 담에 교훈을 주기 위해서 였을까? 가장 적절한 감독의 대변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연애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성공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는 ‘연애’라는 감정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코믹하면서도 아련하게 풀어주고 있다. 7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하지 못 하는 광식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육체적 관계를 위해서 목숨 거는 철부지 광태를 통해서 감독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연애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들에게는 두 가지 면이 다 있지만 감독은 재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두 가지 상반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예술들은 모두가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관객이 보지 않는 영화와 공연은 필요 없다. 관객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재미와 공감은 필수다. 재미와 공감이 있어야 의미를 부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는 로맨틱 코매디로서 저예산으로도 흥행할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미와 공감이 없었다면 주목받지 못하고 큰 실패를 볼 수 있었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주연 급 배우들의 지지도가 아직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주혁(광식 역)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A급 스타는 아니다. 봉태규(광태 역) 역시 스크린에서 많이 활동하지만 A급 스타라고 할 수 없다. 결혼 후에 활동을 시작한 이요원(윤경 역), 떠오르는 신인 김아중(경재 역) 역시도 관객 지지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지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 그렇다면 감독은 왜 이들을 캐스팅했을까? 해답은 캐릭터의 원활한 소화와 코믹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에 초점을 두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평범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 배우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코믹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냈다. 또한 이요원은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김아중은 섹시하면서 지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영화의 성공을 위한 적절한 캐스팅이다. 12월 4일 기준 전국 관객 160만을 돌파한 이유는 여기 있다. 공감과 재미 그리고 적절한 캐스팅. 좋은 영화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캐스팅이 필요하다. 좋은 기획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2) 줄거리

 

 때는 바야흐로 1997년 광식이는 군 제대 후 복학생이 되어 학교를 다니고 있다. 꽃다운 신입생 윤경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광식이는 떡볶이 코드에 뿔테 안경을 쓴 열혈청년 순진남이다. 고백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고백할 용기는 없다. 광식은 동아리 MT에서 윤경의 마음을 뺏으려 노래로 고백을 하려하지만 사랑의 라이벌에게 선수를 뺏기고 오히려 라이벌이 윤경에게 고백하는데 반주를 해 주고 만다. 그래도 소심남 광식은 제대로 속마음을 털어 놓지 못한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2003년 윤경을 뺏어간 그 놈의 결혼식. 그러나 상대는 다른 여자다. 결혼식 사진을 찍어 주고 있는 광식. 광식은 사진을 전공해서 ‘광 사진관’은 운영하고 있다. 결혼식장에 이민을 갔다던 윤경이 나타났다. 광식의 마음은 설렌다. 그러나 광식의 소심함은 여전하다. 제대로 된 인사도 못 하는 광식. 이때 윤경이 광식에게 말을 건다. 광식은 다시 사랑의 바이러스에 전염됐다. 그 날 헤어지고 광식은 윤경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연락이 없다. 크리스마스 날 용기 내어 윤경에게 전화를 거는 광식. 사진관 문이 열리고 울리는 핸드폰을 들고 나타난 윤경. 윤경은 여권 사진이 필요하다면서 광식의 사진관을 찾아 온 것이다. 광식과 윤경은 대화를 나누고 칵테일 바에 칵테일도 마신다. 그리고 윤경의 집 앞. 키스를 하고 싶은 광식의 마음은 환상으로 가득해 터질 듯하지만 광식은 자신의 소심함에 또 한 번 절망하고 순순히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광식이 바보!” 윤경은 광식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자는 짐작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날 광태는 쭉쭉빵빵한 여자들이 많다는 친구의 거짓말에 속아 마라톤 대회를 참석한다. 아줌마에 둘러싸여 있던 광태는 허리를 숙여 몸을 풀다. 쭉빵한 경재의 엉덩이를 보게 된다. 침을 질질 흘리며 뒷걸음으로 경재에게 다가가는 광태. 마라톤이 시작되자 광태는 경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작업에 들어간다. 끝나고 차나 한 잔 먹자는 수법. 그러나 경재는 광태가 완주를 못 할 것을 알고 말도 안 되고 어이없는 수법에 아무대꾸도 하지 않는다. 역시나 광태는 완주하지 못 하고 경재를 만나지 못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연애하며 여자와 관계를 가지는 광태는 ‘광 사진관’ 옆에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한다. 역시나 아무 생각 없는 친구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이 젊은 친구들은 여자와 12번 이상 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12번이 딱 깔끔하고 쿨하게 여자를 떠날 수 있는 회수라는 생각을 가져서다. 광태는 어느 날 버스에서 커피숍에 앉아 있는 경재를 보고 커피숍으로 전화를 걸어 경재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커피숍으로 찾아가 무작정 들이댄다. 어라 그런데 들어간다. 광태와 경재는 키스를 하는 사이가 됐고 광태가 때를 쓰자. 성관계도 갖는다. 광태와 경재는 성관계만 갖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경재가 이별을 통보한다. 광태,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경재에게 집착을 하게 된다.


 운명이 발렌타인 데이에 바뀌다. ‘광 사진관’으로 초콜릿을 가지고 온 윤경. 광식과 그의 조수이자 광태의 친구인 일웅은 강원도로 웨딩사진 출장을 갔다. 술에 취해 가게로 들어가던 광태와 마주친 윤경은 초콜릿 바구니를 광식에게 전해 달라며 건넨다. 그러나 광태는 일웅에게 잘못 전달한다. 일웅은 결혼식 촬영장에서부터 윤경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광식과 일웅. 잘 못 전해진 초콜릿 바구니는 일웅을 기쁘게 하고 광식을 좌절시킨다. 소심남 광식에게 라이벌은 저주에 가깝다. 광식과 윤경 그리고 일웅의 세 사람 만남. 그 어색한 심리전. 적극적으로 속마음을 과시하는 사람은 일웅 뿐이다. 윤경은 광식에게 마음이 있고 광식의 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짐작만 있을 뿐 확신은 없다. 일웅의 적극적인 행동에 윤경의 마음은 움직이고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결혼 소식을 듣고 광식은 마음의 상처를 앓아 방에만 누워 있는다. 드디어 결혼식 날. 광태가 사회를 보고 결혼식이 진행 중인 때에 멋지게 등장한 광식. 동요하는 객석의 웅성임에 힘입어 윤경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그러나 그 손은 수줍은 듯이 마이크로 옮겨가고 윤경에게 7년이라는 세월동안 들려주지 못 했던 사랑의 세레나데 최호섭의 “세월이가면”을 부르고 식장을 떠난다. 광태 또한 헤어진 경재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경재는 외국으로 떠나고 없다. 1년이라는 세월이 또 다시 흐르고 찾아 온 크리스마스. 광식은 하늘에게 점지해준 운명의 여인을 만나고 광태는 경재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둘은 다짐한다. “이번에는 잘 해 보자.”, “사랑해라고 고백하자.”

 

 


3) 구성


 광식, 광태, 광식이 동생 광태 영화는 이렇게 3개의 시퀀스로 나뉜다. 광식의 순수하고 가엽지만 답답한 연애. 광태의 철없고 무모한 육체적인 연애. 그리고 그 둘이 서서히 알아가는 연애라는 인간사의 관계.

 구성은 서스펜스나 스릴러처럼 정교하지도 용의주도하지 않다. 물 흐르듯이 시간의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그저 밑그림이 그려진 퍼즐을 하나씩 맞추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져간다. 광식이의 연애 담을 이어달리기 배턴 터치하듯이 광태의 연애 담으로 이어진다. 중간 중간 광식과 광태가 교차 편집되어 상반된 생각과 상반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광태의 초콜릿 바구니 사건이 플래쉬 백 되어 술 때문에 잘못 전달했다는 진실을 알게 되고 광태는 광식에게 잘 못 전달한 것을 시인한다. 이제 둘의 연애 담은 ‘사랑’이라는 결말을 향해 돌진한다.

 에서는 작은 일상의 소품 활용이 눈에 띈다. 윤경이 여권사진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자신이 사온 ‘호치케스알’을 광태에게 선물한다. ‘호치케스알’은 광식이 윤경을 그리워하는 씬에서 장면적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 허공에 ‘호치케스알’을 쏘아대는 광식의 모습과 바닥에 펼쳐져 있는 ‘호치케스알’은 짝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 하다. 또한 발레타인 데이의 초콜릿 바구니 역시 일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광태가 경재에게 컴퓨터 잡지를 제본해 달라고 했던 것은 코믹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제본이 완성된 컴퓨터 잡지는 웃음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사랑의 의미를 불어넣고 있다. 이런 소품의 활용은 생활용품이어서 관객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뿌리 깊은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구성은 특별한 것도 없으며 이상할 것도 없다. 그것이 감독의 계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사건이라고 해 봐야. 일웅이 윤경 집의 보일러를 고장 나게 한 것과 광태의 초콜릿 바구니 실수뿐이다. 소소한 연애 담이기 때문에 죽음과 교통사고 같은 큰 사건을 넣었다면 오히려 관객에게 부담감을 줬을 수도 있겠다. 큰 사건이 없지만 일상을 큰 사건처럼 코믹하게 그려냈던 것이 배울만한 점이고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아쉬운 점은 영화라는 장르가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스펙터클하거나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 주지 못 한 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어떤 인상 깊은 장면과 장소를 사진 찍어 나오듯이 간직하고 나올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그림을 찍어 나오진 못 했다. 광식과 윤경의 연애 담에서 인상적인 여행지나 장소 그리고 일상적이기 보다는 좀 더 강한 사건이가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4) 작품성


 로맨틱 코매디를 장르로 하고 있는 는 그 몫을 충분히 다 했다고 생각한다. 웃음을 줬고 사랑이라는 연애감정을 느끼게 했으며 생각해 보게 했다. 재치 있는 대사와 감동 있는 대사의 조화는 로맨틱 코매디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 제목에서부터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각본 등 모든 면에서 적당하고 흘러넘치지 않는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과 같은 것인데 는 넘치지도 모자라지고 앉은 딱 밥 한 그릇의 적당함과 따뜻함 그리고 웃음과 감동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영화들처럼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얼굴엔 미소를 지을 수 있고 가슴에서는 따뜻한 사랑을 꿈꾸게 하는 영화. 그것이 바로 소리 없이 강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