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고백하는 내 여자친구가 부끄러웠던 순간.

김종옥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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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굴욕데이“뭐? 내가 창피하다고? 그게 남자친구로서 할 말이니?” 그래서 남자들은 차마 말 못한다. 대신 창피한 기억을 잊거나 당신을 잊거나 둘 중 하나. 남자들이 고백하는 내 여자친구가 부끄러웠던 순간. 남자들이 고백하는 내 여자친구가 부끄러웠던 순간.1. 쇼핑하다 그녀의 사이즈를 알게 된 날 함께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다 잘빠진 블랙 진에 동시에 꽂혀버린 우리. 커플 바지로 같이 입고 다니자며 즐거워했다. 점원이 가져온 블랙 진을 각자 피팅 룸에서 입고 나오는데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여자친구. 결국 그녀는 나보다 두 사이즈 큰 블랙 진을 샀다. 점원들의 그 씰룩거리던 입꼬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2. 인간적으로 심하게 비교되네~ 여자친구와 데이트 중이었는데 친구들에게서 같이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별 생각 없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친구들이 모인 곳으로 갔는데 그 자리에 친구 녀석의 여자친구가 나와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숨 막히게 예뻤던 데다가 직업은 의사였다. 그때 평범한 내 여자친구가 몹시도 초라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미안해. 잠시 네가 창피했어.

3. 내 약혼녀야. 직업? 그…그…냥 놀아 6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약속한 그녀와 나. 약혼녀 얼굴 좀 보자는 직장 동료들 성화에 회식 자리에 그녀를 데려가 소개한 적이 있었다. 분위기, 좋았다. “어떤 일 하시죠?”라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 백수였던 그녀는 대충 “지금은 그냥 결혼 준비하느라…”라고 얼버무렸고 직장 동료들은 곧이곧대로 듣고 “아, 그렇구나, 전에는 무슨 일 하셨는데요?”라고 다시 물었다. 묵묵부답, 어색한 분위기로 급전환. 졸업 후 취업이 안 돼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내 약혼녀. 그날은 사실 창피했다.

4. 집으로 초대할 때는 변기를 좀 닦아두렴 청순하고 우아한 내 여자친구와 맞는 첫 크리스마스이브 날. 함께 저녁을 먹은 뒤 원룸에서 혼자 사는 그녀를 집으로 바래다주고 돌아서는데 그녀가 “집에 와인 있는데 한잔 하고 갈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 그녀와 멋진 밤을 보내게 되는구나 싶어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녀가 와인을 준비하는 사이, 나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별 생각 없이 변기에 눈길을 주게 된 나. ‘이게 뭐지?’ 변기 안쪽에 쭉~ 하고 묻어 있는 갈색의 흔적!! 오, 갓!

5. 그녀의 컴에 음란 사이트 팝업창들이! 나와 여자친구는 사내 커플로 몰래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였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메신저로 “내 자리로 와서 나 좀 도와줘”라고 치는 게 아닌가. 놀란 마음에 달려갔더니 울먹이는 그녀. 그녀의 모니터에는 음란 사이트 팝업창이 쉴 새 없이 폭죽처럼 터지고 있었다. 바이러스가 제대로 걸려서 종료도 눌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나가던 동료들에게 발각되었고 그들은 박장대소하며 놀려댔다. 그녀는 도대체 업무 시간에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단 말인가. 순간, 몰래 사귀길 잘했다 싶었다.

6. 외국인 앞에서 “아이 돈 노”만 외치던 그녀 약속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 그녀가 외국인들과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키 큰 외국인 남자 셋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녀는 당황한 듯 열심히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놀란 나는 외국인들을 밀치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때 들리는 한마디. “Where is the City Hall?” 노선표를 들고 필사적으로 지리를 묻는 외국인 관광객과 여전히 계속 “아이 돈 노”를 외치는 그녀. 토익책을 가슴에 끌어안은 채. 정말 이건 너무한 거 아니니?

7. 담배, 좀 참을 수는 없었어? 군복무 시절, 금쪽같은 휴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 내 여자친구를 함께 만난 적이 있었다.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술 한잔 하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자 친구들이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워댔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자기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좀 참으면 안 될까?”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다시 졸랐고 나는 그냥 피우고 싶으면 피우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 친구들에게 “저 담배 좀 피울게요” 하고 담배를 꺼냈다. 담배 피우는 여자에 대한 편견은 없는데 그 자리에서 내 기분이 참담했던 건 인정한다.

8. 짝사랑의 콧구멍에서 면발이 나온 날 동아리 MT가 있던 날, 평소 짝사랑했던 그녀에게 고백할 생각이었는데 그녀는 선배들이 주는 술을 다 받아 마시더니 거하게 취해버리고 말았다. 힘들게 토하는 그녀의 등을 두들겨주고 휴지를 건네며 이리저리 챙기던 나는 그만 못 볼 걸 봤다. 그녀의 콧구멍 사이로 비어져 나온 라면 한 가닥. 순간 그녀는 술이 깼고 나는 환상이 완벽하게 깨졌다.

9. 앤디 워홀이 아인슈타인이라고? 여자친구와 함께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전시를 보러 갔다가 홀딱 깨는 그녀의 한마디를 듣게 됐다. “이 사람 그림도 잘 그리는구나. 역시 천재는 달라. 과학과 미술에서 한 번에 톱이 되다니.” 무언가 이상해서 다시 물었더니 “아이슈타인은 정말 대단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했던가. 그 사람 많은 곳에서 그렇게 외치면 난 뭐가 되냐고요~.

10. 브래지어도 자주 갈아입어주소서 여자친구와 술을 마시다 모텔에서 2차를 하게 되었다. 술기운은 올라오고 장난기는 동해서 가위바위보를 하며 옷 벗는 게임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고조되고 심장 박동은 빨라졌다. 그렇게 방의 불이 환히 켜진 상황에서 달콤한 잠자리에 들어갔는데 내 눈에 밟힌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브래지어 버클 부분에 묻은 꼬질꼬질한 ‘때’! 술이 확 깰 정도의 강력한 데미지였다. 며칠 후 그녀의 학교로 속옷 세트 10개와 꽃바구니를 보냈다. 그녀는 내 의도를 눈치 챘을까. 헤어진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게 제일 궁금하다.

11. 친구들 앞이잖아. 제발 워워~ 대학 친구들에게 나의 여자친구를 처음 보여주는 자리였다. 꽤 신경을 쓰고 나온 듯 그날 따라 예쁘게 차려입은 그녀를 보며 나는 흐뭇해했다. 그런데 친구들과 만났을 때 그녀가 보여준 행동은 나를 참 당황스럽게 했다. 그녀는 친구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둘이 있을 때처럼 나에게 애정 표현을 했고, 내가 그걸 받아주지 않으면 토라지는 거였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 손을 꼭 잡은 채였고, 머리를 어깨에 기대고, 손가방을 들어달라고 하고…. 친구들이 속으로 흉보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12. 내 여자친구의 심란한 패션 세계 솔직히 말해 나는 그녀의 옷차림에 대해 불만이 많다. 특히 호피 무늬나 금색 반짝이 의상 등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80년대 엄마 옷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옷들을 보며 나는 가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빠글빠글 폭탄 머리를 하고 강의실에 나타났다. 교수님이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학생, 다음부터 내 수업에 들어올 때는 그런 가발은 벗고 오게. 정신 산만해서 원.” 강의실은 뒤집어졌다. 그녀는 당당했는데 나는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다.

 

★패션 리더★ Style Gi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