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남궁윤정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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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이 길에 들어섰나봐

여기가 어디인걸까, 두리번 거리던 삳이에

눈에 띄는 구두를 발견했어

 

진열장 위에 놓인 구두를 나는 아무 말없이 한참이나 바라봤네

그리곤, 그 구두가 욕심이 났어

나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고,

이미 다른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도,

지금 내 눈앞에 놓인 저 구두가 너무나 가지고 싶어졌지

주위엔 아무도 없었어

가게 안에도, 사람은 없는 듯 했어

그리고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

저 구두 한 짝을 가지고 마구 뛰어버렸어,

 

뒤는 돌아보지 않았지 - 동시에 겁이 났거든

눈을 감지도 않았지 - 동시에 적막해질까 두려워,

 

내가 신고 있던 구두는 벗어버렸어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할 지도 몰라,

멀쩡한 구두를 버리고선 미친 사람처럼 구두 한짝만 신고다니는

정직한 사회에, 비정직한 여자, 그게 바로 나였거든,

 

 

처음엔 내 발에 너무 딱 맞는 크기라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자꾸 시간이 흐를수록 발은 물러터지고,

물집이 생기고, 빨갛게 부어오르더라,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내가 아픈 것 쯤은 참을 수 있었어,

이 구두가 나는, 욕심이 났었거든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겁이 나고 막막해져가

이 구두가 닳아버리기 전에, 나는 다시 이 구두가 원래 있던

그 진열장 위에 가져다 놓아야 하는 거니까,

 

 

이건 내가 만든게 아니잖아,

이거 주인이 애타게 기다릴텐데,

처음부터 짝이었던 나머지 한짝도,

이 나머지 한짝이 있어야지만 온전해 지는 것이므로,

 

 

나는 잠시, 빌린, 것도 아닌,

아무도 몰래, 훔쳐온거나 다름없는거니까

 

다시금 이 구두 한짝이 원래 자리에 놓여지고 나도,

나는 한동안 그 가게 앞을 서성이게 될 것 같아

 

'저 예쁜 구두가 아직도 여기에 있구나'

'참 맘에 들었는데, 내가 가지고 싶었는데'

 

혼자서 중얼거리다, 서글퍼지다, 먹먹해지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사라지고 말겠지

 

 

이구두를 신고 다니는 동안 난 항상 절뚝거렸지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어

아파도 아프다고 벗지는 않았어

 

이 구두를 벗게 되더라도 난 버릇처럼 절뚝걸음을 걷게 될거야

 

동전의 양면처럼, 웃고 있는 내 뒷모습은 울고있었던가봐

남의 것에 욕심을 부린 어리석은아이,

아마도 나는 구두를 벗게 되는 순간부터 벌을 받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