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한정현2007.03.10
조회20
한니발

★★★★☆  리들리 스콧 감독의 우아한 B급 컬트 멜로

 

이 영화를 잘 만든 영화라고 우기지는 않겠다.

하지만 만약 내게, 을 보여준 후

속편을 만들라고 하면 나는 아마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한스 짐머의 환상적인 음악,

리들리 스콧의 환상적인 영상미,

조디 포스터보다 더 몽환적인 매력이 추가된 줄리안 무어,

여전히 지적인 대사들,

악마와 인간의 묘한 교감을 내세운 멜로 전선,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함,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프로덕션 등

 

모든 것이 "매력"의 집합체다..

 

에서와 같은 카리스마나 신비감은 없어도

여전히 그는 사유하는 살인마이다.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인데

영화는 한니발과 세상의 상호작용,

그리고 스탈링과 세상의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둘 사이에 이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끈, 의식의 공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압권은 오프닝인데,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름다운 화면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예술작품들, 비둘기로 가득한 광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스 짐머의 몽환적인 음악이 흐르는 환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는

광장에 내려앉은 비둘기들이 일순 한니발의 모습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흩어지는 모습으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막 잠에서 깨어나는 클라리스를 볼 수 있다.

 

영화의 모든 매력이 집합된 이 오프닝 시퀀스로 영화는

이미 할말의 50%를 뱉어낸다.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유명한 예술 작품들, 그리고 평화의 상징

비둘기 안에도 악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과,

바로 뒤에 이어진 클라리스의 자는 모습을 통해

(그 장면들이 클라리스의 꿈인지는 알 수 없어도)

내면의 악을 '인식'하고 있는 둘 사이의 유대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시종일관 경멸하는 세상 속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니발 렉터와 클라리스 스탈링의

애증이 교차하는 미묘한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스탈링의 입장에 심하게 감정이입되어 한니발과 교감하는 것이

이 시리즈물을 관람하는 나의 태도다... ^^;;)

 

그러면서 영화는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잔혹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엽기적 피의 향연을

이따금 펼쳐보이는데... 뭐 보기 싫은 건 사실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색채를 봤을 때 그런 강렬한 장면들은

필수요소처럼 보인다.

처럼 뚜렷한 동기가 있진 않아도

영화의 살인은 일종의 인과응보처럼 보인다.

 

논란이 되었던 두개골이 갈리고 뇌수가 배어져 나오는 장면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세상의 악마가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짜릿한 형벌이 될 것이다.

머리에 똥만 찬 인간들의 뚜껑을 열어 그 똥을 직접 그 인간에게

먹여주고 싶겠지.. 암...

 

한니발 시리즈는 잔인한 영화를 싫어하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한니발 렉터 박사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과 죄의식, 악의 근원을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다.

그가 스탈링에게 그러하듯이,

가해자와 협력자의 모호한 경계에 서서 자꾸 나의 허를 찌르며

묘한 동질감과 공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P.S.)무엇보다 한니발 시리즈는 OST가 훌륭한 편인데

      그 중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한니발이다.

      역시 한스 짐머는 천재인 것이다!

      음반 전체를 한니발의 영혼으로 만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