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명칭 사라진다
청주 산남고 ‘양성평등 교명 1호’
여성신문 920호 [종합] (2007-03-09)
여학생만 있어도 그냥 고등학교로
충북교육청 적극적 조치 결정적
여성계 “반가운 신호탄…확대 기대”
[권지희 기자]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는 둘 중 하나로 불린다. 남학생이 있으면 무조건 ‘고등학교’이고, 여학생만 있으면 무조건 ‘여자고등학교’다. 그런데 예외가 생겼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지역에 여학생만 모집하는데도 ‘남녀 평등한 학교 이름’을 목표로 학교 이름에서 ‘여자’를 뺀 ‘산남고등학교’가 새로 문을 연 것이다.
탄생 순서로 따지면 서울의 오류고(2000년 개교)와 목동고(2005년 개명·전 양천여고)에 이어 세번째지만, 오류고는 설립 당시 남녀공학을 염두에 두고 교명을 지었다가 개교 이래 여학생만 받고 있고, 목동고도 남녀공학 전환을 위해 개명한 경우다.
여기에는 충북교육청의 파격적인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교장이 학교 이름을 지어 교육청에 보고하면 그대로 인가해주던 기존 관행을 깨고 “양성평등을 위해 교명에서 ‘여자’를 빼라”는 적극적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충북교육청 기획관리과 허용범 주사는 “지난해부터 교명을 바꿔달라는 여성단체의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교육청 내부에서도 ‘남고’는 없는데 유독 ‘여고’만 고집하는 것은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6년 4월 한 여고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자고등학교라는 지칭은 성차별”이라며 진정을 낸 것도 이번 결정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충북지역은 아니지만 학생 당사자가 여고를 ‘차별’이라고 느낀다면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충북교육청은 앞으로도 도내에 신설되는 모든 여고에 같은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어서 여학생만 다니는 ‘고등학교’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전문가들은 “단순히 학교 이름만 바꾼 것이지만 언어의 보수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미칠 사회적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교육청이 직접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의식이 한 단계 진전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는 평가다. 여고가 출현하게 된 배경 자체가 남학생의 고등학교 진학은 ‘당연’하고, 여학생은 ‘특수’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을 부수적 존재로 여기는 가부장적 교육문화 속에서 해당 교육청이 양성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해숙 한국여성개발원 부원장도 “기존 학교까지 교명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산남고가 양성평등한 교명 짓기 흐름에 신호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여고’에 관한 진정은 교명의 권한을 학교장에게 위임한 교육인적자원부가 검토할 사안”이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하고, 3월 중에 교육부에 진정자료를 전달할 계획이다.
여성언론의 리더 www.womennews.co.kr
‘여고’ 명칭 사라진다... 청주 산남고 ‘양성평등 교명 1호’
탄생 순서로 따지면 서울의 오류고(2000년 개교)와 목동고(2005년 개명·전 양천여고)에 이어 세번째지만, 오류고는 설립 당시 남녀공학을 염두에 두고 교명을 지었다가 개교 이래 여학생만 받고 있고, 목동고도 남녀공학 전환을 위해 개명한 경우다.
여기에는 충북교육청의 파격적인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교장이 학교 이름을 지어 교육청에 보고하면 그대로 인가해주던 기존 관행을 깨고 “양성평등을 위해 교명에서 ‘여자’를 빼라”는 적극적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충북교육청 기획관리과 허용범 주사는 “지난해부터 교명을 바꿔달라는 여성단체의 요구가 있기도 했지만 교육청 내부에서도 ‘남고’는 없는데 유독 ‘여고’만 고집하는 것은 요즘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06년 4월 한 여고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여자고등학교라는 지칭은 성차별”이라며 진정을 낸 것도 이번 결정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충북지역은 아니지만 학생 당사자가 여고를 ‘차별’이라고 느낀다면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충북교육청은 앞으로도 도내에 신설되는 모든 여고에 같은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어서 여학생만 다니는 ‘고등학교’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전문가들은 “단순히 학교 이름만 바꾼 것이지만 언어의 보수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미칠 사회적 파급효과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교육청이 직접 ‘실력행사’에 나선 것은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의식이 한 단계 진전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는 평가다. 여고가 출현하게 된 배경 자체가 남학생의 고등학교 진학은 ‘당연’하고, 여학생은 ‘특수’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을 부수적 존재로 여기는 가부장적 교육문화 속에서 해당 교육청이 양성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적극적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은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해숙 한국여성개발원 부원장도 “기존 학교까지 교명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산남고가 양성평등한 교명 짓기 흐름에 신호탄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여고’에 관한 진정은 교명의 권한을 학교장에게 위임한 교육인적자원부가 검토할 사안”이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하고, 3월 중에 교육부에 진정자료를 전달할 계획이다. 여성언론의 리더 www.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