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의 대표 리델

박장원2007.03.12
조회206
와인잔의 대표 리델

와인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단어 중에 리델(Riedel)이 있다. 리델은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와인글라스 제조업체. 와인에 관한 한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 포도농장 주인들도 리델 와인잔만은 인정해준다.

리델 글라스의 최고 브랜드는 소몰리에(SOMMELIERS). 와인 글라스 중 최상이다. 소몰리에란 원래 와인 맛과 향을 감별하는 감별사를 뜻하지만, 리델이 브랜드로 등록했다.

리델은 아주 독특한 회사다. 창사일은 1756년 5월 17일. 역사가 250년이 넘었다. 오스트리아 시골 쿠프스타인에 공장이 있고, 직원은 30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99년 매출액은 6000만달러(720억원), 세후 순익은 600만달러(72억원)가 넘는다. 전 세계 60개 국에 와인 글라스를 수출한다. 와인 글라스로는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는 독보적인 메이커.
리델 패밀리는 10대째 내려오면서 철저하게 유리만을 만들어왔다. 단 한번도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한 적이 없다. 철저하게 가족끼리 유리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리델 왕국을 만들어왔다. 경영철학은 간단하다. 「단 1원의 빚도 지지마라」「마음에 들지 않는 유리잔은 깨라」「외상으로 물건을 주지 마라」「고객의 취향을 만들어라」.

체코슬로바키아 보헤미아에서 시작한 리델 기업은 히틀러가 2차 대전 중 체코를 점령하자, 유리잔을 만들다가 하루아침에 레이더 스크린을 만들도록 지시를 받았다. 이 때문에 2차 대전이 끝나 체코가 공산화하자. 당시 월터 리델 사장은 소련 시베리아로 끌려갔고, 그의 아들인 클라우스 리델은 간신히 몸만 빠져나와 오스트리아로 도망쳤다. 클라우스는 우여곡절끝에 오스트리아 쿠프스타인에 다시 공장을 세워, 아들 조지 리델과 함께 리델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쿠프스타인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인스부르크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인구 1만7000명의 시골 도시. 기자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조지 리델 사장의 비서인 페어씨가 방문 스케줄 표부터 전해주었다. 조지 리델 사장과의 인터뷰 30분. 공장 견학 1시간. 제품 설명과 와인 시음 각 30분. 그리고 기자를 더 놀라게 만든 것은 기자를 안내할 담당자는 물론, 시음할 와인과 와인잔의 종류, 입가심할 물의 상표까지 적어놓은 점이었다. 백포도주는 리슬링 오스트리아 97년산을, 적포도주는 카비네 쇼비뇽으로, 코냑은 헤네시 XO. 어떤 와인잔으로 시음할 것인지까지 준비해두었다. 페어씨는 『리델 사장은 완벽주의자여서 모든 스케줄을 10분 단위로 완벽하게 준비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리델이 성공한 비결은 전 세계 모든 와인에 알맞은 개별적인 와인잔을 만들어내 와인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데 있다. 가령 보르도 포도주를 마실 때는 소몰리에 보르도 잔으로 음미하면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자랑한다. 조지 리델 사장은 『250년에 걸친 리델 가문의 유리 제조 노하우에 최고급을 지향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조화시킨 게 성공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와인 글라스의 모양에 따라 와인 맛과 향이 달라지는 이유는 쓴맛, 단맛, 신맛을 느끼는 혀의 부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 잔 입구가 큰 와인잔으로 와인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머리가 숙여지면서 혀가 포도주에 닿는 부위가 상대적으로 넓어진다. 역으로 입구가 좁은 잔으로 마시면 고개가 젖혀지면서 포도주와 혀가 닿는 부위가 달라져 맛을 다르게 느낀다. 또 와인 잔의 몸통이 크고 작음에 따라 포도주의 향기가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

리델 공장입구에는 아예 포도주 시음장이 있다. 와인을 시음할 때 같은 와인이라도 잔에 따라 맛이 크게 차이나는 것을 몸으로 느끼도록 했다. 전문가 한 명이 상주해 고객들의 와인 테이스팅을 도와준다. 와인 향기를 맡는 법도 가르쳐준다. 와인을 3분의 1정도만 따른 후 천천히 와인잔을 돌린 후 코를 와인잔 속으로 집어넣어 향을 맡는다.

와인잔을 만드는 500평 남짓한 공장. 이 공장의 주인은 장인(마스터)들이다. 한 명의 마스터에 4명의 도제들이 붙어서 쉴새 없이 유리작품을 만든다. 도제들이 장인을 존경하고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멀리까지 느껴진다. 일과는 정확히 오전 6시 30분에 시작, 오후 4시까지 계속된다. 2시간 일하고 15분 쉬지만, 하루에 정해진 생산량을 채우지 못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연장 근무에 들어간다. 와인잔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무려 다섯번의 검사 과정을 거친다. 유리잔의 균형이 맞지 않거나 조그만 흠이라도 있으면 그 때마다 사정없이 쓰레기 통에 던져진다.

도제가 마스터가 되기 위해 기술을 쌓아야 하는 기간은 평균 15년. 처음 2년간은 심부름만 하다가 3년이 지나면 유리잔을 불 수 있는 파이프를 만질 수 있게 된다. 이 때부터 8년간 입으로 불어 유리잔을 만드는 기술을 습득한다. 일단 마스터가 되면 월급은 1만8000달러가 넘는다. 도제들이 만든 유리잔 4개중 한 개 만이 최종 검사를 통과한다. 물론 모든 리델잔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델은 차별화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서 성공했다. 고급 브랜드인 소몰리에는 장인 손으로 직접 제작하지만, 비넘(VINUM), 우베튀르(OUVERTURE)같은 브랜드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