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에 의하면 인간은 사랑으로 산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글씨 대빵만한 어린이 필독도서는 말년에 파문까지 당하는 톨스토이의 종교관이나, 《전쟁과 평화》등 장편대작 위주의 그의 대표작과는 매우 거리가 있어보인다. 주워들은 정보에 의하면 작가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 인기있는 민담이나 전설을 출판업자의 의도대로 글빨살려 펴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이것도 그럴 거라고...)
하지만 이 유명한 이야기보다 내 뇌리에 깊히 박힌 것들이 있다.
이상적 꿈
vs
현실의 위안
하나. '꿈'으로 산다
작년에 정말 인상깊게 읽은 책-
유수연《23살의 선택, 맨땅에 헤딩하기》- 별 능력도, 목표도, 의식도 없이 다만 대한민국의 학벌주의를 증오하던 평범한 대학생이 졸업학년을 앞두고 이건 안되겠다는 결심에 기초도 부족했던 영어에 죽기살기로 매달렸고, 지금의 억대연봉 유명 영어강사 자리에 서게 된 이야기.
러시아로 출국하기 직전 아무생각없이 서점에 갔다가 무엇에 홀린듯 집어들어 바로 사버렸지- 영어에 취약하고 외국어를 전공하는 내게 언어학습의 지침서이자 언제든 노력하면 될거라는 용기를 심어준 책.
아픈데를 정확히 파고드는 유수연씨의 독설과 노력하는 모습으로 번뜩 정신을 차리게 해서 같은 전공생이나,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했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돈도 많고 전국구 유명 강사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그래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하버드'-
학벌주의를 그렇게 증오하면서 결국 학벌이 갖고싶은 거냐고 빈정댈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되든 안되는 '이루고 싶은 꿈'이니까.
낯선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이기며 청바지 차림으로 햄버거를 입에 물고 뛰어다니던 '아름다운' 그 때가 떠올라 행복하다고- 누구에게든 그곳에 가면 영원히 동심이고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꿈 하나쯤은 있는거라고...
[혹자는 내가 아직도 학벌 콤플렉스때문에 하버드를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런 학벌 콤플렉스는 못난 것이라고 훈계하려 든다. 단언컨대, 나는 더 이상 하버드라는 간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꿈이란 구체적인 목표와 보상이 있기 때문에 꾸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공간이고, 막연한 공안이다. 나는 그렇게 꿈을 남겨두고 싶다. 하버드에 가서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 그후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버드가 나의 마지막 시도가 될것이라고 한 것은 내가 돌아가고 싶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순간들을 채우느라 너무나 전투적이 되어 버린 내게, 쉴 수 있는 어릴 적 향수와 꿈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하버드다......
하버드는 하나의 이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안을 채워 나가는 것은 내 자신이다. 굳이 왜 하버드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그곳은 내가 최초로 동경한 공간이고, 내 유치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23살의 ~》본문의 마지막-)]
※ 보너스~ "꿈의 사람"
나는 누군가에 대한 존경-동경 또한 광의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정과 더불어 내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사람에 대한 감정.
누군가를 동경하게 되면 그 감정은 일면, 사랑과 매우 닮아서
더 알고 싶고, 내 존재를 알리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게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는 관계에 있거나 그럴 기회가 주어진 경우는 열외로 두고,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노력해야 한다면
때론 (나를 비롯한 일부 감정의 겁쟁이들에게는)-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내 속에서 환상을 덧붙여 이상적인 영웅이 되어버렸는데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결점이라도 발견해 그게 깨지면- 슬프잖아.
연예인이든 애인이든 멘토든, 누굴 좋아하면 발가락의 때까지 사랑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때는 때'니까.
그냥 하나의 꿈 처럼, 생각할 때마다 위안이 되고 동기가 되는 나만의 위인으로, 영웅인채로 남겨두고 싶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꼭 손에 넣어야 행복한건 아니야- 적어도 내 생각엔, 적어도 내겐.
그냥 동경하는채 흡족해하고,
어느정도 거리 밖에서 지켜보며 닮으려,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것.
그 상태가 내 상상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것 같다
-'때로는' 말이지-
둘. '위안'으로 산다
언제적 얘기더라...그러니까 임백천 아저씨가 지금의 유재석처럼 최고의 진행자로 정말 잘나갈적 이야기다.
대략 1990년 안팎, 90년대 초반인 것 같은데 그 때 임백천 아저씨가 진행했던 한 TV쇼 프로그램의 단편 드라마(최근'진실 혹은 거짓'이나 '반전드라마'같은 분위기랄까-)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쓰다 말고 불현듯, 그 때 서경석씨가 임백천씨 옆에 앉아있었다는걸 기억해내서 여러가지로 검색해봤고, 그 프로그램이 '테마게임'이며 1994년 MBC 대표 오락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략 초딩 저학년 시절인데, 이 시절 있었던 일이라는 것은 사진이 없다면 1년에 서너 장면을 떠올리기 힘들다. 그 희미하고 희박한 기억의 조각 중, TV에 방영된 한 단편드라마가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가장 길고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 이 사실 만으로도 그 때의 어린 내가 그것에서 얼마나 큰 인상 혹은 충격을 받았는지 알수 있다.
- 대강 이런 내용 -
친구 A, B, C, D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만나서 각자 직장을 가진 후까지 우정을 이어가 수시로 모임을 갖는 절친한 동창들.
이 네명은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캐릭터들이 맞는지 그 순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내용상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A: (모르겠다)
B: 완벽주의자 학자
C: 통큰 소규모 사업가
D: 가난한 예술가
이야기는 A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네명이 모두모인 자리. 네 친구는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 따스한 햇빛을 쏘이며 행복해 하고있다. A는 웃으며 옆에 있는 B를 본다. A는 B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를 볼때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의 멋진 언행을 볼때마다 부럽기도 하면서 응원하는 영웅이 악당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승리하는 것처럼 뿌듯하고 짜릿하다.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는 것이 A의 꿈이다. B를 빼면, C는 속이 통하는 괜찮은 친구고 D는 좀 품위가 없고 들러붙는 약간 귀찮은 존재.
어느날, A에게 힘든 일이 닥쳤다. 마음을 잡을길이 없어 방황하다가 늘 의지하던 B를 찾아갔다. 속을 터놓고 함께 술을 마시며 여러 용기되는 말과 조언을 얻으면서 A는 기운을 차린것 같아 "역시 내친구 B야"라고 흡족해한다. 그런데 만났던 장소에서 무언가 잊고 나와서 다시 돌아가 보니 문밖으로 술에 취한 B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C...C라면 좀더 잘했을텐데..."
A는 완벽해 보이던 B가 C를 닮고 싶어하는걸 보고 매우 놀랐으며 C의 어떤 면 때문인지 알아보려고 C의 직장으로 갔다. 거기서 사업상의 일을 아주 매끄럽고 화끈하게 처리하는 C를 보게 된다. 평범하게만 생각했던 C는 매우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A는 B가 C를 남몰래 동경한 이유를 이해했다. A가 이제 C를 닮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C가 소리지른다.
"이게 아니야!!!"
C는 사무실을 뛰쳐나가 급히 어디론가로 향한다. A는 C의 뒤를 밟는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걸까. 그런데 뜻밖에도 C가 이르른 곳은 D의 작업실. A가 별볼일 없다고 무시하던 D다. C는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유리문 밖에서 D의 정신없는 창작과정을 한참동안이나 지켜본다. C가 만족해 하며 자리를 뜬 후에도 A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다. D의 작업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D는 무언가를 집어던져 작업실을 엉망으로 만들며 절규한다. A는 듣는다.
"아냐! 아냐! A처럼 되고싶어!!"
다시 잔디밭. 네 친구는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 따스한 햇빛을 쏘이며 행복해 하고있다. A는 웃으며 옆에 있는 B를 본다.
A는 생각한다: 'B는 참 멋져'
B는 생각한다: 'C처럼 되고싶다'
C는 생각한다: 'D를 닮았으면-'
D는 생각한다: '내가 A라면 좋겠어'
D가 다시 생각한다: 'C보다야 내가 낫지'
C가 생각한다: 'B는 왜 그러냐'
B는 생각한다: 'A는 한참 멀었어'
A도 생각한다: 'D는 이해가 안되'
-마지막 목소리-
우리는 모두 다 이상을 쫓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걸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린 사실 끊임없이 누굴 무시하고 동정하고 있다. "그래도 난 너보다 낫다"는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은 '무엇' 으로 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걸까?
꿈, 위안, 아니면 정말... 사랑?
언제나 그렇듯 김인미식 결론은 case by case.
누구나 양면을 다 가지고 있을테니 편할때 유리한 쪽으로 기대시오.
꿈과 위안- 어느쪽이 되든 자연스러운거고, 어떻게든 스스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의 사고는 아직 건강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분은 공기, 물, 햇빛으로 사시겠군요!!]
-네이버 '사람' 검색결과-
톨스토이에 의하면 인간은 사랑으로 산단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글씨 대빵만한 어린이 필독도서는 말년에 파문까지 당하는 톨스토이의 종교관이나, 《전쟁과 평화》등 장편대작 위주의 그의 대표작과는 매우 거리가 있어보인다. 주워들은 정보에 의하면 작가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 인기있는 민담이나 전설을 출판업자의 의도대로 글빨살려 펴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이것도 그럴 거라고...)
하지만 이 유명한 이야기보다 내 뇌리에 깊히 박힌 것들이 있다.
이상적 꿈
vs
현실의 위안
하나. '꿈'으로 산다
작년에 정말 인상깊게 읽은 책-
유수연《23살의 선택, 맨땅에 헤딩하기》- 별 능력도, 목표도, 의식도 없이 다만 대한민국의 학벌주의를 증오하던 평범한 대학생이 졸업학년을 앞두고 이건 안되겠다는 결심에 기초도 부족했던 영어에 죽기살기로 매달렸고, 지금의 억대연봉 유명 영어강사 자리에 서게 된 이야기.
러시아로 출국하기 직전 아무생각없이 서점에 갔다가 무엇에 홀린듯 집어들어 바로 사버렸지- 영어에 취약하고 외국어를 전공하는 내게 언어학습의 지침서이자 언제든 노력하면 될거라는 용기를 심어준 책.
아픈데를 정확히 파고드는 유수연씨의 독설과 노력하는 모습으로 번뜩 정신을 차리게 해서 같은 전공생이나,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했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돈도 많고 전국구 유명 강사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그래도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바로 '하버드'-
학벌주의를 그렇게 증오하면서 결국 학벌이 갖고싶은 거냐고 빈정댈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되든 안되는 '이루고 싶은 꿈'이니까.
낯선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이기며 청바지 차림으로 햄버거를 입에 물고 뛰어다니던 '아름다운' 그 때가 떠올라 행복하다고- 누구에게든 그곳에 가면 영원히 동심이고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꿈 하나쯤은 있는거라고...
[혹자는 내가 아직도 학벌 콤플렉스때문에 하버드를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런 학벌 콤플렉스는 못난 것이라고 훈계하려 든다. 단언컨대, 나는 더 이상 하버드라는 간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꿈이란 구체적인 목표와 보상이 있기 때문에 꾸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공간이고, 막연한 공안이다. 나는 그렇게 꿈을 남겨두고 싶다. 하버드에 가서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 그후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버드가 나의 마지막 시도가 될것이라고 한 것은 내가 돌아가고 싶은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순간들을 채우느라 너무나 전투적이 되어 버린 내게, 쉴 수 있는 어릴 적 향수와 꿈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하버드다......
하버드는 하나의 이름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안을 채워 나가는 것은 내 자신이다. 굳이 왜 하버드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그곳은 내가 최초로 동경한 공간이고, 내 유치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23살의 ~》본문의 마지막-)]
※ 보너스~ "꿈의 사람"
나는 누군가에 대한 존경-동경 또한 광의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우정과 더불어 내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사람에 대한 감정.
누군가를 동경하게 되면 그 감정은 일면, 사랑과 매우 닮아서
더 알고 싶고, 내 존재를 알리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게 당연하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는 관계에 있거나 그럴 기회가 주어진 경우는 열외로 두고,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노력해야 한다면
때론 (나를 비롯한 일부 감정의 겁쟁이들에게는)-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내 속에서 환상을 덧붙여 이상적인 영웅이 되어버렸는데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결점이라도 발견해 그게 깨지면- 슬프잖아.
연예인이든 애인이든 멘토든, 누굴 좋아하면 발가락의 때까지 사랑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때는 때'니까.
그냥 하나의 꿈 처럼, 생각할 때마다 위안이 되고 동기가 되는 나만의 위인으로, 영웅인채로 남겨두고 싶다. 사람이든 무엇이든 꼭 손에 넣어야 행복한건 아니야- 적어도 내 생각엔, 적어도 내겐.
그냥 동경하는채 흡족해하고,
어느정도 거리 밖에서 지켜보며 닮으려, 인정받으려 노력하는 것.
그 상태가 내 상상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것 같다
-'때로는' 말이지-
둘. '위안'으로 산다
언제적 얘기더라...그러니까 임백천 아저씨가 지금의 유재석처럼 최고의 진행자로 정말 잘나갈적 이야기다.
대략 1990년 안팎, 90년대 초반인 것 같은데 그 때 임백천 아저씨가 진행했던 한 TV쇼 프로그램의 단편 드라마(최근'진실 혹은 거짓'이나 '반전드라마'같은 분위기랄까-)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쓰다 말고 불현듯, 그 때 서경석씨가 임백천씨 옆에 앉아있었다는걸 기억해내서 여러가지로 검색해봤고, 그 프로그램이 '테마게임'이며 1994년 MBC 대표 오락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략 초딩 저학년 시절인데, 이 시절 있었던 일이라는 것은 사진이 없다면 1년에 서너 장면을 떠올리기 힘들다. 그 희미하고 희박한 기억의 조각 중, TV에 방영된 한 단편드라마가 (프로그램 진행자까지) 가장 길고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것- 이 사실 만으로도 그 때의 어린 내가 그것에서 얼마나 큰 인상 혹은 충격을 받았는지 알수 있다.
- 대강 이런 내용 -
친구 A, B, C, D가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만나서 각자 직장을 가진 후까지 우정을 이어가 수시로 모임을 갖는 절친한 동창들.
이 네명은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캐릭터들이 맞는지 그 순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내용상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A: (모르겠다)
B: 완벽주의자 학자C: 통큰 소규모 사업가
D: 가난한 예술가
이야기는 A의 시선으로 흘러간다.
네명이 모두모인 자리. 네 친구는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 따스한 햇빛을 쏘이며 행복해 하고있다. A는 웃으며 옆에 있는 B를 본다. A는 B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를 볼때마다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그의 멋진 언행을 볼때마다 부럽기도 하면서 응원하는 영웅이 악당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승리하는 것처럼 뿌듯하고 짜릿하다.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갖는 것이 A의 꿈이다. B를 빼면, C는 속이 통하는 괜찮은 친구고 D는 좀 품위가 없고 들러붙는 약간 귀찮은 존재.
어느날, A에게 힘든 일이 닥쳤다. 마음을 잡을길이 없어 방황하다가 늘 의지하던 B를 찾아갔다. 속을 터놓고 함께 술을 마시며 여러 용기되는 말과 조언을 얻으면서 A는 기운을 차린것 같아 "역시 내친구 B야"라고 흡족해한다. 그런데 만났던 장소에서 무언가 잊고 나와서 다시 돌아가 보니 문밖으로 술에 취한 B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C...C라면 좀더 잘했을텐데..."
A는 완벽해 보이던 B가 C를 닮고 싶어하는걸 보고 매우 놀랐으며 C의 어떤 면 때문인지 알아보려고 C의 직장으로 갔다. 거기서 사업상의 일을 아주 매끄럽고 화끈하게 처리하는 C를 보게 된다. 평범하게만 생각했던 C는 매우 위엄있는 모습이었다. A는 B가 C를 남몰래 동경한 이유를 이해했다. A가 이제 C를 닮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C가 소리지른다.
"이게 아니야!!!"
C는 사무실을 뛰쳐나가 급히 어디론가로 향한다. A는 C의 뒤를 밟는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걸까. 그런데 뜻밖에도 C가 이르른 곳은 D의 작업실. A가 별볼일 없다고 무시하던 D다. C는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유리문 밖에서 D의 정신없는 창작과정을 한참동안이나 지켜본다. C가 만족해 하며 자리를 뜬 후에도 A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다. D의 작업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D는 무언가를 집어던져 작업실을 엉망으로 만들며 절규한다. A는 듣는다.
"아냐! 아냐! A처럼 되고싶어!!"
다시 잔디밭. 네 친구는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 따스한 햇빛을 쏘이며 행복해 하고있다. A는 웃으며 옆에 있는 B를 본다.
A는 생각한다: 'B는 참 멋져'
B는 생각한다: 'C처럼 되고싶다'
C는 생각한다: 'D를 닮았으면-'
D는 생각한다: '내가 A라면 좋겠어'
D가 다시 생각한다: 'C보다야 내가 낫지'
C가 생각한다: 'B는 왜 그러냐'
B는 생각한다: 'A는 한참 멀었어'
A도 생각한다: 'D는 이해가 안되'
-마지막 목소리-
우리는 모두 다 이상을 쫓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그걸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린 사실 끊임없이 누굴 무시하고 동정하고 있다. "그래도 난 너보다 낫다"는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은 '무엇' 으로 산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걸까?
꿈, 위안, 아니면 정말... 사랑?
언제나 그렇듯 김인미식 결론은 case by case.
누구나 양면을 다 가지고 있을테니 편할때 유리한 쪽으로 기대시오.
꿈과 위안- 어느쪽이 되든 자연스러운거고, 어떻게든 스스로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당신의 사고는 아직 건강합니다.
못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말지,
그나무 열 번 찍어 넘어뜨릴지...
아는게 힘일지,
모르는게 약일지...
내맘대로 편한대로 골라서 외우면 그만이지- 주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