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뒷면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 찾아내기... <좋지 아니한가家>

백혁현200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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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뒷면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 찾아내기... <좋지 아니한가家>

 

  달의 뒷면에는 거대한 구조물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달은 지구를 따라서 함께 돌기 때문에 우리는 그 거대한 구조물을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달에 가까이 갈 수 있었던 우주인만이 아는 사실인데, 이러한 사실은 극비에 해당한다고 영화 속 미스테리 추적 동호회를 만든 박해일 선생은 (믿거나 말거나)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가 매일같이 뻔히 들여다보아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 구성원들, 그 개개인의 달의 뒷면에 있는 속사정이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살펴보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니까 아빠 심창수가 사실은 어린 학생을 돕다가 그만 핸드폰 동영상에 찍혀 원조교제 교사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는 속사정을, 엄마 오희경이 노래방 청년에게 필이 꽂혔지만 사실 청년의 호감은 커피 메이커를 팔기 위한 것이었다는 속사정을, 이모 오미경의 남자 친구가 무협작가인 오미경을 차고 대신 순수문학작가와 연애를 하고 있어 속이 탄다는 속사정을, 아들 심용태가 여자 친구인 하은의 원조교제 사실 때문에 애가 닳고 있다는 속사정을, 딸 심용선이 계약직 선생님인 박해일에게 반하여 미스터리 추적 동호회의 유일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속사정을 그들 서로는 모른다. 이러한 속사정들이 달의 뒷면에 있고 가족들은 달의 뒷면은 볼 수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고 하여도 달은 여전히 달인 것처럼, 가족들이 서로의 속사정을 모른다고 하여도, 서로에게 크나큰 애정을 보이지 않고(“가족은 정말 이상해요. 왜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걸까요?”) 그저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하여도 (“덤덤하게 살자, 덤덤하게... 누가 지금 화끈하게 살자고 이러는 거야?”) 여전히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화끈하게 뭉친다. 달 아래 천변에서의 전투씬(이라기보다는 패싸움씬)은 그렇게 이들 가족의 화합의 한 마당이어서 유머러스하면서도 동시에 애달프다.

 

  의 가장 큰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다.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로 따뜻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얼핏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것은 작은 일본 영화의 특기 같은 것이다) 영화는 유서의 철자가 틀렸을까봐 자살을 포기하는 아들,  밥통을 허리띠로 졸라매서 쓰는 엄마, 인터넷 강의를 배껴서 수업을 하는 아빠 등의 캐릭터들을 가지고도 사람들의 감정을 따뜻하게 만들어간다.

 

  물론 허점도 보이는데 너무 강한 캐릭터들과 이 캐릭터들의 충돌 상황을 웃음의 키워드로 삼다보니, 인물들의 오버가 살짝 거슬릭도 하고 각각의 상황들(은 재미있지만) 그 사이사이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나는 온 가족이 함께 보며 가족애를 고취시켜야 할 영화를 하나뿐인 마누라가 출장간 와중에 혼자서 보고 앉아 있었으니 더더욱 지루했을 터...

 

  하지만 영화는 어쨌든 단점 보다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영화라는 점에서 (그나마 비슷한 예로 혹은 정도가 있기는 하지만) 매력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서 어설픈 가장으로 분한 천호진과 욕을 달고 사는 억척 엄마의 잠깐 스산해지는 마음을 선보인 문희경도 좋다. 그간의 연기 패턴과 비교했을 때 꽤 큰 파격을 이룬 김혜수 또한 매력적이었는데, 이제 막 방 밖으로 나온 그녀에게 노크를 하라고 퉁박을 주는 언니를 향해, 노크는 들어갈 때 하는 거라며 ‘들어가요~’ 능청스럽게 한 마디 던지는 장면은 얼마나 정겨웠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