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합 본령’ 가장 가까이 접근 / 95년의 문제작임은 부인 못해 / 죽음직전 하나의 묵시록 새겨
힙합(Hip Hap)-70년대말 미국 흑인거주 지역에서 탄생한 흑인의 반문화(반문화). 브레이크 댄스와 랩, 그리고 협동 낙서라는 방계의 문법을 거느림.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반문화가 그렇듯 이 정치적 약자의 문화는 백인 문화산업 자본에 의해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 전환된다. 마이클 잭슨과 MC 해머는 그 최대의 수혜자이다.
그리고 90년대의 한국은 이 몸부림의 문화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순화시켜 다만 음악의 장르와 패션 스타일로 받아들였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숱한 젊은 음악가들이 예술 혹은 성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영매로 활용해왔다.
이 기나긴 대열중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혹은 가장 본령의 정신에 가깝게 접근해온 아티스트급의 존재가 바로 듀스이다. 그러나 이 두명의 청년에게 1995년은 영원히 악몽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회심의 결정타로 준비한 이들의 통산 네번째 앨범 「포스 듀스(Force Deuce)」가 김건모와 룰라의 댄스뮤직에 밀려 예상밖의 참패를 맛보고 해산을 단행한 것이 그 첫번째이다. 숨 한번 돌릴 틈 없이 와신상담의 각오로 준비한 김성재의 솔로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에 이 앨범의 주인공이 의문사를 당한 것이 두번째이다.
12·12와 5·18의 청산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최소한의 예의도 상실한 언론과 방송은 주사바늘 자국 하나로 망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짓밟았다.
그의 사인에 관해선 아직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지만 랩댄스뮤직계의 명실상부한 1인자 이현도가 전곡의 프로듀스를 맡은 이 앨범이 95년 마지막 문제작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거의 명백하다.
짧은 연주곡 인트로를 지나 맞이하는 「말하자면」과 느린 템포의 블랙 발라드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는 듀스 시절 정면 돌파의 혈기를 한발짝쯤 뒤로 물러앉힌 기색이 역력하다. 「말하자면」 이 앨범의 전반부는 절치부심의 호흡조절인 것이다.
그러나 이 호흡 조절은 앨범의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서서히 들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도전」의 도전적인 반문을 선제탄으로 김성재와 이현도는 참고 참았던 메시지와 리듬과 멜로디를 순식간에 풀어놓는다. 그것은 「이 바닥에 뛰어든지 벌써 4년째/아니 뛰어들기보단 빠져버렸지」라는 우울한 탄식이 넓게 드리워져 있는 「염세주의자」를 지나 결국 이현도까지 가세하고 마는 마지막 트랙 「힙합정신」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에 참여함으로써 우리에게 알려진 기타리스트 팀 피어스와 음악감독 이현도의 주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신시사이저 주자 스판키의 몽환적인 텍스트를 바탕으로 이 두명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힙합의 「정신」은 태평양 건너의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소화하면서 우리의 「말」로 통관시켜야 하는지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모든 건 자신의 의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단지 그것뿐이다/오로지 그것 뿐이다/그러나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느껴져야만 한다/또 외우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김성재는 불의의 죽음을 당하기 직전 우리에게 하나의 묵시록을 새겨놓은 것이다.
한점 의혹없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우리는 그를 음악가로서 추억하고 평가할 의무가 있다. 적어도 죽음앞에서는 망자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선배인 것이다.
김성재 마지막 앨범(노래마을)
◎ ‘힙합 본령’ 가장 가까이 접근 / 95년의 문제작임은 부인 못해 / 죽음직전 하나의 묵시록 새겨
힙합(Hip Hap)-70년대말 미국 흑인거주 지역에서 탄생한 흑인의 반문화(반문화). 브레이크 댄스와 랩, 그리고 협동 낙서라는 방계의 문법을 거느림.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반문화가 그렇듯 이 정치적 약자의 문화는 백인 문화산업 자본에 의해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 전환된다. 마이클 잭슨과 MC 해머는 그 최대의 수혜자이다.
그리고 90년대의 한국은 이 몸부림의 문화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순화시켜 다만 음악의 장르와 패션 스타일로 받아들였으며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한 숱한 젊은 음악가들이 예술 혹은 성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영매로 활용해왔다.
이 기나긴 대열중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혹은 가장 본령의 정신에 가깝게 접근해온 아티스트급의 존재가 바로 듀스이다. 그러나 이 두명의 청년에게 1995년은 영원히 악몽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회심의 결정타로 준비한 이들의 통산 네번째 앨범 「포스 듀스(Force Deuce)」가 김건모와 룰라의 댄스뮤직에 밀려 예상밖의 참패를 맛보고 해산을 단행한 것이 그 첫번째이다. 숨 한번 돌릴 틈 없이 와신상담의 각오로 준비한 김성재의 솔로 앨범이 발매되기 직전에 이 앨범의 주인공이 의문사를 당한 것이 두번째이다.
12·12와 5·18의 청산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최소한의 예의도 상실한 언론과 방송은 주사바늘 자국 하나로 망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짓밟았다.
그의 사인에 관해선 아직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지만 랩댄스뮤직계의 명실상부한 1인자 이현도가 전곡의 프로듀스를 맡은 이 앨범이 95년 마지막 문제작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거의 명백하다.
짧은 연주곡 인트로를 지나 맞이하는 「말하자면」과 느린 템포의 블랙 발라드 「마지막 노래를 들어줘」는 듀스 시절 정면 돌파의 혈기를 한발짝쯤 뒤로 물러앉힌 기색이 역력하다. 「말하자면」 이 앨범의 전반부는 절치부심의 호흡조절인 것이다.
그러나 이 호흡 조절은 앨범의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서서히 들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도전」의 도전적인 반문을 선제탄으로 김성재와 이현도는 참고 참았던 메시지와 리듬과 멜로디를 순식간에 풀어놓는다. 그것은 「이 바닥에 뛰어든지 벌써 4년째/아니 뛰어들기보단 빠져버렸지」라는 우울한 탄식이 넓게 드리워져 있는 「염세주의자」를 지나 결국 이현도까지 가세하고 마는 마지막 트랙 「힙합정신」에 이르러 절정에 다다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에 참여함으로써 우리에게 알려진 기타리스트 팀 피어스와 음악감독 이현도의 주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신시사이저 주자 스판키의 몽환적인 텍스트를 바탕으로 이 두명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힙합의 「정신」은 태평양 건너의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소화하면서 우리의 「말」로 통관시켜야 하는지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모든 건 자신의 의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단지 그것뿐이다/오로지 그것 뿐이다/그러나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느껴져야만 한다/또 외우기보다는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김성재는 불의의 죽음을 당하기 직전 우리에게 하나의 묵시록을 새겨놓은 것이다.
한점 의혹없는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우리는 그를 음악가로서 추억하고 평가할 의무가 있다. 적어도 죽음앞에서는 망자는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선배인 것이다.
출처 : 1995년12월16일 / 강헌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