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작곡가입니다 표절동영상을 보고..

김호현200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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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까지 작곡을 하다가 그 후로는 직접 가수를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동영상을 보니 터질것이 터졌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요계와 영화음악 게임음악 등 벌써 음악생활 10여년이 넘었습니다. 참 세월이 빠르군요. 실제로 곡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왜 표절을 하게 되고 왜 그런 곡들이 대중들에게 발표되는지 나름대로의 경험을 살려 적어보려 합니다.

1. 음반제작자의 문제
표절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음반제작자가 어떤 가수앨범을 제작할 때 어떤 컨셉을 미리 정해놓고 심지어는 해외가수의 곡까지 준비한 상태에서 작곡가에게 곡 의뢰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음반제작자들이 음악을 알았으면 좋겠지만, 전혀 음악을 모르는 제작자가 많습니다. 단지 마케팅을 잘한다거나, 투자를 잘 끌어오거나… 방송국에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거나… 그럼 당연히 음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작자가 직접 프로듀서가 되어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작곡가는 단지 제작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작업자에 불과하게 됩니다.

2. 사회분위기의 문제
예전에 90년도 중반쯤 크게 터진 한 유명그룹의 표절사건은 그 가수들의 해체와 더불어 주요신문과 TV뉴스에 탑에 오르며 전국민적인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때 표절했다는 노래들을 들어보면 요즘 표절에 비하면 정말 약과인 듯 합니다. 그때 표절작곡가는 아직도 꾸준히 표절을 하고 있지요. 그 당시는 그것이 큰 사건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요즘은 동일한 수준으로 표절을 하는데도 대중들이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대중들이 표절에 무감각 해져 있어서 입니다. 최근 일어났던 표절시비들을 90년대 기준으로 바라보면 그것은 엄청난 범죄행위인데도, 요즘은 표절한 쪽에서 오히려 발끈하지요.. 이런 상황이 작곡가들로 하여금 표절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 대중들도 저작권 침해를 죄의식 없이 하고, 교수들의 논문표절, 방송국의일본프로그램표절, 인기온라인게임들의 표절등...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작곡가역시도 동조하는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3. 기본실력이 부족한 작곡가의 등단
기본실력이 없는 작곡가들이 그저 주어 들은걸 짜깁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보면 많은 신인 작곡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과 직접 작업을 해보면 음악적 지식이 상당히 낮습니다. 요즘은 예전의 아날로그 시절 때에 큰 녹음실에서 고가의 장비로 작업해야 음질이 좋았던 것과 달리 집에서도 충분히 음반수준의 곡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와 VST(가상스튜디오테크놀러지)들의 발달 때문이죠. 그런데 점점 더 음악지식이 없더라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Tool 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작곡을 하는 것이 아니라, Tool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얇은 지식으로는 창작은 할 수 없고 모방 또는 표절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이 경우 신인작곡가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실력이 없는데 음반제작자들은 이들의 곡을 씁니다. 표절인걸 모르고 들어보고 괜찮으니 쓰게 되는 것이죠.

4. 잘못된 작곡가의 마인드
작곡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표절을 하더라도 그 곡이 Hit 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관심도 갖지 않는다. 내가 애써서 창작한 노래가 알려지지 않으면 표절해서 알려지지 않으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내가 아는 노래를 피해서 곡을 창작한다 하더라도 세상 어느 곳에는 비슷한 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이얘기는 맞는 얘기입니다. 음악이론은 과학적 논리가 많고, 동양의 3분손익과 서양의 평균율과 같이 다른 공식으로도 12음계외의 음계를 만든다 하더라도 인간은 불협으로 느끼기에 현재의 12음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거기에서 나오는 멜로디와 코드진행 중에 듣기 좋은 것은 팝에서 이미 다 사용한 상태입니다). 그러면 창작을 하더라도 나중에 표절시비에 휘말릴 수 있으니, 결국 비슷하게 표절을 해도 상관없다.. 라는 논리가 됩니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작곡가는 유명 히트 작곡가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렵게 작업하다가 한번 히트무드를 탄 작곡가는 이때 바짝 벌어보자라는 심리에 줄기차게 표절을 하게 됩니다. 오리지날 창작으로는 혼자서 그렇게 많은 곡을 써낼 수가 없죠. 그래서 자신 아래에 어시스트작곡가들을 두게 됩니다. 그 뒤로는 어시스트들이 대부분 곡을 만들게 됩니다. 예전에는 작곡계에 입문하려면 그 루트도 모르니 만화가의 문하생처럼 어시스트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 때문인지 어시스트는 거의 줄어들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길을 가는 신인들이 많습니다. 과거 꾸준히 히트곡을 내던 작곡가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런 이유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1번의 경우입니다. 우리 대중들은 전문적 음악지식이 부족한 제작자의 입맛에 따라 선곡되어진 곡만을 듣게 됩니다. 그들은 “대중이 원하는 거니까” 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대중에게 히트했던 곡을 표절에만 걸리지 않게 똑같이 만들어달라” 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동조하는 작곡가들도 잘못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범과 공범의 차이일 뿐입니다. 동영상을 보니 가수의 얼굴이 있는데 가수는 이 논란에서 피해자입니다. 물론 가수가 곡을쓴경우는 예외겠지요

이제 시대는 인터넷으로 개인을 알리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연예인이라고 인터넷에서 홍보하면 가치가 낮아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에.. 저의 경우는 작곡가이면서 이제는 음반제작자를 겸해서 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가수와 곡이 제작자와 방송국의 시장논리에 걸러져서 알려지는 것은 나의 논리에 맞지 않아서 입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대중과 직접 만나보려고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회사는 소규모여도 만들어지는 가수는 월등히 실력있는 가수를 만들 수 있는데, 우리 가수 지망생 친구들은 화려한 모습만 보고 찾아오니, 그것이 좀 어려운 점이군요.. 스타로 키워낼 지망생도 이젠 너무 없습니다.. 처음 만들었던 “레이킹” 이라는 가수는 3번째 싱글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서, 곧 싱글CD를 내려하니, 노래잘하는 이런 친구들에게 관심 가져 주시면 우리 가요계가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요작곡가입니다 표절동영상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