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

김경화2007.03.22
조회102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도우

완전 반함

 

언젠가부터 취급하지 않았던 국내소설을 오랫만에 접해봤다.

나는 이름이 특이하거나 예쁜 사람은 이유따위 따져보지 않고 친해지고픈 의욕이 앞서는 사람이라, 역시, 주인공 이름..참 중요하단 말이지. 그 문구 속에 "공진솔"이라는 이름이 보였고, 그래서 골랐다.

라디오 구성작가로 오래 일해온 저자가 쓴 소설 속 여주인공 "공진솔" 또한 라디오 구성작가다. 그의 파트너인 "이 건"피디, 이건피디의 친구 "선우, 에리" 커플, 공진솔의 친구 "한가람"

어쩜 이름들이 이렇게 내 맘에 쏙 드는지..^.^

이런 쓰잘데없는 말로 이 지면을 채워버리기엔, 너무도 매력적인 소설인데 뭐하는겐가...ㅎㅎㅎ

 

500페이지분량의 긴긴 장편..

끊임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에 어찌나 재미나고 가슴설레는지..

그 에피소드들 속, 그들이 나누는 주옥같고 현란한 대사들..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되는 서울풍경..인사동,광화문,신촌,,,,

하튼, 다 내가 안 가본데만 이것들이 쑤시고 댕기고 있다.

지금, 그들이 걷고 또 걷고 이야기하고 사랑하던 곳에 가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다.

 

작가의 말에 쓴대로, 천천히, 느리게 그린 사랑이야기다.

느리게 그렸지만, 내 느낌은, 너무도 뜨겁다. 너무 지나치다.

지나치게 사랑한다. 이 사람들..

그래서 웬지 욱씬거린다. 이런 욱신거림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주인공들의 재치있는 대사들이 가볍게 희석시켜서 날려준다.  

 

이도우.

읽는 내내 끝까지.. 저자를 남자로 알고 있었던 나는..

어떻게 남자가 이렇게도, 섬세하게 그릴 수 있을까..

감탄에 감탄에 감탄을 했었는데, 써글, 속았다. 여자였다. ^^;;

그러니, 너무도 섬세한 필체로 감동먹은 건, 무효다.

 

어쨌든, 여작가답게 여자들의 마음에 꼭 드는 사랑을 그려냈다.

이건의 행동하나하나, 말투하나하나,에 지진이라도 난 듯 가슴이 떨려온다.

 

당신 말이 맞아.

나, 그렇게 대단한 놈 아니고...내가 한 여자의 쓸쓸함을 모조리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않아.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 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테니까. 그런데.....
그날 빈소에서, 나 나쁜 놈이었어요. 내내 당신만 생각났어.

할아버지 앞에서 공진솔 보고 싶단 생각만 했어요.

뛰쳐나와서 당신 보러 가고 싶었는데...

정신 차려라, 꾹 참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신 문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