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오길 참 잘했다..

이진영200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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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인적 드문 이 곳.

이 곳에 너른 터를 잡고,

 

여긴 내 땅! 퉤~퉤~

 

기를 꽂는다.

 

'주인 있씀' 

 

투박하게, 큼직큼직 주.인.있.씀! 이라고

쓴 기를 내 땅 한가운데 꽂았다.

 

(힛...도시 냄새나는 퇴물이 아닌,

구수한 이방인이라고 속이고 싶었나보다.)

 

사방을 둘러보이는 거라곤, 

그림에서나 본 듯한 풍경같은 집들 몇 채.

뛰노는 척, 은근히 마을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누런 개들 몇 몇.

그리고 나머진 완전 푸르다.

됐다.

 

'봄에 오길 잘했군.'

 

이 곳에 터를 마련한 건,

그리 오랜 세월 바래왔던, 숙명같은 일을 해낸 것이였지만

막상 와보니, 나를 무슨 새로 역임하는 동네 이장 쳐다보듯 

미심쩍은 눈길로 치어다보는 눈길이 자꾸만 느껴져 

온 몸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 됐다.  

드디어 내 땅에 들어서고 보니,  

이제 모든게 됐다~싶다.

 

큰 숨 한번 쉬고나서 나는

땅 따먹기를 하듯,  

잘근 잘근 땅을 나누어 푯말을 세운다.

 

야채 키울 곳,

화단 만들 곳,

연못 만들 곳,

앉은뱅이 대문 세울 곳,

울타리 칠 곳,

개 고양이 보금자리 만들어 줄 곳,

미니 조각공원 꾸밀 곳,

철봉 세울 곳,

투박한 벤치 놓을 곳...

 

그리고 가장 넓고 햇볕 잘 드는 남향으로

차향 가득, 책 냄새 가득 채운 갤러리를 만든다.

 

별다방 콩다방 저리가라 하는

맛과 향으로 커피를 뽑아 손들에게 대접하고.

 

또 솜씨가 좀 더 나아가주면

들꽃茶도 자랑스레 끓여내보이리라.

제과를 하는 서울 친구의 솜씨도 좀 빌려

맛있는 과자도 좀 공수해 내어놓기도 하고...

 

그 과자로 인해 꼬맹이들이 날 무지 좋아하겠지.

난 동네 꼬맹이들한테 멋진 아줌마로 금방 소문나겠지?

큭큭큭...

 

물론, 갤러리의 진짜 주인은 책들이 되겠다.

서울에서 지인들에게

'다 읽었거나, 두 세권 있는 책은 제게 나눔을...'

하며 구걸해다 모은 소중한 책들.

하나 하나 먼지 털어가며

어울리는 곳에 꽂거나, 놓아두거나, 걸어두거나...

우리집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개방할 생각이다.

잘 운영될까??

 

 

햇살이 길게 늘어진다..

기분이 좋다.

이곳으로 와서 가장 좋은 점은

햇살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앞뒤옆으로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니,

햇살도 끊어지지 않는구나.

 

'한 큐 햇살. 땡큐...

여기 땅 값에 네 값은 포함된 적 없었는데,

뭘로 보답해줄까...^^ ?'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나는 그저

투박한 의자 하나 내주고는   

'말 많고 시끄러운 세상에서는 

차마 토해지지 않았던

시큼한 속내 꺼내서 말끔하게 말리세요...'

이렇게 햇볕을 공짜로 대접해야겠구나.

 

그럼 난, 기분 좋은 인사를 공짜로 주워 담겠지.

이런 남는 장사가 또 어딨어?

 

괴발개발 그려온 설계도를 손에 꼭 쥐고

이제부터 나는 희망만을 꿈꾸겠다.

햇살로 어두운 마음의 주름을 피고,

공짜로 주워담은 인사로 배 불리고,

좀 더 넉넉해진 마음으로 다시 세상을 대하리라.

 

 

잘했다...

미련 다 놓고 이 곳에 오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