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차카의 제왕,불곰

이대희200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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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차카의 제왕,불곰 안녕하세요? 맛있는 토스트 BOOK 입니다 캄차카의 제왕,불곰

 

한국인 최초로 캄차카의 불곰을 추적하다

캄차카의 제왕,불곰


2007년 3월 7일. KBS 1TV의 <환경스페셜>은 방송 80년 생명대기획 시리즈의 하나로 최기순 감독의 캄차카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불곰의 땅, 캄차카'라는 제목으로 방명된 이 다큐멘터리는 <반달가슴곰 미샤, 마샤의 홀로서기>로 우리에게 곰의 생태를 보여준 최기순 감독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캄차카의 생태를 담은 영상이다.

 

 

캄차카의 제왕, 불곰 / 최기순 지음 / 들녘

캄차카의 제왕,불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캄차카는 러시아의 동쪽 끝에 고구마 모양으로 붙어 있는 얼음에 덮인 화산 땅이며, 불곰이 자유롭게 서식할 수 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땅이기도 하다. 이 책 '캄차카의 제왕, 불곰' 은 최기순 감독이 캄차카에서 만난 불곰들의 사진과 함께 눈과 초록풀, 활화산이 공존하는 천혜의 풍광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 책은 캄차카에서만 찍을 수 있는 생태다큐멘터리 사진집이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감독의 개인적인 가치관과 야망, 힘든 촬영 과정, 운명적인 사랑과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 등을 캄차카의 웅대한 풍광을 배경으로 담담하게 펼쳐놓고 있다.

 

캄차카의 제왕,불곰

 

6월이나 7월 무렵 캄차카에 도착한 이들은 불곰이 연출하는 목가적인 장면에 종종 혀를 내두르곤 한다. 겨우내 훌쭉해진 불곰들이 방목 중인 가축처럼 초원 위를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 모습 때문이다.


"내가 오래도록 캄차카를 열망한 것은 그곳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사라져버린 거대 야생동물들의 자유로운 서식지이며, 또한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 동물들은 '시베리아 불곰' 혹은 '시베리아 표범'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다. 그들은 지구인 모두가 소중히 보호해야 할 자연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국인의 눈으로 한국인의 손으로 시베리아 탐사 10년 시리즈의 신호탄

캄차카의 제왕,불곰

 

곰 가족을 따라 계속 이동하다 보니 멀리 까르돈이 보이는 언덕배기에 이르렀다. 어미와 새끼가 애정을 표현하며 노니는 모양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예외가 없다. 서로 핥아 주고 눈을 맞추고 손발을 까부르며 장난치고.... 새끼들은 한동안 저희끼리 구르더니 어미가 움직이자 총총히 따라 나선다. 굴집으로 이동할 모양이다.


최기순의 시작은 휴먼 다큐멘터리였다. 1994년부터 제일기획, EBS, 삼성영상사업단 등에서 꾸준히 다큐멘터리를 찍어왔으니 카메라를 둘러메고 세계를 휘젓고 다닌 것도 올해로 십년이 훌쩍 넘었다. <세계음식문화기행>, <남극점 탐험>, <세계 열기구 탐험> 등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작업도 많았지만 <오세아니아 대탐험>을 끝냈을 때쯤, 최기순의 관심은 멸종 위기에 놓인 포유류에 가 있었다. 인간보다 자연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게 되면서, 이후로 한반도에서 사라져버린 동물의 흔적을 찾는 일에 나머지 인생을 걸었다. 그래서 같은 자연이지만 우리나라와 생태가 다른 아프리카 동물들에게는 흥미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연은 일제강점을 기점으로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한국의 야생동물들은 결국 두만강 위, 러시아 연해주 위로 깊숙이 숨어버렸다. 그 중에서도 캄차카 반도는 러시아 내에서도 '폐쇄된 곳'이라 불릴 정도로 열리지 않은 곳이었으니 야생동물을 찾는 최기순의 마음이 캄차카에 닿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캄차카의 제왕,불곰

 

반간운 손님

[2005.06.07] "최 감독! 빨리 좀 나와봐요!"

이른 새벽. 이고르가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얼른 옷가지를 갖춰 입고 나갔더니, 이고르가 창고 쪽을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고르가 부엌에 연결된 창고문을 열었다. 불곰 한 마리가 반대편 창고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창고 안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었다. 만일 먹을 게 있었다면 불곰은 틀림 없이 다시 찾아올 터였다.

불곰은 한동안 눈동자만 굴리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자작나무 숲인 까르돈 뒤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창고 유리창에 카메라를 올려놓았다. 이고르가 밖에 나가지 말고 창고에서 촬영하라고 귀띔해주었기 때문이다.

 

캄차카의 제왕,불곰


"불곰은 내가 계획하고 있는 시베리아 10년 시리즈의 신호탄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인의 눈으로 연구 관찰한 생태계의 모습을 남겨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남의 나라에서 기획하고 만들어 낸 콘텐츠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은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또 자연을 기록하는 일을 업으로 택한 나로서 도저히 참아내기 힘든 열등감이었다. 한국 최초의 불곰 현지 촬영은 이렇게 탄생했다."

불곰의 마지막 땅, 캄차카

캄차카의 제왕,불곰

 

"불곰의 사냥 솜씨는 예술이예요. 한번 지켜봐요!"

이고르의 말대로 카메라 방향을 약간 틀었더니 처음 보는 곰들이 앵글에 잡혔다. 어떤 녀석이 강 가운데 벌떡 일어서 연어의 방향을 살피고 있었다. 개중에는 물속에 얼굴을 처박고 연어를 관찰하는 호기심 많은 곰도 있고, 이미 산란하고 죽어버린 연어만 잡아 올리는 게으른 놈도 있었다. 나이든 곰들은 대개 그런 식으로 연어를 사냥한다고 한다.

"이고르, 저 놈은 꼭 사람 같네요!"

물가에 고개를 박고 연어가 오기만 기다리는 녀석도 보였다. 박제된 인형 같았다.

"연어라고 해서 의심이 없는 건 아니예요."

이고르가 말을 이었다.

"연어도 곰 근처엔 잘 가지 않아요. 몇 미터 앞에서 방향을 틀어버리곤 해요. 그러다 의심이 풀리면 산란하러 기슭으로 가는 거지요."

이고르가 말을 하는 순간 모래톱에 서 있던 곰이 몸을 날렸다. 녀석의 입엔 어느새 연어가 있었다!


연중 8개월이 겨울인 캄차카에서 불곰을 촬영하려면 6월부터 10월까지 단 4개월 동안 모든 작업을 끝내야한다. 그 짧은 봄, 여름, 가을, 초겨울 동안 원하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리 불곰의 땅인 캄차카라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기순은 '불곰의 교미' '불곰의 연어사냥' '굴집' '동면에 들어가기 직전의 불곰' 까지 행운의 여신이 도와줬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화산과 곳곳의 간헐천은 얼어붙은 캄차카의 땅을 녹이고 생명을 낳는다. 그 모습을 담은 웅장한 사진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캄차카의 제왕,불곰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허락되었을 뿐인데도 도시의 시간과는 전혀 달랐다.

빠름과 느림의 구분도 없었고 아침과 밤이라는 구분조차 아무 의미가 없었다.

캄차카는 내가 선택한 최상의 일터인 동시에 시간 앞에 무릎을 끓게 해준 스승이었다....


자연다큐멘터리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다
우리나라는 다큐멘터리 분야의 사진이나 필름, 책들이 충분히 소비되어 그 가치가 재투자되는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사진작가들과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늘 재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재정적인 문제와 더불어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주위의 인식도 작업하는 데 어려운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미개척 분야나 다름없는 거대 포유류의 세계를 앵글에 담아가겠다는 생각이야말로 '무모한 도전' 일 수 있다. 하지만 최기순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건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최고의 영상을 얻겠다는 본능적인 의지가 살아있는 최고의 기쁨이기 때문일 것이다. 곰과 함께 사는 사내다운 투박함으로 담담하게 전하는 사진 이야기, 불곰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모든 것을 걸겠다는 그의 의지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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