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박상준200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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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작년에 유쾌하게 읽었던 무라카미 류의 ‘69;sixty nine'과 가즈시로 가즈키의 'Revolution no.3'가 떠올랐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다시금 즐겁고 추억 많은 ’고등학교 시절‘을 건드렸기 때문이리라. ’69;sixty nine‘과 ’Revolution no.3'가 유쾌하고 빠른 전개의 남성 성장 소설과 그에 걸맞는 영웅담을 가지고 있다면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여성 성장 소설에 차분하고 감성적인 것에 매력을 호소한다.


  여섯 가지의 짤막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소녀들. 여느 같은 또래의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사춘기를 겪으며 이러저러한 사소한 일에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것은 누구나 겪는 사랑의 문제, 외모의 문제, 학업의 문제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소설 속의 화자들은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한 문제들은 사실 그들에게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며 이미 그들의 삶을 형성해 나가는 의미있는(?) 하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화자들은 하나같이 특별해 보이고 그들에게 쉽게 동조되어지고 만다. 이는 분명 에쿠니 가오리의 청아하고 감성적인 문체가 나의 내면을 쉽게 지배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고생이 주는 순백의 이미지가 그들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으리라.


  어렷을 적에는 디즈니의 아름다운 결말이 주는 기쁨과 행복이 좋았고 얼마 전까지는 결말이 분명하면서도 애틋함과 아쉬움을 주는 슬픈 이야기(비극)가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점점 성숙해 질수록 결말에 애착이 가기보다는 일상적이고 잔잔한 감동과 울림이 가슴 속 깊이 사무치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가 제일인 듯 싶다.

 

2007.1.4 첫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