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부딪쳐라

박효진200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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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한국외대에서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강연회가 있어서 갔다.

그 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이명박을 보고 싶어서 였다.

 

대개 그러한 자리에서

그렇게 높은 위치에 올라간 사람은

약간 무겁고 진중한,

고상한 척인지 진짜 고상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딱딱한 부류의

검은 양복쟁이이기 마련인데,

그곳에서 만난 이명박씨는

진솔하고 농담하기 좋아하는 쾌활한 사람이었다.

그 자체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잘 곳이 없어

달동네 언덕 꼭대기 공동 숙소에서 잠을 자고 

풀빵 장사, 뻥튀기 장사를 하고

이태원에서 청소부로 일하기도 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바빴다는 젊은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가열차게 자신을 불태워서

결국에는

소위 말하는

성공을 거머 쥔 사람.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막막하고 힘든 상황에서

결국에는 이루어 내고야 만 사람.

 

그 때 나에게 힘을 주었던 그 강연의 기억에 이끌려서

또한

그 사람의 인간적인 고민과 애환을 들어보고 싶어서

책을 들었다.

 

 

이 책은 

그가 서울 시장을 역임하면서 생긴 수많은 일들의

뒷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하면 되겠다.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좀 적어서 실망했지만,

느릿느릿 거북이식의 행정 체제와

낡아빠진 관료사회를

CEO 출신 다운 안목과 힘 있는 리더쉽으로

개혁하고 변화시킨 이야기이다.

 

 

이제는 정부도

기존의 관료적인 고루한 행태와 문서에만 얽매이던 태도를 버리고

보다 더 유연한 태도로, 빠른 속도로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일종의 기업 아닌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이러한 신념을 가진 그의 지휘 아래,

예산 10% 감축이라는 놀라울 정도의 효율과

외국에서 발벗고 벤치마킹을 서두를 정도의 훌륭한 도시 행정 시스템을 가진,

브랜드로서의 '서울'을  탄생시켰다.

역시 CEO 출신이라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덮고서

절망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낡디 낡은

공무원 관료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혁신과 개혁은 계속 되어야 하며

비단 '서울시청'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 문화, 교육, 사회, 여성, 경제 등등

모든 공무원 사회 전체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와야 할 것이다.

그 바람의 최전방에 서서 온전히 자신을 바칠 수 있다면

그러한 삶 역시 멋진 인생이리라.

또한 

지금 너에게 그러한 삶은 가당치도 않다고

비웃을 이유도,

할 수 없다고 지레 겁먹고 좌절할 일도 없다.

이미 이명박, 그 존재가

그의 시비를 떠나서

하나의 가능성과 희망의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이 수필과도 같은 형태로 쓰여졌기에

읽기에 어려움은 없다.

(나같은 경우 서점에서 다 읽어버렸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위인전이나 CEO 평전같은 책을 보면

'역시...' 하면서 어김없이 부닥치는 그 생각,

당신이 충분히 알고 있을 

그러한 느낌의 책이다.

비록 그 느낌은 식상하지만

사람마다 그것을 독자에게 던지는 방법은 제각각이기에

언제나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당신은 이를 통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가기 마련이다.

반복되는 생활과 타성에 젖어

지친 눈으로 풀린 다리로 멍하니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에게

다시 뛰기 위한 무언가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고 심장을 뜨겁게 할 피를 수혈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