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류병희200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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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김명기 - 휘성, 거미, MC the Max의 이수 4인조 밴드 ‘활’의 보컬리스트. 12년 전부터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가르친 제자가 1만2천 명에 이른다는 그는 현재‘보이스 아카데미 (www.kmkvoice.x-y.net)’를 운영하면서 여전히 밤을 새우며 음악 공부를 하고 있다. “어떤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 나는 목소리를 아날로그 보이스와 디지털 보이스로 나눠 설명한다. 소리의 진동수가 기본음의 2배, 3배로 커지는 음을 배음(倍音)이라고 한다. 배음이 많이 실리는 목소리, 쉽게 말해서 진동수의 폭이 넓은 목소리가 아날로그 보이스다. 흔히 ‘살아있는 목소리’라고도 부르는데, 단점이라면 이펙터를 걸어도 잘 안 먹힌다는 거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수들이 아날로그 보이스를 냈다. 옛날 노래를 들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도 그 목소리 때문이다. 그러다 80년대 중반부터 가수들 목소리가 디지털 보이스로 바뀌기 시작했다. 디지털 보이스는 대부분 목소리가 예쁘고 배음이 적어서 이펙터가 잘 먹힌다. 그렇다고 ‘죽은 목소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 활동하는 가수 중에 아날로그 보이스를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조용필이다. 보컬리스트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사실 보컬 트레이너는 ‘가르치는’사람이 아니다. 기본 테크닉이야 당연히 가르치지만 그보다는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면서 좋은 소리를 내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옳다. 가끔 테크닉만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그냥 돌려보낸다. 녹음이 몇 달밖에 남지 않아서 ‘과외’가 필요한 가수가 아니면 노래 부를 ‘자세’가 된 친구들만 받아서 ‘정규 교육’을 한다. 가장 아끼는 제자 한 명을 꼽으라면 역시 휘성이다. 우연히 새벽 2시에 휘성의 소속사 근처 편의점에서 처음 만났다. 꾸벅 인사를 하더니 이런 점들이 부족하다고 고민하길래 연습실로 가서 노래를 들어봤다. 부족하긴 했지만 테크닉은 괜찮았고, 아날로그 보이스를 가지고 있었다. 소리를 무리하게 내는 게 가장 문제였다. R&B나 소울을 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흑인들의 우람한 소리를 좇다보니 자기 몸이 낼 수 있는 120%의 소리를 낸다. 그렇게 연습하면 배우는 점은 있겠지만 프로가 계속 무리하게 소리를 내다보면 노래 못한다고 찍힌다. 휘성 역시 고음에서 소리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고음에서 소리를 가볍게 내는 법, 소리 내는 위치를 바꾸는 법 같은 걸 가르쳤다. 호흡도 문제였다. 그는 선천적으로 기관지염과 비염을 앓기 때문에 노래하기에 힘든 몸을 가졌다. 호흡도 건강한 사람보다 짧아서, 호흡을 잘 이용해서 편안하게 노래하는 법과 무리 없이 도약 진행을 할 수 있는 법도 알려줘야 했다. 물론 저음에서 고음까지 똑같은 크기와 두께로 소리를 내는 법 같은 건 기본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휘성은 그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 정도 배우는 게 빠른 정도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네 배 정도 빠르다. 휘성이 요즘 젊은 가수들 중에 가장 노래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건 무지하게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음악을 끼고 사는데, 차 안에서도 소리 연습하느라고 입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지만 휘성을 가장 아끼는 제자로 꼽는 건 그런 성실함 때문이다. 노래는 진실하다. 노력하면 열정이 생긴다. 휘성은 그 정열과 열정이 목소리에 묻어 나온다. 그걸 ‘필’이라고 얘기하지만 듣는 사람은 휘성의 열정을 느끼는 것뿐이다. 휘성과 박효신 중에 누가 노래를 더 잘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휘성이 더, 못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상황은 바뀔 것이다. 박효신은 어린 나이에 이미 자기 목소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항상 똑같다. 휘성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목소리가 미완성일 거다. 계속 무언가를 추구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늘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중은 그 미완성인 상태, 노력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하지만 휘성이나 나나 보컬리스트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아직 멀었다. 그는 아직 고음에 힘이 들어가서 불편한 소리를 낸다. 목에 힘을 빼고 편안히 부르게 하고 있는데, 계속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교정이 쉽지 않다. 힘들게 절규하듯 부르는 예전의 휘성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요즘엔 성의 없이 부르는 게 아니냐고 서운해할 수 있지만, 어차피 가수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그보다 요즘 휘성을 보면 가끔 불안해진다. 뮤지션이냐, 엔터테이너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가수가 ‘몸 만드는’거다. 가수는 근육을 만들면 안 된다. 소리 내는 쪽이 아니라 근육 쪽으로 힘이 빠지기 때문에 노래가 잘 안나온다. 운동을 해도 하체 위주로 해야 하는데, 휘성이 얼마전 3집을 내면서 상체 훈련까지 해버렸다. 그래서 “네가 노래할 놈이냐”고 크게 혼을 냈는데, 생각해보면 소속사의 뜻이라는 게 있으니 가수로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1, 2집이 뮤지션 느낌이 짙었다면 3집은 약간 엔터테이너 지향적인 면이 보인다. 여기서 발을 잘못 디디면 노래보다 다른 잡다한 생각이 많아지면서 노래 생명이 짧아진다. 휘성에 비하면 거미는 재능을 타고났다. 처음 만났을 때 1집을 낸 상태였는데, 노래는 너무 하고 싶은데 잘 되질 않아서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딱 두 가지만 가르쳤다. 소리에서 낮은 배음을 없애고, 높은 배음을 편안하게 내게 해서 소리를 띄울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소리 위치를 바꾸지 못하길래 비성을 연습시켰다. 일단 소리가 코로 지나가야 두성도 나온다. 성악적인 발상으로는 소리를 한 위치에서 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톤이 지루해지기 때문에 대중음악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그래서 후두를 분리해서 쓰면서 소리 위치를 바꿀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되면 듣는 사람도 지겹지 않고 목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거미가 앨범을 내는 바람에 두성까지는 못 가르쳤는데, 비성까지는 만족한다. 나는 제자한테 지시하지 않고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데, 거미는 내 뜻을 굉장히 빨리 깨달았다. 2집도 기대 이상으로 소리가 잘 나왔다. 하지만 소리를 가볍게 내다보면 자칫 소리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 거미는 이제 파워풀한 소리도 편하게 내지만 오히려 ‘필’은 1집보다 못하다. 업그레이드된 소리에 맞춰 느낌도 살려야 하는데, 아쉽게도 아직 그 조화까지는 못 가르쳤다. 목소리를 가볍게 내면서 동시에 소리를 밀고 당길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노래가 쉽게 잘 나오니까 기쁘겠지만 이제 얼마후면 그런 문제로 고민할 것이다. MC the Max의 이수는 앨범 내기 전부터 2집 때까지 2년 반 정도 가르쳤다. 거미처럼 재능도 뛰어나고, 노력도 많이 하는 친구다. 그런데 요즘은 커리어 덕분에 목소리가 부드러워져서 그렇지, 오히려 예전보다 노래가 못하다. 아직 그 나이에 내서는 안 되는, 열정 없이 흘리는 소리가 슬쩍 슬쩍 보여서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어릴 땐 세계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가르치는 게 내 천직인가?’싶어졌다. 하지만 선생이라면서도 4, 5년 전까지는 휘성 같은 제자들을 보면 가끔 가슴이 찢어졌다. ‘잘 나가는’ 제자를 둔 ‘못 나가는’선생이라는 것도 아팠고, 내가 10년 동안 혼자 깨우친 걸 몇 달 만에 배우는 재능있는 놈들을 보면 부럽고, 얄미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소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 과외 선생에 가까운 보컬 트레이너들에 비하면 나는 소리를 위주로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라고 자부한다. 대학에서 강의 제의도 들어오지만 새내기들에게 무대 매너를 가르치는 지금의 풍토에서라면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