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서태후

유동숙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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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서태후


한 남자를 끊임없이 사랑했으나, 역사의 물줄기와 통치 권력이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의 주인공이자, 밀려오는 외세에 강력하게 대처해야만 했던 잔혹한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던 '꽃과 칼날의 여인' 서태후. 작가 펄벅이 복원한 '서태후'는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그녀의 결점을 넘어, 그녀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들을 자금성의 풍부한 정취와 섞어 실감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글의 서문에서도 밝혔듯 서태후의 이름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환란의 청조 말기에 그녀의 이름은 어떤 이에게는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었으며, 반면 어떤 이에게는 무시무시하고 매몰찬 이름이었다. 중국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왔던 펄벅 여사에게 있어 ‘서태후’의 이름은 과히 매력적인 소재였음이 틀림없으리라 짐작된다. 우리는 이미 라는 걸작에서 확인된 바 있는 그녀의 놀라운 필력과 사실적 탐구, 소설적 묘미를 끌어내는 힘 등을, 다시 한 번 ‘서태후’에서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다. 펄벅은 실로 놀라운 솜씨로 이 희대의 악녀를 순수하고 열정적인 여인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데, 우리는 작품의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서태후의 일관된 모습- 사랑과 권력, 그리고 그 외의 수많은 요소들 속에서 갈등하고 부활하는- 에 놀라게 된다.


나는 서태후를 단지 냉정한 여정치가, 권력을 위해서는 매정하게 정적들을 숙청하고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가차 없이 철권을 휘두르는 인물로만 알았다. 이 책은 나에게 서태후의 이름뒤에 묻혀진 인간적인 '난아'를 알게 했고, 매력적인 여인이된 '예흐나라'를 새롭게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