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오늘 내가/김언희

안진주200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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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오늘 내가/김언희

문이, 벌컥
열리고 헐레벌떡 추억은

되돌아온다 마치 잊은 것이라도 있다는 듯이
추악한 삶보다 끔찍한 것은 추악한 추억
까마귀 고기를 먹어가며 추억은

정욕과 망각의 까마귀 나를

구워 먹으며 추억은

나보다 오래

살 것이다 헐떡거리며 추억은 백 살까지

발기할지 모른다 이미

백 살일까, 이봐

오늘 내가

백 살이야?

 

김언희 - 1953년 7월 20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출생했으며 경상 대학교 외국어 교육과를 졸업했다. 1989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했으며 2004년 박인환 문학상 특별상, 2005년 경남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트렁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뜻밖의 대답> 이 있다.

 

비평 - 김언희의 시를 대했을 때 첫 느낌이랄까. 어떤 심정은 그 동안 착하고 조용한 시만을 고집해오던 내게 정말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의 보들레르" 라고 소개하고 싶을 만큼 그녀의 시 세계는 "불쾌한, 추잡한, 요망한, 혐오스러운, 매스꺼운, 노골적인, 거침없는, 더러운, 지긋지긋한, 끔직한, 기괴한...." 이런 표현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힘이 절로 흘러 넘치면서 한없이 부패한 현실의 단초를 날카롭게 폭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언희의 시들은 내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에로틱하고 외설적인 부분과 욕설 또한 가리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되어지고 있었다. "이게 시인가?" "여성으로서 어떻게 이런 시어를 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그녀의 시집은 당시 우리 나라의 문단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리라. 그러나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시를 써내기엔 그녀의 주위 환경이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지극히 안정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