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박성위200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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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없음

 

 

그 남자..

 

나는, 그 시절의 나는,

그게 최선을 다하는 건 줄 알았어_

 

일을 하다가 새벽 두세시 쯤 잠이 들어도,

다섯시면 일어나서 너한테 전화를 걸었지.

" 일어나, 학원 늦겠다. 따뜻한 물이라도 마시고 나가. "

전화를 끊고 나면, 자리에 누운채로 내내 널 쫓아 다녔어.

' 지금쯤은 세수를 하겠지. 현관을 나서겠지. 사당... 노량진...

이젠 학원에 도착했겠구나... '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어 버리면, 난 항상 지각이었어.

머리도 못 말린 채

허둥 지둥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너한테 꼭 메시지 한 통은 남겼지.

' 나 출근함. 아침 꼭 챙겨 먹을 것. '

 

니가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릴 때면,

난 니가 있는 곳 어디쯤 커피값을 아끼려고

건물 입구쯤에서 기다리다가

널 택시에 태워서 바래다주곤 했어.

 

니가 집으로 들어가고 나면,

난 택시비가 없어서

걷고 또 걷고...

 

나는 그게 너한테

최선을 다하는 건 줄 알았어_

그래서 난 니가 구속이니 어쩌니 말할 때면,

무지 서운했어.

헤어지고도 오래오래 원망했고 ..

 

그런데 ..

나이를 한 살씩 먹으니까,

이제야 알 것 같네.

 

나 혼자 사랑했던 것 같아.

내가 사랑하고,

나만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고 ...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는 걸.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 것 같다_..

 

 

그 여자..

 

설날 집에 갔을 때,

엄마가 손에 들려 준 보따리.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두었다 이제야 풀어 봤는데

참 별것 별것이 다 들어있다.

풀기도 어렵게 봉지마다 꽁꽁 싸 놓은 건,

김치에, 깨소금에, 고추장, 집간장까지 ..

 

예전에 난 기차 안에서 냄새난다고,

슈퍼에 가면 다 있다고,

그걸 기어이 현관에 놓고 오는 못된 딸이었지_

 

그런데 이젠 안 그래_

 

자더라도 밥 먹고 자라고

아침 일곱시면 기어이 깨우는 성화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똑같은 잔소리도,

이젠 그러려니 ...

이게 엄마의 사랑이려니 ...

 

지금만큼 나이를 먹어 너를 만났더라면

너한테는 그렇게 못되게 굴지만은 않았을 텐데..

 

좀 귀찮아도, 좀 답답해도

날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기 보단

" 좀 다른 방식으로, 날 사랑해 줄래? "

부탁할 수 있었겠지_

 

그 땐 너무 어렸던 것 같아.

너한테도 사랑이었을 텐데_..

 

니 사랑을 몰라 주었던 거 ,

나밖에 몰랐던 거 ,

그래서 너무 못되게 굴었던 거 ...

 

너무 늦었지만, 미안했어_...

 

 

 

그남자, 그여자 中  '그 시절의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