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북

이채우2007.04.05
조회1,218
블랙북

13살쯤이었을까
무삭제판 원초적본능을 충격과 경악속에 봤던 기억이 있다.
친구녀석의 아버님께서 미국에서 직접 사오신 LD였는데
그당시엔 문제의 장면(취조실에서 다리꼬기)에
내 작은 두눈이 10배쯤은 커졌던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영화 자체에서 온 정신적 패닉상태도 상당한 기간 지속되었고
샤론스톤이란 배우는 내인생 최초의 섹스심벌로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난 또다시 버호벤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려한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표현해 왔던 폴 버호벤 감독
그가 20여년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블랙북은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인간내면에 감춰진 삐뚤어진 욕만과 추악한 내면에 관한 고발

 

전쟁과 사랑
이 두가지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는 수없이 많다.
전쟁속에서 시작되는 사랑은 언제나 보는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고
안타까움에 발을 굴리게 만들었고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세상과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기본적인 틀이었다고 본다면
블랙북은 기존 전쟁영화의 틀과는 약간은 다른 노선을 선택했다.
물론 얼핏보면 이 영화 역시 전쟁영화의 주된 흐름을 따라가는것 처럼

보이지만 분명 다른점을 찾아볼 수 있다.
버호벤은 전쟁의 원론적인 문제들
즉, 국가적 이익, 정치적 헤게모니, 자기합리화등의

보편적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는것이 아니라
전쟁속에 감춰진 인간내면에 관한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인것처럼 보이는 독일군들도
나라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레지스탕스들도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승리도 국가도 민족도 존재하지 않았고
오로지 내욕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그로인해 핍박받는 사람들도 결국엔 모두 "나를"위한 도구로 전쟁을
이용할 뿐 그 어떤 명분이나 목적의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버호벤은 그답게 그의 스타일대로 낱낱이 고발한다.
이점이 다른 전쟁영화들과의 분명한 차이점인 동시에
버호벤이 가지는 경쟁력이다.

 

로보캅, 토탈리콜, 그리고 원초적 본능까지
한때 그의 필모그라피들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영화로
그를 잘나가는 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쇼걸을 기점으로 그의 선정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많은 적들이 생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년간의 치밀한 준비로 그는 자신이 왜 거장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을만한 작품으로 귀환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치밀한 연출로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하고
적절한 거리감으로 억지 울음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샤론스톤 이 후 버호벤의 페르소나로 자리잡을
캐리슨 반 허슨의 연기력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폴 버호벤
그의 무사귀환에 내 몸속엔 또다른 아드레날린이 샘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