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꾼도 아니면서 밤 피리는 왜 부는 데?

최용일20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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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반짝 인기가 그야말로 기호지세 격이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매달려 곶감을 찾는 격이니 호랑인들 올라탄 놈인들 어찌 답답하지 않을쏘냐?


못 먹어도 고를 외치고 판돈 다 털릴 때쯤 그것도 판을 접어야 할 새벽녘에 쓰리고에 피박 씌운 셈인데 그 정도면 대충 본전 찾았는데 판 접고 새벽 눈요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판 돈 배로 올리고 치자느니 짓고땡으로 끝내기를 하자느니 하다가는 개털날릴 텐데 말이다.


노무현이 어쩌다 한 번 대박 터트린 거 놓고도 같은 판에서 치던 꾼들은 타짜가 찌질이 행세한 것으로 보거나, 누가 옆 자리에서 판을 밀어주는 장난을 치지 않았나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것 같다. 조금 있으면 화투장 검사하자고 할 텐데 판을 벌이겠다느니 다른 종목으로 바꾸자느니 한다면 거덜나기 십상이다.


끗발 올랐다고 좋아하지 말고 아직 미련이 남았거든 먹기 세판 같은 거나 하든지 아니면 돈 땄을 때 개평이나 주고 손 털든지 하고 다음 판을 찾아가는 게 어떠신지 몰라요?


시정잡배들의 고스톱 판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대권을 걸고 벌이는 정치판에서 어찌 잭팟이 연이어 터지길 바라는가? 자기가 운이 그렇게 좋았으며 화투 실력이 언제 좋아보기를 했던가? 같이 짜고 치는 모리배들을 믿을 수나 있던가? 자금은 충분했던가?


노무현이 지금 처한 형국이야말로 자기 입장에서 잘 그려봤댔자 보수진영에 남겨진 '트로이 목마'나 될까 모르겠다. 한미FTA로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니(쓰리고 피박), 이제 그 여세를 몰아 개헌정국으로 내몰고(배판 고스톱), 남북정상회담으로 진보층의 지지까지 받아낸 뒤(짓고땡) 자기가 미는 후보를 내세울지 모른다. 최상의 스토리요(좌파) 최악의 스토리다(우파).


지금까지의 한나라당의 고공행진 비결이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본다면 이번 FTA 타결로 그 프리미엄이 꺼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미FTA 타결로 참여정부의 실정이 상당부분 만회되고 남북정상회담설 등으로 한나라당의 입지가 축소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이석연 대표의 진단이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에 쏠려 있던 '반노표'가 다시 흩어지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배판을 치자느니 짓고땡을 하자느니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미FTA에 따른 '반짝 지지 현상‘으로 '반노표'가 다시 노무현에게로 가 있지만 그것이 동력을 지속하기 위한 뭔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 예를 들어 개헌이나 남북관계와 같은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 그것이 FTA와 같은 순작용을 할 것이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곧 있을 개헌문제는 아무리 FTA효과로 포스를 높인 노무현이라해도 정면돌파가 쉽지 않은 싸움이다. 이미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고 한나라당조차 FTA는 지지했지만 개헌까지 지지할 일이 없을 것이고 재개발 과정인지 형해화 과정인지 그런 단계에 있는 열린당은 아직 정국을 주도할만한 틀도 못 갖춘 상태다.

한미FTA 비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을 가을 정기국회로 본다면 얼추 운 때가 맞는 것 같지만 이번 협상 타결 때 얻어낸 정도의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들 예상하는 것처럼 비준은 올해 어려울 것이다. 국회가 대선에 이어 치러질 총선을 의식해 정치쟁점화 하는 것 자체를 피할 것이므로 노 대통령은 '한미FTA 특수'를 다시 한 번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전혀 가능성이 없겠지만 설사 어찌어찌해서 비준안이 가결되더라도 노무현에게는 긍정적 효과가 있겠으나 반대편에 섰던 여권 주자들에게 그 낙수가 흘러갈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정기국회에서 극심한 논란이 연출되고 부결되는 경우다. '반FTA'를 천명한 범여권 주자들이 이를 동력 삼아 대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 길 밖에 없는데, 이때도 노무현과 여권 주자간의 연대차단 효과가 클 것이어서 여권 주자에게 이득은 없어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효과는 끝물일 것이다. 6월 협상조인을 위해 노무현이 방미를 할 것이고 거기서 부시를 설득하여 북미간 평화협정과 남북정상회담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이야말로 범여권을 단결시키고 한나라당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될 것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의 정략적 해석을 경계하려면 남북정상회담과 대선 사이에 시차를 두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충분치 않다.


더구나 이미 그런 시나리오를 국민들이 다 알고 앞으로도 그 가능성에 대해 “속지 말자 속지 말자”를 누누이 외쳐댈 텐데 그 덕을 노 대통령이 독차지할 수 있겠는가? 그럴 보장이 없다. 더더욱이 미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좌파정권이 재집권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게 뻔한 그러한 카드를 노무현에게 순순히 쥐어 줄 것이며,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눈뜨고 앉아 그것을 용인하겠는가?


그래서 개헌이나 남북정상회담을 FTA와 같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동력으로 보기에는 지금 범여권 상황이 말이 아니다. 설령 노무현이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간다 해도 그것을 대선정국에 연결시키려면, 즉 노무현을 트로이 목마로 쓰고자 한다면 유력 범여권 주자가 있어야 하며 그는 지금 이 시점에서 노무현과 일심동체가 돼 있어야 하는데 범여권에는 스타 정치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고작 다크호스들이 몇 보일 뿐이다.


게다가 그 중에 일부는 오히려 노무현-보수언론-한나라당의 정략적 제휴를 말하면서 노무현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때는 노무현을 지지하며 단기필마로 뛰던 정치적 동지 천정배는 아직도 단식중이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굴욕적인 태도를 적절한 타협으로 둔갑시키는 대통령의 모습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일부 외부 영입파로 볼 수 있는 손학규나 정운찬은 [노-한-언 삼각편대]와 색깔 면에서 유사성이 더 커보인다.


반면 탄핵에 앞장섰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 대통령의 소신과 결단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극찬했고,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 김종훈 수석대표와 김현종 통상교섭 본부장은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고 극찬을 늘어놨다.


연대하여 노무현을 지지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범여권은 그렇게 지지멸렬하고 사생결단을 다투던 야권은 지지를 보내고 있으니 노무현 입장에서 아무리 이념이 같더라도 어찌 그들을 지원세력으로 볼 수 있겠는가? 게다가 노무현은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니 나 싫다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 거는 외로운 싸움을 할 만한 선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보자면 '노무현 변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FTA는 FTA대로 대응하고 개헌은 개헌대로 대응하고 신북풍은 신북풍대로 대응할 일이다. NQ지수도 그리 높지 않은 인간들이 제 각각으로 아무런 연관성조차 찾을 수 없는 세 가지 변수를 억지로 묶는단 말인가? 방정식 하나 풀 능력도 없는 인간들이 그렇게 억지 방정식 만들어서 어떻게 풀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예로부터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들어온다고 했다. 아무 탈이 없는데 굿을 해서 귀신 부를 일이 아니다. 실체도 없는 적에게 겁먹으면 세상이 다 적으로 보이니 반드시 진다고 했다.


옛날 어른들 말씀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딴 생각할 시간 있으면 공부나 더 해라. 애꿎은 머리 꼬집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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