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정연200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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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부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입력: 2007년 04월 05일 18:27:27   <EMBED src=http://211.63.158.58/banner_new/220-200/220_200.swf width=220 height=20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배가 따뜻하면 살이 빠진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멀티 오르가즘이 뭐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현금 100만원을 잡아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5,400번에 갑자기 영어가 들렸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특집]임플란트,...福지킨 사람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작은남성 - 5cm 키우기 비법공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최신컴퓨터 싸게 사는 방법!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몇해 전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환율절하 같은 극약처방도 불사하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미국인투자자들은 투자이익의 보상을 요구하며 수십건의 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하였다. 억장이 무너진 아르헨티나는 이딴 식의 보상이 허용된다면 위기에 처한 국가는 아무런 조치도 못 한 채 극도의 무질서 상태에 빠지거나 아니면 무언가 행동을 하고는 곧장 보상금 때문에 또다시 외환위기에 빠져버리거나 해야 할 판이라고 푸념하였다.

-아르헨 위기땐 국가소송제 ‘무자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것이 미국의 초국적 자본에 함락된 아르헨티나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비틀어진 운명은 타결이 선포된 한·미 FTA를 타고 우리들 삶 속에도 여지없이 파고든다.

한·미 FTA를 통해 수출이 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룬다는 장밋빛 전망은 이를 막무가내로 추진한 정부조차 진심으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 주로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패권적인 시장확대정책을 강요해왔던 미국의 FTA전략이 그대로 협상결과로 드러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6살난 여자아이에게 ‘마싸’가 되어 몸 팔아 편히 사는 꿈을 가르치는 캄보디아 한 촌락의 이야기를 떠올림은 지나친 비약일까?

관세철폐로 자동차 몇 대 더 팔고 섬유제품 조금 더 수출하여 소득이 얼마 더 증가되는 것, 이 엄청난 물신의 위력 앞에서 우리의 공공선과 미덕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는 것은 우리들이 여태껏 살아왔던 삶의 한 방식이었으되, 한·미 FTA 앞에서 그것은 단순한 손익타산의 대상이자 보상금 몇 푼으로 소거되어야 할 경제적 폐기물로 전락하고 만다. 장사 좀 할 만하면 우회수출의 혐의를 덮어쓰고 미국 세관의 현장조사를 받아야 하는 우리 섬유기업의 수모는 늘어날 수출량에 가려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에 팔려나가는 개인금융정보나 기업정보의 문제도 그저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통 정도로 넘겨버린다.

그뿐 아니다. 제헌헌법 이래 일관되게 사회정의와 약자보호를 위해 국가에 경제규제권을 부여한 헌법정신은 투자가-국가제소제의 위력 아래 여지없이 무너지며, 우리 후손들이 그때 그때 자신들에 적합한 생활방식을 선택하는 권리는 역진금지조항 하나로 간단히 봉쇄되어 버린다. 섬유수출, 자동차수출을 위해서는 의료비 부담도, 유전자변형생물체도, 자동차배기가스도 전혀 관심대상이 되지 못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과 삶의 문제는 수출증대라는 시대적 사명에 사로잡혀 저 멀리 뒤켠으로 밀려난다.

심지어 캐나다에서 키운 소도 미국에서 도축하면 미국산 소고기라고 하면서도 중국산 실로 한국에서 천을 만들고 재단·봉재하여 만든 옷은 한국산이 아니라고 우기는 이 엄청난 자기분열의 경험에서 우리는 서서히 가치판단의 기준을 상실하게 된다. 돈과 힘만이 만능기준이 되는 사회, 그 패권적 사회가 바로 우리의 미래로 다가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힘의 논리는 민족과 통일 문제에까지 확장된다. 개성공단문제와 관련하여 한·미 FTA는 북핵과 인권문제를 두 축으로 삼아 북한체제를 위협하였던 미국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반복한다. 사회주의체제에서 국제노동기준의 문제는 그대로 인권문제가 된다. 이를 잘 아는 그들은, 역외가공지역 결정을 빌미로 우리의 대북정책을 압박하는 수단을 확보해 둔 것이다.

-개방 만능주의에 공공의善 무너져-

그럼에도 정부는 이것을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한·미 FTA에서의 개방은 다양한 기업이 다양한 기법으로 경쟁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공룡 같은 미국기업이 나타나 한국시장 자체를 독점하고 소비자를 유린하는 것 그것을 개방이라고 말할 뿐이다.

결국 제2의 개발독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돈만 벌면 형제의 고통도 이웃의 건강도 과감히 내팽개칠 수 있어야 한다는 저 물질만능의 사고는 이제 우리 정부가 공인한 국민의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한·미 FTA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