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울린 어느 가장의 가족사랑

안은수200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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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았던 샌프란시스코 거주 한인 제임스 김(35)씨 실종사건은 끝내 김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비극으로 종결됐다.
지름길로 가겠다며 평상시에도 차량 진입이 힘든 왕복 1차선의 산길로 접어들었다가 폭설에 갇히는 우를 범했지만 9일만에 세 모녀가 건강하게 발견되면서 미 언론들이 집중 보도하고 전세계 네티즌들의 격려가 쏟아졌으나 기대했던 김씨의 생환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온라인 웹진‘CNET’의 수석편집장 김씨와 샌프란시스코에서 2곳의 옷가게를 운영하던 부인 캐티씨, 그리고 두 딸이 10박11일의 일정으로 여행길에 나선 것은 11월 17일.
사브 스테이션 왜건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한 김씨 가족은 시애틀의 친척 집을 거쳐 25일 포틀랜드에서 친구를 만난 다음 로즈버그의 데니스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숙박 예정지인 골든비치로 향하기 위해 42번 도로를 타야 했으나 진입구를 놓치고 시스키유국립공원의 험준한 산악 도로로 접어들었다가 폭설에 갇혔다.
김씨 일가족의 실종 사실은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뒤에야 경찰에 신고됐다. 김씨가 복귀 예정일인 27일까지 돌아오지 않자 CNET의 직원들이 28일 실종 신고를 낸 것.

이후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김씨 부모가 오리건주로 합류하는 등 본격적인 수색 작업이 펼쳐졌고 마지막으로 신용카드가 사용된 식당을 중심으로 수색 작업이 펼쳐졌으나 별로 진척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이들은 약간의 스낵류와 열매 등으로 연명했고 아내 캐티씨는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는 한편 휘발유가 떨어져 더이상 난방이 안되자 자동차 타이어를 태우며 혹한을 견뎌나갔다.
사고 발생 일주일만인 12월 2일 오전 7시25분께 김씨는 적극적으로 구조를 요청하겠다며 도보로 출발했으나 오후 1시까지 돌아오겠다던 그의 소식마저 끊긴 채 나머지 가족들은 이틀을 더 견디다 발생 9일만인 12월 4일 오후 구조에 나선 헬리콥터에 발견돼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후 활기를 찾은 수색팀은 100여명의 구조요원과 구조견,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김씨 수색에 나서 5일 오후 그가 입었던 옷가지와 지도가 발견되면서 생존 가능성이 점쳐졌고 6일 아침부터 재수색에 나섰으나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씨 가족 어떻게 고립됐나 빨리 가려고 산길로 가다 폭설에 갇혀
제임스 김씨 일가족의 실종은 이들이 사고 당시 55마일 떨어진 골드비치까지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산길에서 시작됐다.
김씨 가족은 당시 포틀랜드에서 남쪽으로 약 20마일 떨어진 윌슨빌 여행객 안내센터 직원에게 골드비치로 가는 도로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때 안내 직원은 “산길을 이용할 경우 위험하다. 42번 또는 38번 도로를 통해 골드비치로 갈 것”을 당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속도로 진입로를 놓쳐 버리자 지름길인 산길을 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어캠프 뷰포인트 근처에서 차를 되돌려 2마일 가량 운전한 김씨 부부는 비속에서 차를 세우고 하룻밤을 보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이들 부부가 눈을 뜨자 폭설이 내리고 있었으며 차량은 더 이상 운행을 할 수가 없었다.

비극의 원인은 산악도로 출입 봉쇄장치 파손에도 있다
김씨 가족이 험준한 산악도로로 접어들었던 것은 누군가 차량 진입을 막는 출입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로그강-시스키유 국립공원 관리소측은 로그강 계곡을 따라 개설된‘베어캠프 도로’가 평소에도 험난한 데다 겨울철에는 눈 때문에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쇠로 만든 출입문에 자물쇠를 걸어놓았지만 누군가 이 자물쇠를 부수고 문을 열어놓았다는 것.
관리사무소측은 또 도로 입구에“눈 때문에 도로가 막혀있을 수 있다”는 경고판을 세워놓았지만 김씨는 야간에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패티 부렐 관리사무소 대변인은“겨울철에 사람들이 이 도로를 이용했다가 봉변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슴 사냥이 막 끝난 뒤인 11월 1일자로 자물쇠를 잠가 놓았으나 누군가 잘라버렸다”며“이번 사건이 발생한뒤 김씨 수색작업을 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으며 현재 누가 훼손했는지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김 부친, 아들 찾으려 인공위성 옮기고 민간헬기 동원
“제임스 김의 아버지가 보여준 자식 사랑을 존경합니다.”
구조대의 윈터스 보안관은“스펜서 김이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아들은) 여러분들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을 때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우주항공 관련 회사 CEO인 스펜서 김씨는 아들 가족의 실종 소식을 전해 듣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위성회사와 접촉해 그 회사의 인공위성을 조난지역 상공으로 이동시켰다. 수색지역의 위성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서였다. 그의 노력으로 움직인 위성은 군사지도 제작용 위성으로 680㎞ 상공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스펜서 김씨는 또 아들 가족의 수색작업을 위해 민간 헬리콥터 3대를 고용했다. 따뜻한 옷가지와 음식, 조명탄 등이 든 인명구조용 행낭 18개를 조난 추정지역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스펜서 김씨는 혹한과 폭설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대에“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매달렸다.
결국 스펜서 김씨가 고용한 헬기가 며느리 캐티(30)와 두 손녀 페넬로페(4), 새빈(7개월)을 찾아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와 손녀들을 꼭 끌어안았다. 그러나 아들은 없었다.
스펜서 김씨는 한미연합회 이사장과 코리아 소사이어티 이사를 지내 한인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인사다.

수색에 동원된 장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이 있는 생명체를 감지할 수 있는 열추적 장치와 적외선 전방 감시장치를 장착한 키오와 헬기 및 인명구조용 블랙호크 등 4대의 헬기가 동원됐다. 이 중 3대는 항공우주 관련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그의 아버지 스펜서 김씨가 개인 비용으로 투입했다.
여러 대의 설상차(雪上車)와 4륜구동 차량도 동원됐다. 방수복을 입은 수상구조팀이 고무보트 두 대에 나눠타고 주변 강을 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