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이름으로.

이상훈20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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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이름으로.   우아한 세계 (2007)   "웃어라. 아버지니까."

 

송강호의 힘을 업은 매력적인 영화지만 아쉽기도 한 영화는

늘보던 오합지졸 조폭들이 만들어내는 유치한 코미디도 아니고

피비린내 물씬 나는 냉혹한 누아르도 아니며 단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사회에서, 단지 직업이 조폭일 뿐인 아버지를

이야기하는 강한 부정(父情)의 영화이다.

 

가족을 위해 살아야함에 있어 그 삶의 가혹함이 비단 폭력을

업으로 삼은 조폭 뿐이겠는가. 지금의 아버지들은 가족 부양의

무거운 짐만을 짊어진 나약한 인간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 옛날

아버지의 절대적 귄위 아래에서 착실하게 순종하는 것만이

미덕이었던 시대는 이제 역사 속에 묻혀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은 늘 가족 앞에 당당하려하고,

단지 돈버는 기계로 여기고 때로는 가족에게 무심한 아버지라

욕해도 그들은 자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족이기에 오늘도 우리

아버지들은 삶의 전쟁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에겐 언제나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마누라이기에.

 

나는 먼훗날 처자식을 위해 내 모든것을 희생하며 저렇게

살기도 싫을 뿐더러, 대가리 컷다고 기어오르는 자식새끼는

더더욱 마주하기 싫다. 먹을꺼 안먹고 입을꺼 안입어서

여자친구에게 다 퍼주는 놈에게 너 왜그렇게 사냐라고 물었더니

나도 연애한번 해보란다. 물론 그 마음이 자식새끼 먹는것만 봐도

배부른 부모마음 버금가겠냐만은 얼추 비슷하진 않을까.

그래서 무섭다. 먼훗날 먹을꺼 안먹고 입을꺼 안입어서

처자식 다퍼주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나를 만날까봐.

 

받는 정보다 주는 정이 더 낫다하였지만 주는 정은 그에

상응하는 개인만족이 충분할 때 성립되는 이야기가 아닐까싶고

아버지란 단어가 즐겁고 기쁨에 가득 차 있을 때보다,외롭고

힘들 때 엎질러진 그릇과 라면처럼 가슴 깊이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