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경고]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이상혁200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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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영화인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88년

도 작품.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영화는 커다랗고 단순한,

추상적이며 근본적인 주제를 가지고 그만의 통찰력과 분명한 주제

의식을 섬세하며 은유적이고 비판적이며 현실적인 화면에 담아낸

다. (본인이 예전에 VHS구입얘기를 했던 영화가 바로 크쥐시토프감독의 십계(Dekalog)이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 감독의 특징은 또한 단편 영화이자

시리즈물을 즐겨 찍는 감독이라는 것인데,

십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총 10편에 달하는 시리즈 물이며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이라던지,

RED, BLUE, WHITE 등의 작품들이 모두 그러하다.

또한 (단편영화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만)대체로 플레이타임이

1시간 내외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애당초 TV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A Short Film About Love)은

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엄청난 호평과 더불어 폴란드 영화제,

상파올로 국제영화제 등에서의 수상으로 박수를 받고 있는

작품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95년도에야 들어오긴 했지만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같은 작품마저도

"내 평생 이렇게 지루한 영화는 처음이다." 라며 불평을 늘어놓는

요즘의 우리나라 "어린 관객"들이 도저히 이 영화를 직접 찾아보는

일은 없을 것 같기에 스포일러를 감수하고 줄거리 설명에 들어가는 바이다.(관심이 생기면 직접 찾아서 보기 바란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입니다.]============


이 영화가 시작하면 영화의 남자주인공이자 (극중 나이)19살 된

한 청년이 등장해서 옷을 벗은 한 여자가 어느 집 안을 돌아다니는

꿈을 꾼다.

이 청년은 동네의 우체국 창구에서 일을 하며, 지금은 여행을 떠난

친구의 집에서 친구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리고 이 청년을 보살펴 주는 사람, 즉 친구의 어머니는 바로

아주 늙은, 그러니까 (영화에 등장하는 그 어머니의 대사를 빌어 설

명하자면) 늙어서 더이상 원하는 것도 없지만 혼자있는 것은 싫을 정도의 여자이다.

 

어느 날 그 어머니가 말한다.

 

너는 여자친구가 없니.

부담 갖지 말고 있으면 집에도 한 번 데리고 오렴.

청년은

 

없어요.


라고 대답을 한다.

하지만 그 청년은 이미 친구의 방에 있던 망원경으로

밤마다 건너편 아파트의 어느 여자를 관찰하며,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 상태인데, 이 여자는 19살먹은 남자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은, 하지만 "늙고 원하는 것이 없는" 여자보다는 훨씬 나이

가 적은 중년의 여인이며, 아름답지만 여러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상처를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여자이

다.

 

매일 저녁 그녀가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서

그녀를 관찰하는 청년은 편지함에 영수증을 놓고 사라져서 매번

그녀를 우체국으로 오도록 만든다던지, 우유를 배달하여 그 집에

찾아간다던지 하면서 그녀의 생활에 훼방을 놓으며

동시에 그녀를 보호하려 한다.

 

청년은 그녀에게 있어서 우체국 직원이자 우유 배달원임에도 불구

하고 그녀는 청년을 알아보지 못하고, 어느 날 계속되는 영수증

장난에 화가나서 우체국에 찾아온 그녀와 우체국 고위직원들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청년은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자신이 한 일이

며 그녀를 사랑하노라 고백한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많이 알고있다고 생각하는(또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법 한 나이의)이 여인은 오히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을(친구의 어머니에게 눈물의 의미에 대해 묻는

순진한 이 19살 청년을) 자신의 애인을 시켜 때려서 혼내준다.

 

그러나 우연히 우유배달을 왔다가 다시 마주친 청년에게서 뜻 밖의

얘기를 듣게 된다.

 

"이유가 뭐지. 왜 나를 엿보았지."

 

"당신을 사랑해요.

 진심으로 사랑해요."

 

"그럼 뭘 원하는 거지."

 

"몰라요."

 

"나랑 키스하고 싶니."

 

"아니요"

 

"그럼 나랑 같이...

 나랑 자고 싶니."

 

"아니예요."

 

"그럼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니."

 

"아니요."

 

"그럼 뭘 원하는데."

 

"아무것도."

 

그녀는 다시 한 번 그와 만나기로 하고, 그와 데이트를 하고 난 이후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는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의 앞에

앉아서 자신의 몸을 만져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 앞에서 청년은

오열하고, 오열하는 청년에게 그녀가 말한다.

 

"그게 사랑의 전부야."

 

그녀의 집을 뛰쳐나온 청년은 집에 돌아와서 스스로 면도칼로

팔목을 긋는다. 이때까지도 청년의 이름조차 모르던 여인은 순간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이제는

오히려 망원경으로 반대편 아파트를 지켜보는 것은 청년이 아닌

여인이 되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