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와키는 나를, 기억해 줄까. 신기한 목소리의 여자아이였다. 온화하며 별 특징이 없는데도 언제까지도 들은 자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듯한 목소리. 모르겠어. 나는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약속은 하지 않아. 지금 생각해 보면 차가운 말이었다. 이제 만날 기회도 없을 테니 물론이지, 하고 한마디로 대답해 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왠지 그때의 나는 완고했다. ** 아냐. 기억해 주지 않아도 돼. 잊어도 돼. 도오루는 이상한 듯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어째서? 도오루가 되묻자 안나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가까이 없으니 잊혀지는 건 당연하잖아. 그 어조가 진지한 것을 느끼고, 도오루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온화한 표정은 변함없다. 무의식중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잊혀진다면 이미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잖아. 그건 고통스럽지 않아? 나는 기억하고 있을 거야. 안나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나도, 남에게 지킬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부탁은 하지 않고,남의 기억에 기대지도 않아. 그러나 나는 기억하고 있을 거야.나의 기억은 나만의 것. 그걸로 됐어. 그렇게 말하며, 조그맣게 손을 흔들며 떠나간 소녀. 몇 개월 후, 그녀에게서 편지가 날아왔다. 미국으로 떠날 때 우체통에 넣은 듯한 편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멋없는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편지의 내용도 기억 속의 그녀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어서, 그의 마음 속에 한바탕 바람을 일으켰다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 밤의 피크닉 中, 온다 리쿠
내가 당신을 기억하면 되니까.
니시와키는 나를, 기억해 줄까.
신기한 목소리의 여자아이였다. 온화하며 별 특징이 없는데도
언제까지도 들은 자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듯한 목소리.
모르겠어. 나는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약속은 하지 않아.
지금 생각해 보면 차가운 말이었다. 이제 만날 기회도 없을 테니
물론이지, 하고 한마디로 대답해 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왠지
그때의 나는 완고했다.
**
아냐. 기억해 주지 않아도 돼. 잊어도 돼.
도오루는 이상한 듯이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어째서?
도오루가 되묻자 안나는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가까이 없으니 잊혀지는 건 당연하잖아.
그 어조가 진지한 것을 느끼고, 도오루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온화한 표정은 변함없다.
무의식중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잊혀진다면 이미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잖아.
그건 고통스럽지 않아?
나는 기억하고 있을 거야.
안나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나도, 남에게 지킬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부탁은 하지 않고,남의 기억에 기대지도 않아. 그러나 나는 기억하고 있을 거야.나의 기억은 나만의 것. 그걸로 됐어.
그렇게 말하며, 조그맣게 손을 흔들며 떠나간 소녀.
몇 개월 후, 그녀에게서 편지가 날아왔다. 미국으로 떠날 때
우체통에 넣은 듯한 편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만큼 멋없는 남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편지의 내용도 기억 속의 그녀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어서, 그의 마음 속에 한바탕 바람을 일으켰다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 밤의 피크닉 中, 온다 리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