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될 사람은...

김주미20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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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이 될 사람은...

내 남편이 될 사람은...

 

월급은 많지 않아도 너무 늦지 않게 퇴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에 동네슈퍼 야채 코너에서

우연히 마주쳐 '핫-'하고 웃으며

저녁거리와 수박 한 통을 사들고 집까지

같이 손잡고 걸어갈 수 있었음 좋겠다.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그날 있었던

열받는 사건이나 신나는 일들부터

오늘 저녁엔 뭘 해먹을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하고 들을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들어와서 같이 후다닥 옷 갈아입고 손만 씻고

한사람은 아침에 먹고 난 설겆이를 덜그럭덜그럭 하고

또 한사람은 쌀을 씻고 양파를 까고

"배고파!" 해가며 찌개 간도 보는

싱거운 사람이었면 좋겠다.

 

다 먹고나선 둘 다 퍼져서 서로 설겆이를 미루며

왜 니가 오늘은 설겆이를 해야하는지...

서로 따지다가 결판이 안나면 가위바위보로

가끔은 일부러. 그러나 내가 모르게 져주는

너그러운 남자였으면 좋겠다.

 

주말저녁이면 늦게까지 티브이 채널싸움을 하다가

오밤중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약간은 서늘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같이 비디오 빌리러 가다가

포장마차를 발견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가

딱볶이에 오뎅국물을 후루륵-

비디오 빌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 채

도로 집으로 들어가는

가끔은 나처럼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떨땐 귀찮게 부지런하기도 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아침,

아침잠에 쥐약인 나를 깨워 반바지 입혀서

눈도 안떠지는 나를 끌고 공원으로 조깅하러 가는

자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약간은 구식이거나 촌스러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어머님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친엄마한테 하듯 농담도 하고

장난쳐도 버릇없다 안하시고

당신아들때문에 속상해하면 흉을 봐도 맞장구치며 들어주는

그런 시원시원한 어머니를 가진 사람.

피붙이같이 느껴져 내가 살갑게 정 붙일 수 있는

그런 어머니를 가진 사람.

 

가끔 약해지기도 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아내와 둘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꼼장어에 소주 따라놓고 앉아

아직껏 품고 있는 자기의 꿈얘기라든지

그리움 담긴 어릴적 이야기라든지

십 몇년을 같이 살면서도 몰랐던

저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젠 눈가에 주름잡힌 아내와 두런두런 나누는 그런

소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무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켜나가는 사람

술자리가 이어지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할 줄 아는 사람.

 

내가 그의 아내임을 의식하면서 살듯.

그도 나의 남편임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사는 사람.

내가 정말 사랑하지 않을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남편을 생각나게 하는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