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금단의페트 - promise - Chapter 5-2

홍한석2007.04.16
조회25

금단의 페트(The forbidden pet) -

[애니, 소설 보러 오세요^ - ^]

이 름 배진국

제 목 금단의페트 - promise -
 
 
 
 
 
 선생이 나가자, 아이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시
 끌벅적하게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괴로웠던 시험은 끝
 난 것이다. 성적이 나쁘더라도, 일단 시험이 끝났으면 떠들며
 놀고 싶어지는 것이 학생의 심리다.
 하여튼, 나쁘지는 않은 성적이다. 조금 불만족스럽기도 하지
 만 최소한 상위권 안에는 들 것이다. 일단은 노력한 만큼 대가
 를 받은 것이다.
 "베리, 오늘은 동호회 첫 소집일인거 알지?"
 리체 녀석이 갑작스레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음흉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특별히 손해 볼 게 없는 한 친절하게 대꾸해
 주자, 리체 녀석은 자주 자주 이렇게 넉살스럽게 다가와 말을
 건네오고는 했다. 생긴 거답게 남성스럽고 터프한 녀석이라고
 할까? 하여튼, 이 녀석을 보면 제프리 녀석이 떠오른다. 성격
 도 비슷하고 하는 행동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앞으로 빼서, 녀석의 손을 피하고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알고 있으니까, 그만 좀 말하세요."
 몇 일 전부터, 리체 녀석은 계속해서 오늘 있을 소집일의 중
 요성을 말하고는 했다. 뭐, 특별히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가끔씩 모임 같은 것을 할 때는 꼭 참여해 달라고 설득하며
 말이다. - 남자인 내가 이 변태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을 한다
 는 것은 정말 생각하기조차 괴롭고 끔찍한 일이다. - 하여튼,
 내 말을 듣더니 리체 녀석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신 흐뭇
 해하고 있었다.
 내가 리체 녀석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일
 단 저 녀석의 외모와 성격 때문이다. 녀석은, 털털한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굉장히 단정하고 여성스러운 외모의 소유자였
 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은 편
 이었다.
 전에 설명했듯이, 이 빌어먹을 학교의 남학생들이라는 것들
 은 여학생들의 환심을 살기 위해서는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녀석들이었다. - 꼴에 귀족이고, 기사가
 될 것이라는 명분 덕분이겠지만. - 내가 함부로 저 녀석에게
 엄한 소리를 한다거나, 가볍게 뒤통수를 때린다거나 하는 행동
 을 한다면, 곧장 결투를 신청할 녀석들도 널려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이렇게 반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는 대화조차 조
 심스럽게 나누어야 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는 트집을 잡기 위
 해 안달이 난 녀석들도 있는 덕분에 말이다.
 하여튼,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에이딘 선생이 문을 열고 들
 어왔다. 선생은 교탁까지 올라와서는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을
 바라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자자, 일단은 내일 모레부터는 삼 일 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다 알고있겠죠?"
 내일도 뭐 오전 수업 몇 개만 하고 평소보다 빨리 끝나니,
 실상은 사 일 동안 탱자탱자 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
 들은 미소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큰 소리로 '네!'하고 대답했
 다. 에이딘 선생은 그런 학생들을 바라보며, 대충 전달 사항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일단 성적 발표는 일주일 정도 후에 할 것 같습니다. 그리
 고 노는 것도 좋지만, 틈틈이 복습해 두기를 바래요… 아참,
 그리고 새로 온 친구가 있습니다. 자룬 군, 어서 들어오세요."
 선생이 말하자, 곧 문이 열리고 한 학생이 교실 안으로 들어
 왔다. 이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검은색 머리. 긴 장
 발을 휘날리며 한 남학생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자,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 대조적으로 남학
 생들은 인상을 구기기 시작했다. - 검은색 머리와 대조적으로
 하얀 얼굴이 인상적인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무척 차갑고 냉소
 적으로 생겼지만, 그래도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
 습이었다. 선생은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라무안 국에서 유학 온 학생입니다. 라무안 국 세 번째 왕
 자님이기도 하죠. 취미는 없고, 특기는 검술이라고 하는군요.
 아, 그리고 제가 대신 설명하는 이유는 다 아시겠죠?"
 라무안. 최근 우리 나라와 해상 무역을 활발히 하고 있는 나
 라이다. 이 나라는 침묵을 제일 소중한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그리고 수다쟁이 남성을 가장 혐오한다고 한다. -
 선생이 일일이 소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나라 일반
 남성들도, 하루에 열 마디 이상 말하면 많이 한다는 편이라고
 하는데, 왕족인 사람은 얼마나 말을 아낄 것인지는 쉽게 예상
 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선생은 잠시 후, 시선을 돌려
 학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름은, 자룬이라고 합니다. 모두 친하게 지내시길 바래
 요."
 저 나라의 이름은, 성을 제외하고 세 자 이상 넘어가는 것이
 극히 드물다고 들었다. 하여튼, 녀석은 학생을 바라보며 고개
 를 살짝 끄덕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자기소개를 끝내고는, 빈
 자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키도 크고 늘씬한 몸이다. 하지만 대충 봐도 느낄 만큼, 강
 하게 생긴 인상이다. 한 자루의 늘씬한 검(劍)을 보는 느낌이
 라고 할까? 하여튼 기르디를 제외하고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난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하여튼 그렇게 종례가 끝나고, 나는 리체와 엘리 녀석의 손
 에 이끌려 반강제로 부실로 걸어가야만 했다.
 
 저번에도 한 번 온 그 장소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진 모습이다. 아마, 동호회의 모
 임 장소로 쓰기 위해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모양이다.
 "차 마시자."
 엘리는 가지고 온 보온병 - 드워프와, 마법사의 기술의 결정
 체이다. 아주 비싼 가격으로 마법사 길드에서 판매하고 있다.
 - 의 뚜껑을 열고는, 찻잔에 따르며 말했다. 참 저런 것도 준
 비해 오다니 준비성도 철저한 여자들이다.
 차와 과자를 준비하고는 의자에 앉은 후, 리체가 입을 열었
 다.
 "자, 그럼 우리 동호회의 첫 번째 '간부' 회의를 시작한다."
 푸훕, 나는 그 소리에 마시고 있던 차를 입으로 내뿜는 추태
 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간부 회의라니? 그게 무슨 엄청난 소
 리란 말인가.
 "쯧쯧, 매너도 빵 점 같으니. 자, 여기 손수건."
 신경질적으로 손수건을 받아들고는 난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간부 회의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내가 언제부
 터 이 엽기적인 동호회의 간부가 된 것입니까? 누가 알아듣기
 쉽게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리체 녀석은 내 말을 끝까지 듣고는 차를 한 번 들이켜 마
 시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은 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거야, 우리 동호회의 정식적인 남자 회원은 너밖에 없거
 든. 비공식적인 남성 회원은 한 명 있지만 말이야. 그러니 당
 연히 니가 남학생 '대표'가 되는 것 아니겠……."
 "납득할 수 없군요."
 조금은 날카로운 얼굴로 리체의 말을 끊으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당황스러운 얼굴
 을 지어 보였지만, 리체 녀석은 찻잔을 손에 든 체로 아무렇지
 도 않다는 듯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간부 회의가 아닌 모든 회원들이 있는 자리에
 참석하고 싶은 모양이지? 우리 동호회 부원들의 수는 오십 명
 도 넘는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야, 물론 그중에 남자는 하나도
 없고."
 ".. .."
 그건 그것 나름대로 더 끔찍하군. 젠장,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야만 했다. 수십 명이 넘는 여학생들의 눈요
 기가 되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니까 말이다. 하여튼 내가 자리
 에 앉자 엘리, 리체 녀석은 예상이나 했다는 듯이 흐뭇하게 웃
 기 시작했다. 정말 기분이 더러워지는 순간이다.
 "자자, 하여튼 그래도 네가 우리 동호회에 입부했다는 사실
 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와
 주면 섭하지."
 말이나 못하면 밉지라도 않지, 젠장.
 "그럼 한 주간의 있었던 일들을 체크해 보자."
 리체는 가방에서 노트와 수첩을 꺼내 들었다. 한 주간의 있
 었던 일이라고 해봤자, '무슨 반에 누구의 취미는 뭐더라.'라던
 지, '누구와 누구는 사귀기로 했더라.'같은 알아봤자 하등 도움
 도 안되는 쓸모없는 말들의 나열이었다. 막 지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하는 순간, 갑작스레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동호회
 실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하하, 위대한 내가 왔도다. 동생아."
 그 괴상스러운 인간은 갑작스레 엘리 쪽을 향해 두 팔을 벌
 리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감동의 포옹씬이 연출되는 건 아닌
 가, 하고 바라보았지만 괴한을 대하는 엘리 녀석의 대응은 자
 못 폭력적이었다.
 퍽-!
 엘리의 날카로운 정권이 괴한의 복부에 적중했다. 둔탁한 타
 격음과 함께 괴한의 몸은 바닥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 으윽, 나이스 펀치다."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당황하고 있을 때에 리체 녀석이 그런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엘리의 오빠라구. 이 학교에 학생회장이기도 하고 말이야.
 평소에는 저렇게 한심해도 능력있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으니
 까."
 학생회장이라… 이 학교에 그런 게 있었기는 한 모양이구나.
 막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그 학생회장이란 녀석이
 몸을 일으키며 수다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음음, 내장이 파열될 정도의 나이스 펀치였어, 역시 위대
 한 나의 동생답군. 아, 그리고 본인은 이 학교에 학생회장이
 맞으니, 그렇게 노골적인 불신의 눈빛을 보이지는 말게나. 하
 여튼, 처음 보는 후배군. 내 이름은 '코인'일세. 자네의 정체는
 무엇인가?"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리체 녀석이 그 학생회장이란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는 귓속말로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학생회장이란 녀석은
 왠지 상당히 기분 나쁜 미소를 지은 체, 내 손을 잡은 후 말했
 다.
 "아아, 그런 사정이 있었군. 하하,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 이 손 좀 치워주세요."
 저런 가벼운 녀석하고는 그다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여튼, 이런 변태적인 동호회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 이제서야 그 내막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학생회장이란 직책이 그렇게 가벼운 것은 아닌 만큼, 대충 허
 울 좋게 간판만 만들고 속으로는 이런 변태적인 모임을 하는
 것을 도와주는 권한 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렇게 연줄이 있으니, 비공식적으로 활동할 수가 있었던 것
 이다.
 "자, 그럼 모일 사람은 다 모인 것 같으니 본격적으로 시작
 해 보자."
 리체 녀석이 활기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빨리 집에 돌
 아가서 쉬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후회라는 것은 아
 무리 빨리 해도 늦는 법이다, 라는 말이 가슴속에 와 닿는 순
 간이었다.
 
 "자,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이야."
 리체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필기도구나 공책을 가방에 집
 어넣기 시작했다.
 정말 듣는 것조차 고역인 말들을, 긴 시간 동안 듣는 것도
 나름대로 엄청난 고문이다. 차라리, 검을 들고 기르디 녀석과
 대련하는 것이 낫겠다. 육체적인 아픔은 많이 익숙해져 있었으
 니까 말이다.
 "근데 오늘 전학 온 왕자님 말인데. 벌써부터 인기가 장난
 이 아니더라. 성적만 우수하면 팬클럽이라도 창설한 분위기인
 데?"
 진지한 눈빛으로 리체 녀석은 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엘리
 녀석도 나름대로 심각한 표정으로 그 말에 대꾸하기 시작했다.
 "음, 자료를 수집해 놓는 게 좋겠어. 중요 체크 대상이야."
 왠지 저런 소리를 들으니까 점점 더 머리가 아퍼져 오기 시
 작한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품에 들고는 빠르게 그 자
 리에서 빠져나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무엇인가 이상한 분위기에 나는 조금
 은 당황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 그 사람의 제자란 말이지."
 ".. .."
 기르디와 한 소년, 아니 오늘 우리 학교로 전학 온 그 왕자
 님은 그렇게 식당 한 가운데에서 엄청난 살기를 날리며 대화
 를 나누고 있었다.
 소년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
 르디 녀석이 무엇인가 눈빛이 살짝,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왕자님, 아니 자룬은 조용히 발도 했다.
 무기에 대해 그렇게 상식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검
 (劍)이 아니라 도(刀)라는 사실은 대충 알고 있었다. 매끄럽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칼은, 무엇인가 엄청난 박력을 주위에
 내뿜고 있었다. 기르디는 그러한 자룬의 행동을 끝까지 지켜본
 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멀뚱히 옆에 서 있는 아이린에게 말
 했다.
 "내 검을 가져와라."
 아이린은 그런 기르디를 울상 지으며 쳐다보았지만, 기르디
 녀석의 눈빛은 담담할 뿐이었다.
 잠시 후, 아이린이 기르디의 검을 가져오자 두 사람의 대결
 은 시작되었다. 자룬은 기르디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끝으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엄청난 속도로 칼을 휘두르며
 기르디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며 시선을
 고정시켰지만, 예상 밖으로 둘의 대결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
 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기르디의 일검에 자룬의 칼은 여관의
 천장까지 솟아올라 벽에 박혀 버렸다. 정말 기가 막힌 순간이
 다.
 보고 있던 나도 어이가 없는데, 직접 당한 당사자는 어떠할
 까, 저 자룬이란 왕자님도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
 시 기르디 녀석이 몇 수는 위였던 것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할까?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말아라. 비록 너의 그 능구렁이 사
 부에게는 못 당하지만, 나도 조금은 검을 안다고 생각하고 있
 으니."
 기르디 녀석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검을 검집에 넣은 후,
 아이린에게 던져 주며 말했다. 자룬은 무엇인가 비참한 표정으
 로 천장 위에 꽂혀진 자신의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라고 위
 로의 말조차 꺼내주는 것도 실례가 될 모습이다.
 기르디 녀석은 그런 자룬을 놔둔 체, 조용히 식당을 향하는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더 이상 위로의 말을 건네
 주어 봤자 소용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자신의 칼을 바라보다가, 자룬왕자는
 조용히 아이린에게 다가가 무엇인가를 전해주었다. 아이린이
 그것을 받아들자 자룬왕자는 엄청난 도약력으로 자신의 칼을
 천장에서 뽑아낸 후, 천천히 식당 밖을 향해서 걸음을 움직이
 기 시작했다.
 "무엇을 준거죠?"
 "편지 같은데."
 내가 질문하자 아이린씨는 자룬 왕자가 건네준 쪽지를 소리
 내어서 읽기 시작했다.
 "'신세지겠음. 숙박, 식사비는 추후 지불 예정.'라고 적혀
 있네."
 역시 간단하게 용건만 적어놓았군. 저 자룬 왕자도 자신의
 역량이 기르디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이런 쪽지를 미리 적어 놓은 거겠지. 하여튼 쪽
 지에 적혀 있는 데로라면, 이 식당에서 지낸다는 거잖아?
 으음, 솔직히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자룬 왕자에게 적대감
 이나 경쟁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성격
 자체가 타인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아이린씨는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며 손님을 맡
 을 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국의 왕자가 머무른다고
 하는데, 청소도 하지 않은 방에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