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리드미컬하게." "… …." "땅을 보지 말고! 앞을 보라고!" "… …." "야, 너 지금 누가 잡아먹니? 표정 관리 좀 해라!" 크아아악, 방과 후에 부실에 와서 왜 내가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냐! 게다가 리체 녀석에게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정 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 확실하다. 몇 시간이 흐른 지금, 엘리의 발을 밟은 것이 수십 번. 넘어 질 뻔한 적도 많고, 리체 녀석에게 엉덩이를 맞은 적도 몇 번 있었다. - "엉덩이를 집어넣으란 말이야! 네가 무슨 오리새끼 냐?"라니. 참 평민 여자 아이들도 안 쓰는 저질적인 소리를, 아무런 부끄럼 없이 사용하는 리체 녀석이다. - 처음에는 엘리 녀석의 허리에 손을 얹는 것조차 창피했지만 식당에서 일한 노하우를 발휘, 곧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 그래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다른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휴, 됐다. 됐어. 내일 다시 해보지." 엘리도 피곤했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 리체 녀석도 피곤했 나 보다. 물론 그중에 젤 피곤한 사람은 나였지만 말이다. 땀은 비 오듯 쏟아져, 몽땅 옷이 젖어버릴 정도였으니. 이 고통과, 괴로움은 두 번 다시 겪어보기 싫은 악몽으로 각인될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는 엘리, 솔직히 그녀에게는 정말 미 안했다. - 아마 발등에 멍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네, 죄송합니다." 으윽, 춤 따위는 정말 배우기 싫다! … 라고는 해도 내게는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질 않은 것이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내 춤 실력이 형편없음을 깨달았는지, 리체 녀석도 엘리도 조금은 암울한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만만치 않게 암울한 표정이었고 말이다. 젠장. "집에서 연습 좀 해와." 피곤한 듯 그 둘은 그렇게 느릿느릿 부실을 빠져나갔다. 잠 시 멍하니 부실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는 허탈한 얼굴 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왜 그렇게 멍한 표정이야?" 영업이 끝나고, 멍하니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나에게 아이린씨가 말을 걸어왔다. "별로." "별로라니, 오늘 실수를 몇 번 했는지 알아?" 으윽, 접시를 깨고 맥주를 엎지르며, 주문을 이상하게 받은 적이 몇 번 있었기는 했지만 말이다. - 자고로 남이 한 실수는 커 보이고, 자기가 한 실수는 작아 보이는 법. 아무렇지도 않 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흠, 뭐 그렇죠." "… 여하튼 빨리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쳇, 의외로 은근히 독하단 말이야. 여하튼 아이린씨에게 찍 히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니까. 못 이기는 척 입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춤을 배우고 있어서 말이죠." 내 말에 아이린씨의 얼굴이 기묘하게 뒤틀리는 것 같아서,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 뭐 나라고 춤 배우지 말란 법 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춤이라니? 왜?" 어찌 됐든 오늘 학교에 있었던 사실들을 대충이나마 아이린 씨에게 말해주었다.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던 아이린씨는 조금 웃음을 억 지로 참아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게 말했다. "그렇군. 확실히 춤도 상당히 중요한 것일지도." 작은 한숨 한 번 내뱉어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소질이 없어서 엉망이란 게 문제죠." 운동 신경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 게다 가 성적에 들어가는 것이니,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도 문제 가 조금 심각한 것이다. "그럼 오빠한테 배워보지 그래?" 기르디? 그 인간, 아니 그 엘프한테 춤을 배우라고? 참, 차라리 지나가는 오우거 형제한테 춤을 배우는 게 낫겠 다. - 기르디 녀석한테 춤을 배운다니. 그것 참 상상하기 끔찍 한 정신 공격이군, 그래. "가르쳐 줄 리가 없죠. … 그리고 그다지 배우고 싶지도 않 은걸요." "흐응." 차라리 리체 녀석한테 시달림당하는 것이 일억 배는 낫지. - 아무렴, 그렇고 말고. "… 그럼 내가 가르쳐 줄까?" "네?" 확실히 리체 녀석보다는 아이린씨가 훨씬 낫겠지만…. "괜찮으세요?" 식당 일도 있고 해서, 난 그렇게 반문했다. 아이린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음, 뭐 괜찮겠지." 여하튼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겠지. 발전이 하나도 없다면 엘리에게도 미안할 테니. "그럼 부탁합니다." "그래그래." …이것으로 학교, 식당 두 군데서 시달림을 받게 된 것이다. -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테이블들과 의자를 치워서 조금은 넓어진 공간에서, 나는 살 며시 한 손을 움직여 아이린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한 손을 마주 잡고는 천천히 스텝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아 녀석과, 셀브렛 녀석은 그 모습을 멍하니 뒤에서 구경 하고 있었다. 졸린 모양인지 자주 하품을 하며 멀뚱하게 날 바 라보는 시아 녀석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지 만, 아이린씨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었으므로 자제하는 수밖 에 없었다. "음, 뭐 그렇게 엉망은 아닌 걸." 아이린씨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날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그렇게 시선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조금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었다. -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어이가 없었지만 말이다. "아, 조심조심." 순간 발등을 밟은 뻔했지만, 그녀가 먼저 주의를 준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조금 된다 싶었더니, 역시나 발전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 나자 엉망진창으로 실수만 연달아 계속이었던 것이다. 셀브렛 녀석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연신 웃음을 터트렸고, 시아 녀석 은 조금은 안타깝다는 듯 날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모습이 의 식되어서 더 실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춤을 추다 말고, 아이린씨는 갑작스레 내 팔을 붙들고는 말 했다. "이봐." "네?" 의외로 진지한 아이린씨의 표정에 조금은 주눅이 들었다. "가망없어, 때려쳐!" - 이런 말을 들어도, 솔직히 난 한 마디의 변명도 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 "…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내 얼굴이 황당하다는 듯 구겨지기 시작하자, 아이린씨가 다 시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왜 그렇게 의식하는 거야?" "… …." 의식한다라…. 솔직히 조금은 그런 감도 없지 않았지만. "너는 밥 먹을 때, '아 이거 먹고 저거 먹고, 그 다음 섞어서 먹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먹니?" "그럴 리가 없죠." "그럼 검술 연습할 때도, '찌르기 두 번 한 다음, 옆으로 돌 고 다시 좌우로 두 번 휘두르자.' 이렇게 생각하고 하는 건 아 니겠지?" 대답할 가치도 못 느꼈기 때문에, 난 조금은 날카로운 눈으 로 아이린씨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꾸밈없이 진지한 아이린 씨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자, 뭐라 달리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 던 것이다. "춤도 그거랑 비슷한 거야. 네가 자꾸 그렇게 스텝이 그렇 고, 상대방의 행동이 어떻고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웃 긴다는 일이란 말이지." "… …." "처음부터 너무 그렇게 잘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라고." 정곡을 찌른다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아이린씨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의식하고, 바보같이 또 너무 잘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 그게 춤을 제대로 출 수 없었던 이 유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뭐 네가 스스로 알기 바 라는 수밖에." 그 말을 끝으로 아이린씨는 내 손을 붙들고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 멍하니 있던 나는 아이린씨의 손에 이끌려, 천천 히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검술 연습하는 것보다, 춤추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 적으로나 더 힘든 것 같았다. 대충대충 선생이 말하는 것을 흘 려듣고는 - 마법 이론 수업은 그냥 흘려들어도 될 정도로, 기 본 지식이 있는 편이었으니까. - 그렇게 수업이 끝나 버리자, 난 가방 하나 들고 부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 다. 이제 날씨도 그야말로 완벽한 여름에 가까운지라, 가만히 앉 아 있기만 해도 저절로 짜증이 솟구쳐 왔다. 그런 까닭에 제복 의 재킷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입기 힘들었다. - 그래도 맨 위 의 단추를 채우는 게 마지막 배려라고 할까? 요 근래에는 학생들을 배려해서 복장 검사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듯했다. 학기 초에는 선생들이나 상급생들이나, 움직임 하나하나 주의를 줄 정도로 엄격했지만 최근 사이는 그것도 많이 풀린 것이다. "올해는 정말 덮겠군." 여름이 계속되는 지방도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 그 나라 사람들은 미치지도 않고 참 잘 버티는군. 대조적으로 겨울만 계속된다는 지방도 있다고 들었다. 사막 이란 곳도 있다고 들었고. 뭐, 난 바다도 한 번 보지 못한 얼뜨기 녀석이니까 말이지. - 사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그런 곳에서 평생 썩는다는 것은 엄청난 곤욕이겠지. 음, 바다는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나라에서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 지만, 그래도 경험이란 것은 적은 것보단 많은 게 좋을 테니.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그렇게 느릿느릿 걸음을 움직이자, 어느덧 눈앞에는 허름한 부실의 문이 보였다. 잠시 한숨 한 번 쉬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어서 와라." "어서 오세요." 사내아이들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예쁜 얼굴에 속하는 저 녀석들과 춤 연습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행운이라고 도 볼 수 있는 것이겠지만. - 사실 우리 반 남학생들 중에서 이 사실을 알면, '상당히' 열받아 할 녀석들도 꽤 있을 테니 말 이다. 하지만 뭐 난 아직 그렇게까지 여자에 굶주린 것은 아니니 까 말이다. - 그리고 저 녀석들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건, 상상 하기도 끔찍한 곤욕일테니 말이다. 리체 녀석도 엘리 녀석도,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느긋 하게 자리에 앉아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고 는, 그 둘을 마주 바라보며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합시다."
[1권] 금단의페트 - promise - 7-2
금단의 페트(The forbidden pet) -
[애니, 소설 보러 오세요^ - ^]
이 름 배진국
제 목 금단의페트 - promise -
"자자, 리드미컬하게."
"… …."
"땅을 보지 말고! 앞을 보라고!"
"… …."
"야, 너 지금 누가 잡아먹니? 표정 관리 좀 해라!"
크아아악, 방과 후에 부실에 와서 왜 내가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냐! 게다가 리체 녀석에게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정
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 확실하다.
몇 시간이 흐른 지금, 엘리의 발을 밟은 것이 수십 번. 넘어
질 뻔한 적도 많고, 리체 녀석에게 엉덩이를 맞은 적도 몇 번
있었다. - "엉덩이를 집어넣으란 말이야! 네가 무슨 오리새끼
냐?"라니. 참 평민 여자 아이들도 안 쓰는 저질적인 소리를,
아무런 부끄럼 없이 사용하는 리체 녀석이다. -
처음에는 엘리 녀석의 허리에 손을 얹는 것조차 창피했지만
식당에서 일한 노하우를 발휘, 곧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
그래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다른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휴, 됐다. 됐어. 내일 다시 해보지."
엘리도 피곤했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른 리체 녀석도 피곤했
나 보다. 물론 그중에 젤 피곤한 사람은 나였지만 말이다.
땀은 비 오듯 쏟아져, 몽땅 옷이 젖어버릴 정도였으니. 이
고통과, 괴로움은 두 번 다시 겪어보기 싫은 악몽으로 각인될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는 엘리, 솔직히 그녀에게는 정말 미
안했다. - 아마 발등에 멍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네, 죄송합니다."
으윽, 춤 따위는 정말 배우기 싫다! … 라고는 해도 내게는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질 않은 것이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내
춤 실력이 형편없음을 깨달았는지, 리체 녀석도 엘리도 조금은
암울한 표정이었다. 물론 나도 만만치 않게 암울한 표정이었고
말이다. 젠장.
"집에서 연습 좀 해와."
피곤한 듯 그 둘은 그렇게 느릿느릿 부실을 빠져나갔다. 잠
시 멍하니 부실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는 허탈한 얼굴
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왜 그렇게 멍한 표정이야?"
영업이 끝나고, 멍하니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나에게
아이린씨가 말을 걸어왔다.
"별로."
"별로라니, 오늘 실수를 몇 번 했는지 알아?"
으윽, 접시를 깨고 맥주를 엎지르며, 주문을 이상하게 받은
적이 몇 번 있었기는 했지만 말이다. - 자고로 남이 한 실수는
커 보이고, 자기가 한 실수는 작아 보이는 법. 아무렇지도 않
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흠, 뭐 그렇죠."
"… 여하튼 빨리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쳇, 의외로 은근히 독하단 말이야. 여하튼 아이린씨에게 찍
히는 것은 죽어도 사양이니까. 못 이기는 척 입을 여는 수밖에
없었다.
"춤을 배우고 있어서 말이죠."
내 말에 아이린씨의 얼굴이 기묘하게 뒤틀리는 것 같아서,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 뭐 나라고 춤 배우지 말란 법
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춤이라니? 왜?"
어찌 됐든 오늘 학교에 있었던 사실들을 대충이나마 아이린
씨에게 말해주었다.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던 아이린씨는 조금 웃음을 억
지로 참아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내게 말했다.
"그렇군. 확실히 춤도 상당히 중요한 것일지도."
작은 한숨 한 번 내뱉어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소질이 없어서 엉망이란 게 문제죠."
운동 신경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 게다
가 성적에 들어가는 것이니,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도 문제
가 조금 심각한 것이다.
"그럼 오빠한테 배워보지 그래?"
기르디? 그 인간, 아니 그 엘프한테 춤을 배우라고?
참, 차라리 지나가는 오우거 형제한테 춤을 배우는 게 낫겠
다. - 기르디 녀석한테 춤을 배운다니. 그것 참 상상하기 끔찍
한 정신 공격이군, 그래.
"가르쳐 줄 리가 없죠. … 그리고 그다지 배우고 싶지도 않
은걸요."
"흐응."
차라리 리체 녀석한테 시달림당하는 것이 일억 배는 낫지. -
아무렴, 그렇고 말고.
"… 그럼 내가 가르쳐 줄까?"
"네?"
확실히 리체 녀석보다는 아이린씨가 훨씬 낫겠지만….
"괜찮으세요?"
식당 일도 있고 해서, 난 그렇게 반문했다. 아이린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음, 뭐 괜찮겠지."
여하튼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겠지. 발전이 하나도 없다면
엘리에게도 미안할 테니.
"그럼 부탁합니다."
"그래그래."
…이것으로 학교, 식당 두 군데서 시달림을 받게 된 것이다.
-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테이블들과 의자를 치워서 조금은 넓어진 공간에서, 나는 살
며시 한 손을 움직여 아이린씨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한 손을 마주 잡고는 천천히 스텝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아 녀석과, 셀브렛 녀석은 그 모습을 멍하니 뒤에서 구경
하고 있었다. 졸린 모양인지 자주 하품을 하며 멀뚱하게 날 바
라보는 시아 녀석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지
만, 아이린씨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었으므로 자제하는 수밖
에 없었다.
"음, 뭐 그렇게 엉망은 아닌 걸."
아이린씨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날 바라보며 말했다. 갑자기
그렇게 시선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조금은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었다. -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어이가 없었지만 말이다.
"아, 조심조심."
순간 발등을 밟은 뻔했지만, 그녀가 먼저 주의를 준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실수를 피할 수 있었다.
조금 된다 싶었더니, 역시나 발전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
나자 엉망진창으로 실수만 연달아 계속이었던 것이다. 셀브렛
녀석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연신 웃음을 터트렸고, 시아 녀석
은 조금은 안타깝다는 듯 날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모습이 의
식되어서 더 실수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춤을 추다 말고, 아이린씨는 갑작스레 내 팔을 붙들고는 말
했다.
"이봐."
"네?"
의외로 진지한 아이린씨의 표정에 조금은 주눅이 들었다.
"가망없어, 때려쳐!" - 이런 말을 들어도, 솔직히 난 한 마디의
변명도 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좋아?"
"…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내 얼굴이 황당하다는 듯 구겨지기 시작하자, 아이린씨가 다
시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왜 그렇게 의식하는 거야?"
"… …."
의식한다라…. 솔직히 조금은 그런 감도 없지 않았지만.
"너는 밥 먹을 때, '아 이거 먹고 저거 먹고, 그 다음 섞어서
먹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먹니?"
"그럴 리가 없죠."
"그럼 검술 연습할 때도, '찌르기 두 번 한 다음, 옆으로 돌
고 다시 좌우로 두 번 휘두르자.' 이렇게 생각하고 하는 건 아
니겠지?"
대답할 가치도 못 느꼈기 때문에, 난 조금은 날카로운 눈으
로 아이린씨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꾸밈없이 진지한 아이린
씨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자, 뭐라 달리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
던 것이다.
"춤도 그거랑 비슷한 거야. 네가 자꾸 그렇게 스텝이 그렇
고, 상대방의 행동이 어떻고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웃
긴다는 일이란 말이지."
"… …."
"처음부터 너무 그렇게 잘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라고."
정곡을 찌른다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아이린씨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의식하고, 바보같이 또 너무 잘
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 그게 춤을 제대로 출 수 없었던 이
유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뭐 네가 스스로 알기 바
라는 수밖에."
그 말을 끝으로 아이린씨는 내 손을 붙들고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 멍하니 있던 나는 아이린씨의 손에 이끌려, 천천
히 몸을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검술 연습하는 것보다, 춤추는 게 육체적으로나 정신
적으로나 더 힘든 것 같았다. 대충대충 선생이 말하는 것을 흘
려듣고는 - 마법 이론 수업은 그냥 흘려들어도 될 정도로, 기
본 지식이 있는 편이었으니까. - 그렇게 수업이 끝나 버리자,
난 가방 하나 들고 부실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
다.
이제 날씨도 그야말로 완벽한 여름에 가까운지라, 가만히 앉
아 있기만 해도 저절로 짜증이 솟구쳐 왔다. 그런 까닭에 제복
의 재킷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입기 힘들었다. - 그래도 맨 위
의 단추를 채우는 게 마지막 배려라고 할까?
요 근래에는 학생들을 배려해서 복장 검사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듯했다. 학기 초에는 선생들이나 상급생들이나, 움직임
하나하나 주의를 줄 정도로 엄격했지만 최근 사이는 그것도
많이 풀린 것이다.
"올해는 정말 덮겠군."
여름이 계속되는 지방도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지. - 그 나라
사람들은 미치지도 않고 참 잘 버티는군.
대조적으로 겨울만 계속된다는 지방도 있다고 들었다. 사막
이란 곳도 있다고 들었고.
뭐, 난 바다도 한 번 보지 못한 얼뜨기 녀석이니까 말이지.
- 사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그런 곳에서 평생 썩는다는 것은
엄청난 곤욕이겠지. 음, 바다는 한 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나라에서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
지만, 그래도 경험이란 것은 적은 것보단 많은 게 좋을 테니.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그렇게 느릿느릿 걸음을 움직이자,
어느덧 눈앞에는 허름한 부실의 문이 보였다.
잠시 한숨 한 번 쉬고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어서 와라."
"어서 오세요."
사내아이들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예쁜 얼굴에 속하는 저
녀석들과 춤 연습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행운이라고
도 볼 수 있는 것이겠지만. - 사실 우리 반 남학생들 중에서
이 사실을 알면, '상당히' 열받아 할 녀석들도 꽤 있을 테니 말
이다.
하지만 뭐 난 아직 그렇게까지 여자에 굶주린 것은 아니니
까 말이다. - 그리고 저 녀석들에게 연정을 품는다는 건, 상상
하기도 끔찍한 곤욕일테니 말이다.
리체 녀석도 엘리 녀석도, 차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며 느긋
하게 자리에 앉아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고
는, 그 둘을 마주 바라보며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