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지식인,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헌2007.04.17
조회73
전문가와 지식인,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도올 김용옥이 징검다리를 건넜다. 그는 철학, 역사학 등을 깊이 연구하고 1980년대에 한국에 동양학의 바람을 일으켰는데 무대를 옮겨 이번에는 종교계에 대해서 논평을 한 것이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인들은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라. 종교는 과학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던 시기에 탄생했던 것이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도와야 하는 사이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신학자도 아닌 한 칼럼니스트가 반박문을 냈다. 그 반박문의 내용은 "한 학문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도 읽어야 책이 꽤 많고 ,30년 정도 자신의 삶에 투자를 해야되는데, 어찌 도올 김용옥은 학위를 하나도 아닌 여러 개를 딴 것이며 고작 학위 하나로 마치 모든 분야의 전문가인양 여기저기에서 함부로 말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사실 여러 분야에 발을 담근 ‘지식인’과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전문가’ 사이의 논쟁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정계, 시민단체 심지어 학생 사회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민간인학살자연구소에서 일하며 한국 사회의 양심 인으로 통하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은 다양한 분야 공부를 하고 자신의 신념을 고수했던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이에 질세라 한국의 대표적인 시장 자유주의자로 분류되는,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공병호는 김동춘 교수에게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면서 “지금은 전문가시대이기에 정치는 정치가에게, 경제는 기업인에게 맡겨 달라”고 한 바가 있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그 추가 약간 ‘전문가’ 쪽으로 기운 듯 하다.

  ‘전문가’라는 단어를 선점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현상은 정치계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는데,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명박은 “국가 경영은 경영 CEO에게 맡겨 달라”고 하며 표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전문가’ 호칭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굉장하다고 할 수 있다.

  경영계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의 임원들을 지은 베인 컴퍼니 이성용 대표는 임원에게 마인드 개혁을 요구하며, “한국은 제너럴리스트만 많고 스폐셜 리스트가 없다. 인사파트 심지어 재무파트에서 조차 대학에서 배운 전공 지식 그리고 회사에서 2년 배운 지식까지고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며 임원교육도 ‘전문가 양성’ 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는 어떤가. 한 인문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적 흐름이 우리의 심오하고도 진지한 연구를 망치고 있다”며 아쉽게 상아탑 안에 스스로 갇히려 하는 모습을 연출했으며, 다른 이공계교수는 “사회대 학생들 왜 그렇게 반 FTA 시위를 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공대 학생들은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자”고 일축한 바가 있다.

  사실 전문가로서 그의 입장을 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배워왔고, 읽어왔던 책의 이론,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체화시켜 말하면 되는 것일 테니. 이렇게 ‘전문가’가 되면 사회에 대한 발언권이 커질 수도 있고, 그것에 ‘남들이 모르는 것을 자신은 알고있다는 자신감’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제 학문별 분류가 더 세세해지고 상황은 더 복잡해져 당장 학부생 때부터 ‘전공별로’ 견해를 꽤 달리하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게다가 ‘전공’에 덧칠된 ‘이상한 자부심’까지 겹쳐 감정상한 논쟁이 오고가기도 한다. 학부생의 경우 자신의 지식에 한계가 있기에, 유명 교수나 외국 교수, 그리고 선배의 권위 등을 내세워 해당 사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경향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그 교수나 선배가 유명할수록 자신의 견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존경하는’ 그 분들의 권위나 위엄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런 논쟁은 대개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하지만, 과연 사회가 ‘전문가’ 시대로만 흘러가야 할까? 오래 전에 소칼은 ‘두 문화’에서 인문사회학자와 과학자 사이의 괴리를 말하며, 둘 간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져 가는 것을 경계한 바가 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공자가 아닌 사람은 말하지 말라”는 못을 박는 편협함이다. 한 학교 자유게시판에서 벌어진 논쟁을 살펴보자.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에서 의견 차이가 나자, 한 법학도는 다른 전공 학생에게 “내가 당신보다 법 공부를 많이 했으니 내 말이 옳다. 당신은 당신 전공이나 똑바로 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런 말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전공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상대를 한 방에 제압해 버렸다는 카타르시스’는 제공해 줄지 몰라도  생산적인 논쟁에는 커다란 방해가 된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법은 피부로 와 닿을 수 있어야 하며,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현재 이루어진 법안이나 제도 역시 다른 분야 사람들의 끊임없는 논쟁과 토론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학문적 다양성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쳐 무슨 일만 있어도 ‘case by case, 너는 너, 나는 나’와 같은 사고로 다른 학문을 바라본다면 심각한 오해만 낳고 감정만 상할 뿐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각 학과나 학파별로 분명히 다를 수 있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부 생 때부터 ‘하나의 입장, 결론’을 요구하려하는 ‘전공’의 맛에 깊게 빠져든다면 놓칠 것이 ‘분명’ 보일 것이다.


  선택은 역시 학부생의 몫이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은 것은 ‘지식인’쪽이다.
아니, 단지 내 취향은 그렇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