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大 총격사고, 현명한 대응

조병주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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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버지니아大 총격사고는 끔찍한 일 입니다. 삼가 진심으로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각설하고.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우리나라 언론과 네티즌의 호들갑입니다.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점만을 집중보도하면서 우리 교민들에게 Hate Crime 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 라는 우려만을 무차별로 게시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보기엔 이참에 그런 일이 벌어져서 언론의 구미에 맞는 사건이 벌어지길 고대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가족이 모두 미국에 있는 저도 그렇지만, 미국에 가족들을 둔 많은 한국인들이 가슴 졸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작 미국 현지에 계신 분들은 어떨까요?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죠.

 

제가 미국에 있었던 시기는 2000~2002년입니다. 2001년에 무슨 일이 있었죠? 네, 9.11 테러가 났습니다. 9.11 테러 덕분에 절 잊고 지내던 지인知人들의 연락이 폭주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저는 어땠는줄 아시나요? 맥도널드에서 늦은 점심으로 메뉴를 고르고, 그 날 저녁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 걱정에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답니다.

 

물론 재미교포들이 Hate Crime 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0% 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안을 증폭시키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미교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맞을까요? (게다가 미국 내에서도 Hate Crime 은 1급 범죄입니다. 한국인이 범인이니까 한국인을 죽이겠다는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나오는 겁니까?)

 

심지어 이런 기사도 올라오더군요. 이 기사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정작 현지인들, 특히 생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의 인터뷰는 전혀 없었습니다. 국내 대학원생과 공무원의 인터뷰 기사는 대체 왜 한거죠?

 

또 어떤 곳에선 이번 사건이 한-미 FTA 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합니다. 저런, 그 기사를 쓰신 분은 아무래도 북녘 땅 어디쯤에 있는 핵폭탄을 까먹으신 모양이네요. 설령 한-미 FTA 승인이 향후 美의회에서 부결된다하더라도, 그건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한 결과입니다. 그런 위협요소와 반한反韓감정 때문이라면 이미 북한이 핵실험을 한 순간 FTA 는 중단되었을 겁니다.

 

물론 많은 재미교포들이 지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을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92년 LA 폭동 이 후, 한인들의 커뮤니티는 국내의 생각보다 견고하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재미교포 분들에게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아무런 근거없이 불안을 조성하고 과격한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됩니다.

 

전례없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럴 때 더욱 현명하게 대처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