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그가 초래한 그 모든 것.

강남구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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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바인 사태 이후 사상 최악의 난사사건인 버지니아 테크 32인 살인 사건의 범인이 84년생 조승희로 밝혀짐에 따라 이래저래 수많은 한-미간 사안에 직,간접적 영향을 발생시킬 것은 충분히 예상될 일이다.

 

혹자는 말할 수 있다.

단순히 한 젊은이의 치정 살인극을 이렇게 크게 호들갑을 떨며 앞다투어 보도하고, 그 여파에 대해 국가 문제, 인종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 아닌가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정부를 전복시키고 나아가 중동인 전반에 대한 인식 자체를 잠재적 테러범으로 규정하다시피 하지 않았던가.(미국은 생각만큼 호의적으로 합리적인 국가가 아니다.)

 

알려졌다시피 범인 조승희는 그린카드만을 소지한 한국 국적의 사람이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 내 대학생 총기 난사 정도의 문제로 해석될 문제의 범위를 넘어선다.

즉,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저지른 행위인 바, 단순히 미국 내 교포들의 이미지 하락 정도를 걱정할 범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사회의 슬픔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 우선 당장 예상되는 것은, LA 폭동과 같은 재미 교포들에 대한 무차별 테러에의 우려, 한국 유학생의 대폭 감소, 한미 입국비자 면제 논의의 결렬 등의 문제이다.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미국 내 여론의 향방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 비준 문제도 크게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 문제가 미국 내 반한 감정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경우, 이는 미국 내 FTA 반대파에게 힘을 실어줄 여지가 되는 것이고 (특히 사건발생지점이 FTA 반대여론이 높은 버지니아 주라는 점이 크다) , 나아가 미 의회 FTA 부결로 연결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리 외교부의 유감 표명 여부이다.

 

9.11 테러에서와 같은 국가에 대한 의지 표명의 문제도 아니고 단순히 개인 문제를 가지고 국가에서 유감을 표명할 수도 없는 문제인데, 예상되는 사후 문제들은 충분히 국가간 비화로 발전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냥 간과할 수도 없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게 된다면 이는 스스로 국가적 문제로 해석하고 있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그들에게도 국가적 문제로 해석하게 하는 기제가 될 수 있음은, 이 문제가 단순히 해외 토픽감이 아닌 외교부의 깊은 고민을 요구하는 심각한 국제 문제로 해석할 수 밖에 없게 하는 부분이다.

 

조승희 본인은 자신의 행위가 이렇게까지 발전되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겠지만, 과연 그 누가 이렇게까지 비화될 줄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참으로 비통하고 암담한 역사적 사건이 터진 날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내 슬픔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 오늘은 곧 한미 관계의 대 전환점이 될 날이 될 것이다...

 

아무 죄 없이 떠나간 32인의 명복을 빌며.

 

p.s. 더불어 한국인임이 밝혀지기 직전까지 범인이 중국계라는데 대해 역시 짱개라느니 식으로 실컷 비아냥거리다가 한국인임이 밝혀지자 일본이 실컷 비웃으니 화난다고 찌질대는 무개념 네티즌들..진짜 반성 좀 하자.

 

 

@ 이 글 쓰면서 생각했던 건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과는 별개로 향후 야기될 지도 모를 "의도하지 않은" 사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비책은 차분한 가운데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주미 대사의 단식 반성과 같은 행동은 충분한 검토를 거친 대책으로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월마트 같은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팔아대는 미국의 총기 관련 법은 이 참에 적당히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시 정권에게 이를 바라는 게 무리일 순 있겠습니다만..

다시 한 번 삼가 32인 학생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