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텍 졸업생 입니다

이지은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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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회사 동료가 퇴근하며 뉴스 봤냐고 너 버지니아 텍에서 학부 나오지 않았냐고 전화를 해줬길래 깜짝 놀래서 인터넷을 띄웠더니 제가 다닌 대학교에서 30여명이 죽었다는 기사가 뜨더군요.

 

AJ 기숙사와 노리스 홀 둘 다 제가 잘 아는 건물들이네요. AJ 기숙사에는 친구들이 살고 있어서 몇번 가본 적이 있었고 노리스 홀은 4년 동안 수업 받으러 갈 때마다 지나가던 건물입니다.

 

뉴스를 틀으니 학교 지도와 건물명이 티비 스크린에 뜨는군요. 이렇게 슬프고 힘든 일로 유명세 타는 것은 원치않았는데요.  귀한 생명들이 너무 많이 무참하게 져버렸다고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깝고 슬픕니다. 대체 왜 그런 무서운 짓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질까 했더니 제 모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범인이 한국 국적을 가진 학생이라네요. 제가 다닌 학교에서 저랑 같은 영문학을 전공했고 또 그 학생의 가족이 제가 다니는 성당 근처에 거주한답니다. 아침에 회사에서 인터넷으로 그 사실을 확인했는데 눈앞이 캄캄해지고 눈물이 마구 나더군요.

 

사건이 벌어진지 겨우 하루가 조금 지났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벌써 시끄럽네요.

 

그 학생은 한국에서 태어나 8살에 도미했다고 들었습니다. 8살이면 한 사람의 인격이 웬만큼 형성 된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0대는 가장 예민하고 힘든 때로 그 이전에 형성 된 인격이 더 자라고 자리를 잡는 나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학생을 미국인이라 하는 것은 틀린거에요. 한국인으로만 지칭하는 것 역시 잘못 된거죠. 비슷한 나이에 도미해 미국에서 자란 저와 별로 다른 점이 없어요. 한국인임과 동시에 미국인이에요.

 

너무 슬프고 무섭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는데 짜증나는 편가르기에 더더욱 화가 나고 소름이 끼치네요. 조작설이니 총기를 잘못 관리한 미국 탓이니 하는 소리에 (사실은 주정부 소관) 진저리가 쳐집니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지금은 다른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주십시요.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단 한명의 잘못으로 전체를 탓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는 말을 해준 동료들이 따뜻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신랑이랑 같이 오랜만에 학교에 가보려고 했었는데 당분간은 자신이 없네요. 그 넓고 멋진 캠퍼스에서 벌어진 무서운 일이 생각나서 가지를 못할것 같아요. 정말 너무 안타깝네요. 고인들께서 편한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괴로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