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강미옥2007.04.18
조회67

가장 먼저 나는 그 부모가 걱정되었다. 세탁소 한다는 말은, 정말 열심히 살아온 이민자 가족이라는 건데, 어쩌다 아들이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워싱턴DC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을때, 이민자 가정중에 아이들하고 의사소통 안되는 부모들이 많고 그래서 갈등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시금 실감이 났다.

 

조승희가 여덟살에 미국 건너 왔으면 거의 영어로만 의사소통이 될텐데, 고생고생해서 자리잡고 겨우 세탁소 하나 열어 먹고 살게 될 때까지 그 부모들이 영어를 배웠을리는 만무하다. 결국 부모와는 거의 같이 살기만 했지 아무런 소통의 도구가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아들이 이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자살해 버렸다면 부모로서 앞으로 살기는 참 힘들어지겠구나 했는데, 소문으로는 그들이 자살을 기도했고 중태에 빠졌거나 돌아가셨을 거라고 한다. 여하튼 남일 같지 않고 참 가슴이 아프다.  

 

한국인에게 돌아올 피해에 대한 걱정이 많던데, 밖에 많이 나가있질 않아서 어떻게 돌아가는 지는 잘 모르겠다. 우연인지 오늘 낮에 어떤 미국인 꼬맹이가 자꾸 우리집 현관문을 심하게 발로 걷어 차고 숨고 그러다가 나한테 잡히긴 했었다. 여기 사는 녀석도 아니었고(그러니깐 이 집에 한국사람 사는 것을 몰랐을 터였고.) 집 옆에 있는 놀이터에 저희 선생하고 같이 놀러왔다가 심심해서 한 일 같긴 했는데, 가뜩이나 싱숭생숭한데 그 녀석이 와서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었다. 크게 혼내서 돌려보내고 기분은 더욱 좋지 않았다.

 

이것은 총기 난사 사건이고, 영주권자라면 얘들은 당연히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니깐 그게 한국인으로 직결되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원래 사건이나 사고는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내는 것이 아니라 삐뚤어진 의식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내는 거라서 짐짓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내일부터 이 동네 세 학교 돌아댕기면서 학교장도 만나고 리서치를 시작해야 되는데, 그 주제가 한국 학생들 배려와 관련된 거라서 좀 시작하기부터 머쓱하다. 괜한 자격지심이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한국인이라니깐 신경이 쓰이긴 한다. 

 

그리고 문득 작년 딸아이 교실 참관했을  때 만났던 한 흑인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아이는 교실에서 항상 구박덩이였다. 물론 마냥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아였고, 하루 종일 가만히 조용히 넘어가는 법이 없이 항상 일을 저질렀다. 입에서는 냄새가 났고, 학교에 출석을 하는 날보다는 안 하는 날이 많았는데, 특히나 애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가 있는 날은 결석이 잦았다. (아마도 돈이 없어서 학교 행사에 함께 참여할 만한 경제적 여건이 안 되었던 것 같았다.)

 

담임선생님은 그 아이를 항상 체크하고 있었고, 그 아이는 손에 무슨 사인수첩을 들고 다녔는데, 자세히 보니깐 수업 시간 바뀔 때마다 지도교사한테 수업 참가에 적극적이고 태도가 좋았다고 사인 받아 검사 받는 거였다.

 

우리 나라에도 애들한테 이런 방법 쓰시는 선생님들 꽤 있는데, 여기나 저기나 방법은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픽 웃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거 참 싫어하는 나는 그 녀석이 안 됐다고도 생각했다. 그 녀석한테 필요한 것은 칭찬이고 격려였지 여러 선생님들한테 돌아가면서  확인 사인받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 그리고 사실 그런 거 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는 아이를 압박하기 위해서고, 미국에서는 교사가 자기의 입장을 보호해아 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소송 걸리는 나라라서인지 철저하게 교사가 자신을 보호할 절차를 마련하는 편이니까. 

 

가끔씩 엉뚱한 사고를 치고 교장실로 불려 다니고, 체육실에서 쫒겨나고, 담임한테 꾸중듣고 그러는 녀석이 참 가여웠는데, 내가 그 아이한테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그 녀석이 한동안 딸아이 짝이어서였기도 했고, 그 녀석이 비상하게 그림을 잘 그려서였기도 했다.

 

당시 내 딸아이도 그림은 깨나 그린다고 자부했었는데, 나는 그 아이의 그림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손놀림도 신기할 만큼 좋았고, 색감도 훌륭해서 나중에 훌륭한 화가가 될 것같았다. 그리고 그녀석은 내가 칭찬해 주니까 너무 신이 났는지 나보고 보란 듯이 과시하면서 그림들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녀석은 또 나한테 자기가 그림을 그릴 테니 보라고 하면서 자랑스럽게 뭔가를 쓱쓱 그리기 시작했다. 먼저 왼쪽 아래에 집을 한 채 그렸는데, 이 녀석 신기하게도 바닥부터 다지고 기둥을 올리고 지붕을 얹었다. 유홍준 교수님 글에서처럼 건축을 해 본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리얼리즘 화법이었다. ㅋㅋ

 

순식간에 꽤 근사한 그림을 그린 그 녀석은, 그 옆에 한 남자 아이들 또 날렵하게 하나 그렸다. 어쭈, 제법인데~ 난 피식 웃으면서 그 녀석이 으쓱해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었다. 그런데, 그 녀석은 빨간 싸인펜을 집어 들더니, 그림속의 주인공 손끝에서부터 불꽃을 시작해서 집 오른쪽 땅바닥으로, 그리고 벽을 타고 올라가서 지붕으로 그리고 반대편 벽을 타고 내려가 다시 땅바닥 까지 그야말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불꽃은 너무도 실감이 났고, 나는 문득 섬찟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주황색과 노란 색 사인펜을 집어들고 불꽃을 손질하는 그 남자 아이의 손놀림을 따라 가면서, 분노, 증오 그런 것들을 거듭 읽었다. 이제 일곱살 어린 것이 가슴에 무슨 분노가 그렇게 쌓였길래 집을 불지르는 그림을 그렸을까.

 

나는 그림들 다 마치고 의기양양 나한테 그 그림을 들이미는 그 아이를 묵묵히 바라봐주고 격려해주었다. 어떻게 사는 아이일까 너무도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도 없어서 그냥 참고 말았고, 가끔 그 녀석이 내 딸아이를 귀찮게 한다고 툴툴거릴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픈 애 같으니깐 잘 해주라"고만 했었다.

 

그 아이는 그리고 얼마 못가서 학교를 떠났다. 딸아이는 그 아이네 집이 이사를 했다고 했는데, 나는 사실 이사가 아니었어도 그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는 힘들겠다고 지레 짐작하고 있었다. 이미 그 지경이면 가정환경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있었을 터였으니깐.

 

그리고 다시 조승희 사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살았는지 왜 그렇게 음습한 글을 쓰고 폐쇄적으로 살았는지 알 방법은 도저히 없다. 가정환경 탓이었을까? 겉으로 보기에 가정 환경이 그닥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는지는 우리가 잘 알 수 없다. 다만 지난번 Diversity and Education 수업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논리에서 좀 빗겨나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같은 맥시칸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학습 지체나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은 맥시코에서 어느 정도  살다가 철들어 이민해 들어온 아이들이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보다 훨씬 높은데, 그것은 아마도 상대적 박탈감 때문일 거라고 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넘을 수 없는 사회의 벽, 인종의 벽, 그런 것들이 뿌리 깊게 각인되어 아이들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느끼고 그 결과 아이들의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는 얘기였다. 물론 그 논문에서는 맥시칸이나 흑인 애들이 주로 거론되었고, 아시안들은 오히려 점점 좋아진다고 교수님은 참 신기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어제 읽은 또 다른 논문에 의하면, 실제로 공부 못하고 집에 돈 없는 아시안들은 그래서 이중고를 겪는다고도 한다. 쉽게 말하면 "왜 넌 아시안인데 수학도 못하냐" 뭐 그런 류의 비난을 끝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찌 되었든 버니지아택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분노보다 사태 수습을 잘못한 총장과 경찰에 대한 분노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총기 소지와 관련된 법안 개정에 미온적이었던 공화당이 다시 이 문제를 검토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가뜩이나 갈등의 소지가 많은 나라인데, 개인에게 총기 소지의 자유까지 주니깐 일이 났다 하면 크게 터지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중고등학생도 총들고 학교서 난동부리는데, 대학생이면 뭐 대책도 없는 거 아닌가 싶다.

 

모두가 총을 가지고 있을 때가 가장 평화로울 수 있을 때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모두 총을 가졌다면 결국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긴장을 유지하고 그 결과 평화가 유지된다는 논리였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핵을 가진다면 결국 아무도 그 핵을 쓰지 못하게 될 거니깐 결국 무용지물이 될 거라는 논리하고도 같은 얘기다.

 

그렇다면, 그러니깐 그 강의실에 있는 다른 모든 학생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면 최악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까? 적어도 소수의 희생에서 사태가 마무리 될 수 있었을까? 일이 더 커지지는 않았을까? 전 세계 비핵화 선언은 정말 불가능할까? 전 미국 총기 소지를 불법으로 하는 것은 진짜 불가능한 일일까? ALL OR NOT, 그게 해답인 것은 분명한데 말이다. 그리고 모두 총기를 갖는 것이 위험하다면, 모두 총기를 포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너무" 이상적인 것일까? 자꾸만 속으로 되묻게 된다. 하여간 참으로 이상하고 팍팍하고 속상한 하루다.  모든 일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