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김선화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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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세상에서 가장 악취가 심한 곳에서 냄새도 없이 태어난 그가.

쓰레기와 배설물. 그리고 부패속에서 성장한 그가.

따뜻한 인간적 영혼도 없이 오로지 반항심과 역겨움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가.작은키에 구부정한 모습.

절름발이에 추한 얼굴로 보기만 해도 도망치고 싶은 그가.

외모와 마찬가지로 내면세계 역시 괴물인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 그는 였다.
이순간 그르누이는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를 맛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승리가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승리가 무서웠다.

왜냐하면 자신은 단 한번도 그 승리를 즐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 평생 소유하기를 갈망해 왔던 향수.

2년에 걸쳐 만들어낸.사람들의 사랑을 획득할 수 있는 그 향수를 바르고

마차에서 햇살이 따사로운 광장으로 내려서던 그 순간......

주변 사람들을 사로잡아 가는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그의 내면에서 인간에 대한 모든 역겨움이 되살아나 승리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기쁨은 커녕 최소한의 만족감도 느낄 수가 없었다.

항상 갈망해 왔던 일.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일에 성공한 이 순간에 그 일이 참을 수가 없게 된것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은 사랑이 아니라 증오 속에서만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증오하고 증오 받는 것에서.

 

 

*가느다란 금발에다 여린 얼굴로.

유행에 한참이나 뒤떨어진 낡은 스웨터 차림을 즐기는 남자.

사람 만나기를 싫어해 상 받는 것도 마다하고.

단 한장의 사진도 공개되길 원치 않으며.

인터뷰도 거절해 버리는 기이한 은둔자.

이 사람이 바로 전세계 매스컴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 파트리크쥐스킨트(patrick suskind:1949~)이다.

 

 

_벤 위쇼(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역), 더스틴 호프만(주세페 발디니 역)